미국출장여행기

2002.9.12. 목, 출장마지막 날,'미국은 넓고 힘이 있으나 차별적이고 나는 넓지도 않고 힘도 없으며 그러나 원칙적이며 자존이 강하지 않은가.'

햄릿.데미안.조르바 2002. 9. 12. 01:51

2002.9.12. 목,804a, Hawthorn 로비에서

8시에 오겠다던 Dick이 아직 오지 않는다.

아침햇살은 상쾌하고 뚜렷하여 이 미국에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오늘이 출장일정의 마지막, 아쉬움과 홀가분함이 함께 교차한다.

몹시 피곤하고 지쳐있었던 어제 저녁보다는 한결 몸과 마음이 가볍다.

 

6시경에 깨어서 힘들게 눈을 떠 바라본 호텔방 창 밖의 풍경은 마치 어느 영화속에서난 봤던 것과 비슷하였다.

멀리 가까이 자동차가 물흐르듯이 소리없이 지나가면서 이른 아침임을 알리며 달리고 있었으며, 호텔 주변의 짙푸른 나무들은 한껏 고즈넉하게 품위있는 시골도시를 표현하는 듯 하였다. 넓은 뜰은 넉넉하고 풍요로움과 바쁠 것이 없는 자연스런 시골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으름을 조금 피우면서 바로 침대에서 나오지 않고 떨치고 일어나기 전의, 그 은근한 아쉬움을 즐겼다.

머리를 감고, 아침식사를 가능한 한 많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느긋하게 하였다.

어느 날처럼 미국에서의 점심과 저녁을 무슨 식사가 될지 내게는 예측을 불허하는 것이므로 언제든 아침은 든든하게 양적인 욕심을 채워나야 했다.

어쩌면 이것은 확실하고 분명한 본능적인 삶의 대처방안이 아니겠는가,

삶의 지혜와 방법은 어디 심오한 철학에서 나오지 않고 실제 생활환경에서 나오는 것임을 체험하게 되었다.

 

오늘도 대변은 조금 가늘고 양이 많지 않아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직도 미국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나 또한 아직 미국을 받아들이지 못하였다는 것.

어쩌면 서로에게 서로는 불편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미국은 넓고 힘이 있으나 차별적이고 나는 넓지도 않고 힘도 없으며 그러나 원칙적이며 자존이 강하지 않은가.

 

호텔로비 조그만 의자에서 내다보는 호텔주변의 풍경도 호텔방에서 내려다보던 것과 조금 다르게 보이지만, 평화로운 것은 똑같다.

자연스러움이 평화로움을 부르는 것일 터이니까 위에서 보나 땅바닥에서 보나 본질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국, 미국땅에서 초가을 자연의 냄새를 물씬 맡는다는 것도 내게는 좋은 추억거리.

이제야 Dick이 왔다. 8시 15분.

미국 출장의 마지막 날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