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없이 살아보니 8

=차 없는 사람 상팔자.=

=차 없는 사람 상팔자.= 오늘따라 손전화가 신나게 울린다. 우리 마님; 어디예요? 나; 3번 출구… 우리 마님; 아, 차 팔았다고 했지요 아유 잘 됐다, 오다가 케이크 하나 사오세요. 우리 마님은 나를 부려먹으면 그것도 돈을 쓰게 하는 일이면 신난다. 나는 제일 맛있다는 케이크 하나 사 들고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우리동네 골목길을 휘젓고 걸어간다. 마음이 편 해서일까 아무리 천천히 느리게 걷는다 해도 전철역에서 집까지 가는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오늘 사무실에서 집까지, 전철 타고 그리고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렸다. 손수 운전하며 퇴근할 때 보다 오히려 시간적으로는 덜 걸린 셈이다. 차가 막히는 경우와, 거기에 오며 가며 보는 재미를 더하거나 빼면 운전을 하지 않고 전철로 다니는 것은 분명 훌쩍 남는 ..

'차 없는 사람, 상팔자'

어느 날 갑자기 차를 팔아버리고 제멋대로 다니기 벌써 다섯 달 가까이. 좋은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차를 팔 때만 해도 출퇴근 하는 불편함을 어찌하나 걱정했었는데 막상 실행해보니 걱정은커녕 오히려 즐거움이 가득가득하다. 무자식 상팔자? 자식없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하는 괜한 소리이며 이것은 틀린 말이다. 차 없는 사람, 상팔자? 이것은 맞는 말이다. 차량유지비는 놓아두고라도 주차난과 교통체증이 어디 돈으로 계산할 수 있던가. 차 없는 사람는 돈도 아끼고 정신적 고통도 없게 되는 것이니 최상의 팔자라 해야할 것이다. 나는 차를 팔아버리고 차 없이 다녀본 그 동안 이를 확인하였다. 차 없는 사람, 만만세, 차 없는 사람, 자유 그리고 또 자유. 차 없이 다니니 날아갈 듯 하고 느긋해지고 이런저런..

차 없이 살다보니---'붕어 세 마리에 천 원'

요즈음 해가 많이 짧아졌다. 전철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길은 벌써 어둠이 깔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나는 이 어둠과 살짝 차가운 이 날씨가 좋고, 또 이런 분위기의 우리집가는 골목길이 좋다. 전철역에서 10여 분 걸어가는 거리와 시간이 이 초겨울에 딱 좋다. 더 추워지면 춥다 하면서 내가 어리광을 부리지 않아야 할 터인데, 설마 머리가 하얗게 된 사람이 꾀를 부리고 엄살을 떨 것인가. ‘어떻게 해요?’ 순전히 단순 수공업식 붕어빵 1인 생산공장 앞에서 내가 물어본다. ‘3 마리에 천 원입니다.’ 전혀 장사꾼 같지 않은 총각사장님께서 덤덤하게 대답한다. 천 원 한 장을 주니 붕어빵 4 개를 준다. 하나를 더 넣어 주면서 ‘매 번 헛탕을 치셨잖아요’ 한다. 퇴근길에 맞춰 어둑어둑..

차 없이 살아보니(4)---'사는 대로 생각할까, 생각하는 대로 살까'

---차 없이 살아보니4/‘사는 대로 생각할까, 생각하는 대로 살까’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치고 만나는 것, 지나가는 세월의 흐름을 좇아 따라가 보는 것. 마을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전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전철을 바꿔 타려고 걸어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잠시 잊는다. 또는 마을버스마저 타지 않고 터벅터벅 골목길을 휘저으면서, 여러 군상들을 만나고 그 사이를 흘러가는 세월을 냄새맡는 것은, 시간의 절대적 양을 잊게 하여 시간의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그래서 물리적인 출퇴근 50분은 나의 시간계산으로는 ‘눈깜짝할만큼’ 금방 지나간다. 아름다운 연인과 먼 길을 가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만큼 지루하지 않고 좋다. 더욱 신기한 것은..

차 없이 살아보니(3)---회춘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차 없이 살아보니3/ 회춘을 하고싶지 않은가? 출근길에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젊은이들을 보면 나는 곧 30여 년 전 신입사원 시절로 돌아간다. 그 때를 회상하면서 혼자 속으로 ‘힛힛’ 거린다. 인천 주안에서 전철로 시청 앞까지 금호실업에 다니던 시절. 아침출근시간대는 1초가 억만금. 일각을 다투느라 들어오는 전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전철역 계단을 서너개씩 건너뛰다가, 옆에서 같이 헐레벌떡하던 어떤 녀석과 부딪치고서는 발을 헛디뎠다. 몇 달을 절뚝거리며 회사를 오갔었다. 얼굴이 계단 위에 박히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겼었다. 침을 맞을 생각도 못하고 무지하게 버티고 참으면서 출퇴근을 견뎌냈었다. 무서운 것 없이 그냥 무작정 뛰고 또 뛰었었다. 가진 거 하나 없었지만 뭐 그것을 걱정하지도 않았었다. 어렵..

차 없이 살아보니(2)---'차를 팔아버리셔요,네?'

--차 없이 살아보니2/ ‘차를 팔아버리세요’ 차를 파시면 어떠실지요, 여러분? 특히 출퇴근을 위하여 손수 운전을 하시고 계시다면 당장 차를 팔아버리시라고 강권하고 싶다. 차 없는 사람, 만만세, 차 없는 사람의 자유 그리고 또 자유. 차 없이 다니니 날아갈 듯 하고 느긋해지고 이런저런 잔걱정거리들이 없어졌다. 나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데 50분이 걸린다. 손수 운전하며 승용차로 다닐 때와 시간적으로는 거의 같지만, 막히면 2시간도 걸리는 경우를 생각하면 오히려 시간이 덜 걸리는 편이다. 항상 50분이면 출퇴근 시간이 충분하므로 예측이 가능하고 정확하여 또 좋다. 거기에 오다가다 부딪치게 되는 풍경들이 날 옛날로 돌이켜 세우기도 하고, 풋풋했던 날들을 떠올려주면서 오늘의 답답함을 풀어주기도 하고,..

차 없이 살아보니(1)---차 없는 사람이 최상팔자!

이런저런 생각 끝에 차를 팔아버린 지 어느덧 100여일, 처음에는 조금 어정쩡 불편하였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요즈음 출퇴근길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날아갈 듯 좋고 편안하다. 손수 운전하지 않고도 출퇴근을 확실히 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나는 유난히 기계성과 금속성에 거리감을 느낀다. 거리감을 느끼니 더 가까워지지 않고 또 더 멀어지는 것. 왠지 부담스럽다. 어떨 때는 괜히 어렵고 두렵기까지 하다. 나에게 손수 운전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하는 ‘마지못한 공부’나 마찬가지. 틈만 나고 찬스만 생기면 공부를 팽개치는 것처럼, 손수 운전을 피하고 하지 않으려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나는 장거리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손님이 있거나, 짐이 있거나, 여러 곳을..

'네 마음대로 해도 좋다.'

2004.8.4.수. 전철로 퇴근하면서 '오늘 나 차 팔았어' '왜요?' '차 없이 다니면 어떻게 되나 한번 볼려구' '다음에 무슨 차 살 거예요?' 어제 갑자기 차를 팔았다고 하니 우리집 '그냥'은 한편 놀라면서도, 다음에는 무슨 차를 살 건지 그게 벌써 궁금하다. 나는 가끔 엉뚱한 일을 저지르곤 한다. 4 년 전 어느 날, 조수석에 타고 있던 수남에게, '차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무슨 소린지 한 번 들어봐라' '나이가 들어가고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은 차로 바꾸는 거래' 수남은 이 기계맹의 답답한 심사를 풀어줄 생각은 않고는 동문서답을 하였었다. '지금 이 차가 어때서? 차는 그냥 잘 굴러가면 되는 거지, 바꾸긴 뭘 바꿔' 나는 수남의 권유를 크게 담아두지 않았었다. '차는 최소한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