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5.7.토.(2)‘아마세 기나레후’
호텔로비가 부산해진다.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들로, 손님들을 찾아오는 내국인들로, 어느 곳에나 이 시각이 되면 호텔은 부산하게 된다.
9시에 만나기로 하였는데 늦어지고 있다. 서울처럼 도로가 막히지도 않을 터인데 왜 늦어지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시간개념은 문명의 발달과 반비례한다는 내 나름의 판단이 또 맞는 모양이다.
덕분에 난 호텔로비에 앉아 이 사람 저 사람 감히 품평회를 열었다. 흑갈색, 흑홍색, 순흑색 그리고 백색 황색, 모두 섞여있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흑갈색, 흑갈색의 사내도 멋있지만 쭉쭉빵빵한 흑갈의 미녀는 출중하고 백미였다.
하얀 이를 내보이며 하얗게 웃는 그림이 그만이었다. 흑갈색의 얼굴에서 하얀 이가 살짝 들어나며 웃는 모습, 시골처녀의 수줍음도 아니고 도시처녀의 되바라짐도 아니고 순수자연미와 순수인간미가 어우러졌다고 할까.
아, 시절은 왜 나에게 이제야 이곳에 오게 하였나이까!
어디서 낯익은 냄새, 그러나 좀 더 찐하고 좀 더 독특한, 아니 야릇하다 해야 할까 싶은 냄새를 따라가 보았다.
호텔 로비 한 구석에 이런저런 오밀조밀한 어린애들 빠끔살이 같은 도구들이 널려져 있었다. 커피원두, 커피볶는 손바닥만한 솥, 향을 내게한다는 이름모를 풀, 꼭 밤송이 닮은 원주민 집 모형 미니어쳐, 그리고 작디작은 나무 의자들이 있었다.
더욱 진한 커피향이 진동하는데 그 속에는 흑갈색의 이국적으로 잘 다듬어진 매력녀가 배시시 웃으며 나를 반기며 눈짓을 하였다.
‘에티오피아 커피가 어떤지 맛도 보시고, 매력도 좀있는 나와 잡담도 해보시면 어떠실지?’ 하는 듯 하였다.
일컬어 우리식으로 ‘전통찻집’ 그러나 규모는 손바닥만 하였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검은 빛깔의 커피물이 거북스러웠지만, 독특한 커피내음과 흑갈색 미인의 눈웃음이 함께 어우러져 거부하지 못하였다. 매우 독할 것 같았는데 막상 마셔보니 그렇게 독하지는 않았지만 맛은 별로였다. 나의 막커피 수준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커피한잔을 마시는 동안, ‘멀리도 날아왔구나’ ‘나는 왜 이곳에 왔는가’ ‘나는 지금 무엇인가‘, 시공간을 뛰어넘어서 잠시나마 나를 둘러보며 또 그 철학자연 해보았다.
본격적으로 감기가 시동을 거는 것인가, 코맹맹이 소리가 나오고 목소리가 잠겨 들어갔다.
혹 이 독하게 보이는 커피를 마시면 없는 듯 사라져주지 않을까 엉뚱한 기대를 하면서 잘 넘어가지는 않는 커피를 바닥까지 둘러마셨다.
3.75Birr( 우리돈으로 약 4,000원)
잔돈이 없어서 나의 호텔방으로 넘기라 하였더니, 그 매력녀는 마땅치 않은 듯 머뭇머뭇거리는데,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신사가 기분좋은 참견을 하였다.
호텔로비가 부산해진다.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들로, 손님들을 찾아오는 내국인들로, 어느 곳에나 이 시각이 되면 호텔은 부산하게 된다.
9시에 만나기로 하였는데 늦어지고 있다. 서울처럼 도로가 막히지도 않을 터인데 왜 늦어지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시간개념은 문명의 발달과 반비례한다는 내 나름의 판단이 또 맞는 모양이다.
덕분에 난 호텔로비에 앉아 이 사람 저 사람 감히 품평회를 열었다. 흑갈색, 흑홍색, 순흑색 그리고 백색 황색, 모두 섞여있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흑갈색, 흑갈색의 사내도 멋있지만 쭉쭉빵빵한 흑갈의 미녀는 출중하고 백미였다.
하얀 이를 내보이며 하얗게 웃는 그림이 그만이었다. 흑갈색의 얼굴에서 하얀 이가 살짝 들어나며 웃는 모습, 시골처녀의 수줍음도 아니고 도시처녀의 되바라짐도 아니고 순수자연미와 순수인간미가 어우러졌다고 할까.
아, 시절은 왜 나에게 이제야 이곳에 오게 하였나이까!
어디서 낯익은 냄새, 그러나 좀 더 찐하고 좀 더 독특한, 아니 야릇하다 해야 할까 싶은 냄새를 따라가 보았다.
호텔 로비 한 구석에 이런저런 오밀조밀한 어린애들 빠끔살이 같은 도구들이 널려져 있었다. 커피원두, 커피볶는 손바닥만한 솥, 향을 내게한다는 이름모를 풀, 꼭 밤송이 닮은 원주민 집 모형 미니어쳐, 그리고 작디작은 나무 의자들이 있었다.
더욱 진한 커피향이 진동하는데 그 속에는 흑갈색의 이국적으로 잘 다듬어진 매력녀가 배시시 웃으며 나를 반기며 눈짓을 하였다.
‘에티오피아 커피가 어떤지 맛도 보시고, 매력도 좀있는 나와 잡담도 해보시면 어떠실지?’ 하는 듯 하였다.
일컬어 우리식으로 ‘전통찻집’ 그러나 규모는 손바닥만 하였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검은 빛깔의 커피물이 거북스러웠지만, 독특한 커피내음과 흑갈색 미인의 눈웃음이 함께 어우러져 거부하지 못하였다. 매우 독할 것 같았는데 막상 마셔보니 그렇게 독하지는 않았지만 맛은 별로였다. 나의 막커피 수준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커피한잔을 마시는 동안, ‘멀리도 날아왔구나’ ‘나는 왜 이곳에 왔는가’ ‘나는 지금 무엇인가‘, 시공간을 뛰어넘어서 잠시나마 나를 둘러보며 또 그 철학자연 해보았다.
본격적으로 감기가 시동을 거는 것인가, 코맹맹이 소리가 나오고 목소리가 잠겨 들어갔다.
혹 이 독하게 보이는 커피를 마시면 없는 듯 사라져주지 않을까 엉뚱한 기대를 하면서 잘 넘어가지는 않는 커피를 바닥까지 둘러마셨다.
3.75Birr( 우리돈으로 약 4,000원)
잔돈이 없어서 나의 호텔방으로 넘기라 하였더니, 그 매력녀는 마땅치 않은 듯 머뭇머뭇거리는데,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신사가 기분좋은 참견을 하였다.
‘내 앞으로 달아 놓으라’ 그는 단순하게 호텔관계자라고만 말 할 뿐, 그 이상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고도의 호텔영업판촉인가 아니면 오늘 아침 나의 적선이 벌써 되갚음하며 돌아온 것인가.
하찮은 커피값이지만 낯선 외국인의 호의가 전혀 싫지 않았다.
“하루 착한 일을 한다고 해서
복을 금방 받는 것은 아니지만
화는 스스로 멀어진다.
착한 일은 봄 뜰의 풀과 같아서
그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날이 자라나는 것이다“,
고도의 호텔영업판촉인가 아니면 오늘 아침 나의 적선이 벌써 되갚음하며 돌아온 것인가.
하찮은 커피값이지만 낯선 외국인의 호의가 전혀 싫지 않았다.
“하루 착한 일을 한다고 해서
복을 금방 받는 것은 아니지만
화는 스스로 멀어진다.
착한 일은 봄 뜰의 풀과 같아서
그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날이 자라나는 것이다“,
하였는데 오늘아침 산책길 구두닦이 소년에게 준 팁이 벌써 이만큼 자랐다는 말이더냐.
이렇게 돌고 도는 세상이라면 벌써 좋은 세상이었다.
사람들아, 아웅다웅 싸우지들 마시고 부디 착한 일 하자스라.
커피를 마시고 서둘러 호텔방으로 갔는데, 이놈의 ‘잊은 머리’가 또 여기까지 따라왔단 말이던가. 방열쇠를 어딘가에 놓고 왔는지 주머니에 없었다. 아침식사를 하던 호텔식당에 놓아두었을 것이다, 가보았더니 이미 열쇠는 호텔프런트에서 비시시 웃으며 정신나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도 이제 한물 갔어, 그래도 이렇게 가끔 호들갑 떠는 게 건강에 좋아, 무엇인가를 버려야 채울 것 아니냐, 잊은-머리, 건망증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단 말야, 쨔샤, 완벽결벽절벽삼벽아’ 즐겁게 꼬아대면서 ‘Have a nice day'하는 것이었다.
오늘 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현지어로 ‘‘아메세 기나레후’’, 모든 것이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었다.
이렇게 돌고 도는 세상이라면 벌써 좋은 세상이었다.
사람들아, 아웅다웅 싸우지들 마시고 부디 착한 일 하자스라.
커피를 마시고 서둘러 호텔방으로 갔는데, 이놈의 ‘잊은 머리’가 또 여기까지 따라왔단 말이던가. 방열쇠를 어딘가에 놓고 왔는지 주머니에 없었다. 아침식사를 하던 호텔식당에 놓아두었을 것이다, 가보았더니 이미 열쇠는 호텔프런트에서 비시시 웃으며 정신나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도 이제 한물 갔어, 그래도 이렇게 가끔 호들갑 떠는 게 건강에 좋아, 무엇인가를 버려야 채울 것 아니냐, 잊은-머리, 건망증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단 말야, 쨔샤, 완벽결벽절벽삼벽아’ 즐겁게 꼬아대면서 ‘Have a nice day'하는 것이었다.
오늘 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현지어로 ‘‘아메세 기나레후’’, 모든 것이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었다.
(내블로그 '자연.자유.자존', 에티오피아출장여행기, 2005.6.8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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