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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사지(아디스아바바 가는 길, 태국 공항 환승대기장에서)(2005.5.19)

햄릿.데미안.조르바 2024. 1. 8. 15:00

아디스 아바바행 에치오피아 항공 출발시각은 밤 8시 40분, 남은 시간들이 너무 널널하다.
자유시간이 내 앞에 떠어억 버티고 서서 ‘날 잡아 잡수쇼’ 할 때가 나는 제일 힘들고 괴롭다.
더군다나, 공항 안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보니 더 답답하고 괴롭기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옛날 생각을 떠올려 봐도 공항 안에서 뭐 특별한 것이 있을까 보냐,
어찌 시간을 떼울지 망막하기만 하였다.

눈에 얼른 들어오는 것이 ‘발 마사지’
30분에 400바트, 60분이면 600바트(우리 돈으로는 바트당 30원을 곱하시라.)
머리도 마사지 해주고 어깨도 풀어주고 발도 마사지 해주는, 토탈마사지는 60분에 1,000바트. 태국 물가로 따지면 대단한 가격이다.

체질적으로 마사지를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또 스쿠르지 영감 이상가는 짠돌이에다가 돈을 들어오게만 하고 나가게 하는 것은 잘 몰라 쓰는 것도 잘 모르는 별종이지만, 오늘은 돈을 쓰지 않고 버티는 다른 길이 없었다.
큰 마음 먹고, ‘토탈 마사지’!
쪼르르 두 아가씨가 달라 붙는다. 오해 없으시라. 발에, 그리고 어깨에 달라 붙었다는 것이니, 훤히 안팍이 보이는 곳에서.

요즈음 가끔 편두통끼도 좀 있기도 하였고, 그 동안 오른쪽 팔 어깨가 시원치 않아 왔으니, 이 참에 뿌리를 뽑을 수는 없을까, 에치오피아 가면 먹는 것도 변변치 않을 것이고 기후도 특별할 것인데, 미리 이 곳에서 운기조성하여 가면 되겠다, 3만여원을 투자하고서는 나는 벌써 본전을 뽑고 그 위에 무슨 신통방통한 기운까지 바라고 있었다.
마사지하는 아가씨들은 이 시컴한 속도 모르는 채 부지런히 만지고 누르고들 있었다.

이런 호사라니, 3만여원을 가지고 젊은 아가씨 둘씩에게서 마사지를 받고 또 답답한 시간도 때우고 그리고 운기조성까지 하게 되었으니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정말 복 터진 사람이었다. 누가 이런 호강을 할 것인가. 정말 누구는 복 터진 나하고 결혼 잘 한 것이야!, 나는 잠시 꿈 길을 걷고 있었다.
스르르 잠이 들다가 나갔다가 비몽사몽 간에 어느 새 60분이 지났는지 아가씨들이 끝났다고 일어선다.

마사지하는 시간은 이렇게 금방 지나가는데,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나 또 지루할 것인가.
똑 같은 시간의 양이지만 어느 것은 빨리 지나가고 또 어느 것은 더디게 지나가는 것 같으니, 내 마음대로 시간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을까.
가끔 해보는 엉뚱한 생각이지만 우리의 시간은 ‘절대적 시간’과 ‘상대적 시간’이 있다 하지 않은가, 그 중심에 내가 서 있을 것이며 어떻게 시간을 느끼고 움직이느냐는 나 하기 나름 아닌가.

내가 나비이기도 하고, 나비가 나인 것 같기도 하다고 하였던 장자의 이야기도 있었으니, 비몽사몽 간에 나의 이해는 그럴까도 싶고 아닐 것도 같고 도통 간질간질하기만 하였다. 시간이여 훨훨 날아서 빨리 지나가거라, 훠이훠이 소원하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가는 길, 답답한 방콕공항 환승대기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