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상사를 떠나면서3; '가지않은 길3'...‘농산.식품사업 본부장 2’를 맡을 수 없다하고, 그 날로 ‘사표’를 냈다.
유사장님실을 나와서, 나는 바로 농산부 과장급이상 긴급회의를 가졌다.
농산사업본부를 둘로 나눠서 그 중 하나(농산부+덕평땅콩공장)를 나보고 맡으라 하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떠한지 물었다.
그들 생각은 분명하였다. ‘이사’로 승진시켜서 ‘본부장’을 맡으라는 것이 아니고, ‘수석부장’으로 ‘본부장’을 맡게 하는 것이 속보이는 인사조치라는 것이라며,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였다. ‘뭐 이왕 할바엔 이사승진을 시켜주고, 그에 걸맞게 ’본부장‘을 시켜줘야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어정쩡한 인사를 하다니 말이 되지않는다는 평이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직원들에게 의견을 들을 것이 아니었다. 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여, 예스노를 결정해야지, 부화뇌동하게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었으니 불평불만의 의견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것.
보통 전체회의를 부치면 강경론이 항상 우세하지, 합리적 의견은 뒤로 숨게 되어있는 것 아닌가?
특히 사업상의 일들은, 민주주의식 투표로 의사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절대고수의 의견으로 최종확인해야하는 것임을 나는 철칙으로 믿는다...
직원10이 반대해도, 전결권자인 최고수인 내가 오케이하면..밀고 나가는 것처럼. 때로는 많은 사람이 바라는 것이 ’옳은길‘일 수도 있으나, 사업에서는 한사람의 최고수가 결정하는 것이 실패를 하지않은 바른길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
(나는 어쩌면 정차장등의 반대의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 스스로 결정하지는 못하고 은근히 다른사람들의 의견을 빙자하여, 다른길을 가려는 명분을 쌓겠다는 듯이, 하였던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는, 이 기회에 해태상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는 것이 어떨까? 재벌회사 특히 해태그룹의 의사결정구조를 보면, ‘임원’들은 허수아비 또는 거수기 노릇을 하는 것이지, 경영의 핵심노릇은 허울뿐이었다.
임원이 되기전까지는 무슨 일이든, 거침없이 해내던 부장들도 막상 임원이 되면, 자기소리를 잃고 허수아비 또는 거수기 노릇하기 바쁘지 않던가?
그럴바에야, ‘자유’를 잃고 시키는대로 하는, 남의 종노릇을 할바에야 차라리, 더 늦기전에 내사업을 찾아나서는 것이 ‘바른길’아닐까 싶었다.
‘이사’승진이 되면, 그때 나가기에는 너무 늦다, 승진까지 시켜줬는데 바로 박차고 나간다는 것은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배은망덕이라는 굴레를 쓸 수밖에 없을 터이니, 수석부장일 때 지금 나가는 것이 더 명분이 있지않은가?)
지금 창업하기에는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 잠시 ‘동양’으로 옮겨서 백지 위에 내가 그동안 배운 것을, 내뜻대로 펼쳐보다가 잘 되지 않으면 그때 그만 둬도 되지않겠는가? 일단, 1년은 너무 짧고 최소한 3년정도면 무슨 결과든 나오지 않겠는가 싶었다.
‘동양’에서 그만두는 것은 아무래도 '이사'가 된 후 해태에서보다는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
물론, 내가 ‘동양’에서 자리를 잘 잡으면(해태그룹의 의사결정구조와 달라서, 동양에서는 임원들의 의견이 경영에 십분 잘 반영된다면, 임원으로서 그룹경영에 적극 참여할 수도 있을 것 아닌가?), 굳이 새로이 내가 '창업'을 하지않아도 될 것이니, 두가지 길을 함께 도모해볼 수 있을 것 아닌가 싶었다.
(반 장난 삼아 시작한 일이,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아니 정말 '의도했던 대로'...'나의 운명'이 가고자 하는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소위 '만사개유정'이었다?)
나는 이미 내가 가야할 앞날을 이미 정해놓고, 게임을 준비했던 것, 아닐까? (맞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현재, 지난날 일어났던 것들을 생각해보면, ‘운명’은 이미 정해져있었다는 생각이 들지만=만사개유정이지만, ‘동양’을 거쳐 나는 ‘대평원’을 창업하였고, 지금 아직도 대평원의 대표이사를 하고있지만, 돌이켜보건대, 해태에서 회사가 시키는대로, 제2본부장이 되고, 또 정식으로 ‘이사’로 승진되고...또 다음은...해태그룹이 IMF때 해체되는 비운을 맞았으므로 내가 대표이사사장까지는 못갔겠지만...해태가 망하면서 ‘남은 직원들’과 함께 또다른 회사를 그때 차릴 수도 있었는데...나의 ‘운명’은 다른 길을 나에게 안내하였다...
대평원의 대표이사가 더 좋은지, 아니면 해태직원들과 함께 세웠을 무슨회사 '새해태'(?)의 대표이사가 더 좋았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겠지만...‘운명’이란 무엇인지, 지금 여러생각들이 왔다갔다 한다.)
나는 다음날로, 유사장님을 찾아가 ‘2본부장’을 맡지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유사장에게는 청천벽력같은 나의 대답이었다. 나를 위하여 회사가 해줄 수 있는 최고.최상의 자리를 마련해주었는데, 당사자인 놈이 ‘철밥통’을 걷어차버리니 망연자실도 그런 날벼락이 없었다.
유사장은 나에게 왜그러느냐 무엇이 불만이냐며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지만, 나의 대답은 일관되게, 2본부장을 맡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않으며, 특히 본부장은 ‘부장’하고는 다른데, ‘자유분방’한 내가 맡고 차지하기엔 나에게 너무 큰부담이 되어서, 맡을 수가 없다 하였다.
내가 들어봐도, 어디 ‘선문답’도 이런 선문답이 없고, 밥상을 차려주니 맛있게 먹어줘야 할 당사자가 밥은 먹지도 않고 밥상부터 걷어차버리는 형국을 만들다니, 참 괴이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이런 것이 ‘운명’일까? 왜 나는 ‘2본부장’을 걷어찼을까? 왜? 명분도 없이..
만일, 나로 하여금, 그때당시의 그날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하게 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해태상사’의 본부장을 맡을까 아니면, 신설법인 ‘동양글로벌’의 ‘이사’로 갈까?
단연코, 두말하지않고, 나는 전자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동양’을 선택한 것은 말하자면 10대 사춘기의 반항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나의 ‘열병’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그래서 그것은 나의 의지가 반영된 ‘운명’이었다.)
‘자유분방함’을 더 이상 누리지못하고, 그룹의 거수기노릇 또는 허수아비노릇을 해야한다고 ‘본부장’거절 이유를 들었지만, 그것은 그때당시로서는, 명분이 되지않았다.
누구든지, ‘본부장’을 시켜주지 않아서 고민이었지, 본부장을 이미 시켜준다는 것은 ‘이사’를 보장한다는 것인데, ‘임원으로서의 자유’운운하면서 거절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설득력이 부족하였다.)
(혹자는 그당시, 내가 양다리를 걸쳤다고 하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동양글로벌과는 아무런 약속도 없었고, 더군다나 ‘임원예약’은 근처에도 가지않았다.)
나는 그날로,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유사장은 2본부장을 맡지않기로 한 것은 존중해줄터이니, 사표는 내지않아도 된다고 하였으나, 나로서는 ‘사직서’를 내야한다고 생각하였다. 회사의 인사명령을 받아드리지못하니 마땅히 사표를 내야한다는 것. 사표를 내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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