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상사(주)에서(1980-1995)

해태상사 입사...또다른 ‘운명’, 택시에서 만난 날짜 지난 신문이 나를 해태상사로 불러드렸다.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2. 18. 18:53

/해태상사 입사...또다른 ‘운명’, 택시에서 만난 날짜 지난 신문이 나를 해태상사로 불러드렸다.

1980년 4월1일, 해태상사에 입사하였다.

그것은 운명인가? 이에스, 그것은 운명이었다~!

 

금호실업을 퇴사하고(1980.2.28?) 청계천 세운상가의 신설무역회사에 나가고 있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1차적으로 율산에서 근무하던 1년위 일고선배의 업무를 보조하면서 내업무를 개발해나가는 것이었다. 막상 내업무를 개발하려니 무엇을 해야할지 난감하기만하엿고 금호에서 취급하였던 비철금속사업은 소규모 신설무역회사와 전혀 맞지않다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않앗다.

우선은 임시방편으로다가 그 선배의 품목을 보조하기로 하였다. 김을 말리는 대나무 제품(김건조대)이었다. 아, 내가 이런 품목을 취급해야 하나 그것도 보조역할을 하면서 해야하나 하면서 수입인증을 위해 은행을 다녀오는 중이었다.

택시안에서 며칠전 신문이 하나 떨어져있었는데, 유독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해태그룹의 신설무역회사에서 경력사원을 뽑는다는 것.(당시 재벌그룹들 사이에서는 종합상사를 그룹사의 해외창구로 두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 10대종합상사그룹보다는 규모가 조금 작지만, 코오롱.한화.삼미사.진로등이었는데 거기에 해태그룹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원서접수 마감일을 보니 바로 그날이 오늘이었다.

(왜 그때, 그 택시안에서, 그것도 한참 날짜 지난 ‘신문’이 아닌 ‘구문’이 내 눈에 띠었을까?

신의 장난? 장난의 운명 아니 운명의 장난 아닐까? 누가 이런 각본을 쓸 수 있을까?)

 

원서제출 마감일이 오늘이면 어때? 아직 마감이 끝난 거 아니잖은가?

나는 이런 경우, 무조건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본다.

해태제과는 그때 양평동에 있엇지만 해태상사는 무교동 동민빌딩에 새로이 사무실을 차려 본격적으로 ‘종합상사’ 활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택시에서 바로 내려 불이야불이야 문방구에서 이력서를 만들고 무교동 해태상사 사무실로 달려갔다. 이력서 하나만 들이밀고 나머지 서류(졸업증명서.성적증명서.자기소개서등)는 곧 보완하는 것으로 원서접수 해달라고 밀어붙였다.

담당직원은 난감해하고 나는 밀어붙이니 총무과장이 나왔다.

총무과장은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몇 번 짓더니 하하하 ‘좋아요’

간단히 나의 이력과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니 총무과장은 3일내 서류를 보완하는 조건으로 원서 가접수를 받아주었다.

궁즉통.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절대로 맞는 말이었다.

금호실업 원서 낼 때와 같이(서울대 식품공학과로 추천서 1부가 이미 보내졌지만, 내가 한장 더 달라해서 추가로 접수시켰다.), 해태상사 원서 낼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것은 나의 운명이었다. 운명이 이끄는대로 가는 수동적인 숙명적인 내 운명이 아니라, 내 자유의지가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반영된 나의 운명.

(서울대 식품공학과 졸업에 금호실업 종합상사 근무경력이면 해태상사 경력사원으로서 매우 좋은 후보였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해태상사는 논문시험과 면접시험을 거쳐서 사원을 채용하였다.

논문의 시험문제는, 한국수출입국을 위하여 종합상사의 역할과 문제점?에 대하여 논하라였는데, 종합상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나에게는 그리 어려운 주제가 아니었고, 면접시험에는 다른 경쟁자들에게 크게 뒤지지않았으니, 합격은 따놓은 당상이 되었다.

세운상가의 신설회사에는 매우 미안한 노릇이었지만, 해태상사에서의 합격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택시안에서 신문광고는 운명의 여신의 손짓이었고 나는 그 손짓을 제때 잡아채고 제대로 대응하면서 해태상사와의 운명의 인연을 새로이 하였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내가 마감후 원서접수하여 합격되어서, 수산대식품공학출신의 일고선배 노희0는 해태음료로 재배치시키고, 일고동기인 연세대 식품공학출신인 정종0는 보해식품에서 근무...보해그룹의 식품개발의 요직을 담당하게 되었다.)

내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운명을 어떻게 되었을까? 해태상사에서 근무하는 것이 더 좋았을까 아니면 해태음료나 보해식품에서 더 맞는 일을 찾아서 더 훌륭하게 회사생활하는 것이 더 좋앗을까? 어느 운명이었을까?

누가 우리의 삶은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 하였는가?

나와 해태상사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