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금호실업(주)에서(1977-1980)

'종합상사' 금호실업에서...농수산식품과에서 꿈에 그리던 ‘종합상사’근무를 시작하다!!!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2. 16. 17:41

 

/'종합상사' 금호실업에서...농수산식품과에서 꿈에 그리던 ‘종합상사’근무를 시작하다!!!

식품공학전공인 나는 당연히 경공업사업부의 농수산식품과에 배치되었다.

처음 종합상사에서는 이공계전공자들이 아닌 일반문과출신들이 해외사업의 일선을 담당하였지만 수출산업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문과생출신이 다루기에는 기술적측면이 계속 부각되고 있었다. 그래서 각 종합상사의 인재채용경향이 각 전문분야마다 그 분야의 전공졸업자들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래서 나에게도 종합상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숨은 까닭이었다.

(문과생 위주의 인재채용에서 분야마다 이과전공자들에 종합상사에 입사할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금호실업에서 농수산식품수출에 식품공학전공자를 최초로 채용하게 되었고 그 최초의 수혜자가 내가 발탁된 것. 운명은 운명이었다. 누가 이런 이런 인연의 실타래를 풀어내고 그 실타래에 내가 관련지어졌다는 말인가?)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식품공학전공자를 채용해야겠다고 회사의 인사부서에 요청한 사람 장본인은, 후술하는 농수산과장인 정형0과장의 아이디어였다는 것...식품수출현장에서 이런저런 상황을 겪다보니 문과생보다는 아무래도 식품관련 전공자의 전문지식이 절대로 필요하였다는 것. 문과생들의 일반지식은 관련상품의 전문지식에 접근하는 게 어느 지점에서 분명 어떤 한계를 느꼈다는 것. 그래서 나같은 ‘돌팔이 식품공학전공자’가 종합상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는 비하인드이야기.

그동안 문과생 위주의 신입사원 모집에서 이과전공자도 함께 채용하게 되었다. 농수산과에서만 끝나지않고 금호실업 전사업부서로 확대되어 이과전공자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게 되었다. 즉, 화학사업부서는 화학전공자를, 철강사업부서는 금속공학전공자를, 섬유수출부서에서는 섬유공학과출신을 모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세상사 서로 엮이고 꼬여서 서로 인연되어 만나고 있었다.)

(같은 경공업부에는 가발.낚싯대등 잡화를 수출하는 ‘잡화과’가 있었는데 그 유명한 장하성이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나의 입사동기이자 서중44회, 2년후배, 헌법재판관이던 김이수부부의 절친, 나의 집사람과 라운드테이블맴버. 그때 그는 낚싯대수출담당이었고 바로 나의 옆자리에 있었다. 그는 신입사원시절인데도 매사 단호하였고 논리가 정연하고 주장이 항상 매섭게 뚜렷하였다.

세상의 인연이란 이렇게 우연같이 서로 만나 모이고 또 헤어지는 것.

금호그룹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가진게 몸밖에 없는 나는 우여곡절 끝에 해태상사로, 집안의 지원세력이 많은 그는 미국유학길에 오르고 돌아와서 고대 경영대 교수가 된다...운명은 이렇게 서로 다른 길을 걷게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인가.)

 

나는 처음에는 염장미역.패조개수출사업의 조수역할을 하였다. 주로 일본에 수출하는 사업이었는데 주 고객은 재일교포사업가들이었다. 조금 내용을 알고 보니, 그들과 직접 거래하는 것이 아니고 국내에 거주하는 그들의 에이전트들과 거래상담하는 것이었다.

더 깊이 들어가보면 모든 계약행위는 이미 일본바이어와 국내대리인 사이에 이루어져 있고, 금호종합상사는 수출창구로만 이용되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그때 정부는 수출 최우선주의 정책을 전개하고 있었는데 수출신용장을 가져오면 수출지원명목으로 특혜금리로 대출해주므로 이의 차익을 노린 비즈니스였다. 소위 ‘대행수출’중심이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수출’이 아닌 ‘대행수출’이었다.

(지금 기준으로는, 이런 품목까지 수출을 하였나 의아해하겠지만, 70년대 우리나라의 수출품목의 상당부분은 이렇게 1차산업생산품이 모이고 모여, 100억불이 되었고 그중 1억불 수출을 하면 정부는 ‘종합상사’라는 타이틀을 지어주었다. 직수출보다는 ‘대행수출’이 상당부분 차지하였지만 우리의 초창기 수출산업은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무에서 유를 창출해가는 불굴의 대한인의 노력이 크게 공헌하였다.)

 

(어찌되었든, 신입사원인 나로서는 온갖 무역용어뿐 아니라 비즈니스상담에 걸쳐있는 기본지식이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이과출신이다는 보이지않는 콤플랙스도 있었으니 어찌하면 본격상담에 도움이 될만한 참고서나 기본지식을 배울 수 없나 혼자 고민해보았지만 쉽게 그 길이 보이지않았다. 참다못해 나는 사수역할을 하는 양예0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돌아오는 답은 간단심풀하였다.

그;‘뭐 그런걸 고민하나? 하다보면 다 알게 돼!!!’

나;@@@@

 

매사 근거가 없으면, 논리가 뒷받침되지않으면 조금도 앞으로 나가지않는 나에게는 앞길이 캄캄막막하였다.

아, 그러면 그렇지...종합상사 근무가 어디 쉬운 일일까보냐. 나는 이상하게도 종합상사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한편으로는 단단히 각오를 해야겠구나 다짐하게되었다.

어느사이 세월은 쏜살같이 지나가 신입사원으로 근무한지 1년여가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