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출장여행기

미국여행기 7-2--미국 대평원에서 둘째날, 세인트루이스 공항에서 '모든 것을 편하게 생각하라'

햄릿.데미안.조르바 2002. 9. 7. 17:49

미국여행기 7-2----------미국 대평원에서 둘째날, 세인트루이스 공항에서

2002.9.7.토, 오후 3시 33분, 미중부 시각Central time,

센트루이스 공항, 탑승구 D4, 캔사스시티행.

 

오마하에서 1시간여 비행, 세인트 루이스 공항에 도착하여,

다시 캔사스시티행 비행기를 기다린다.

거대한 어떤 조직체계가 느물느물대면서 움직이는 것 같다.

미미한 인간은 겁먹은 표정으로 단지 따라만 갈 뿐 달리 의지를 실을 수가 없다.

휩쓸려서 흘러갈 뿐인 것이다.

알 수 없는 어떤 조직의 흐름과 속도에 단지 맞추어질 뿐 다른 방법이 없다.

따라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떨어져나가야 하고, 따르면 흐르는 속도에 자신을 맞추어야 살아남는다.

우선적으로 해야할 것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생각없이 따라하고,

사람들과 그냥 익숙하게 친해져야 한다.

 

갑자기 탑승구 앞이 복잡하고 소란해진다.

어디서들 하나둘 나타나는지 대기실이 벌써 모두 차버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직 출발시각까지는 많이 남아있기는 하였지만, 승객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혹 무엇이 잘못되었나 해서 폐쇄회로에서 켄사스시티행 비행기 AA3117을 찾고서야 안심을 하였었다.

 

동시에 뱃속이 허전하여 소위 자율식당, 카페테리어에서 볶음밥과 수프를 주문하였는데, 혹시나 했는데, 맛은 역시나 였다. 나는 미국식은 맞지않고 한국식이 좋아서 국제적 인물이 되기에는 전혀 아니었다.

다행히 요구르트는 크게 나쁘지 않아서 빈 배를 그런대로 보충할 수가 있었다.

 

식탁의 앞자리에는 초로의 신사가 말을 걸어왔다.

지난 70년초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근무했었다는 내용을 중얼중얼 하고 있었다.

아직도 나의 영어는 잘 들리지도 않았으므로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와 이야기해야 하는 외로운 시간을 사는 듯 보였지만, 피곤한 동양인이 그를 위무할 여유는 없었다.

시간이 여유가 있고, 몸이 어느 정도 정상적이었다면, 평소의 나는 말을 부쳐서라도 영어를 더 가까이 하려고 했을 터.

오늘은 마음뿐이었다.

 

거울을 보니 며칠사이 머리가 더 희어지고 얼굴은 반쪽이 되어 있다. 심신이 힘든 것이구나.

나이를 속일 수 없다는 것, 누가 세월을 이길 수 있으리.

발걸음이 천근만금 되며 무겁고 또 무겁다. 앉으면 졸립고 그러나 잠은 오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을 편안하게 생각하라.

넉넉하게 마음을 잡고, 마음을 채근하지 말며, 절대로 조급함을 보이지 말 것. 53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