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출장여행기

미국 출장여행기 7-1--미국 대평원에서 둘째날, '호수만 아는 자에게 바다가 더 넓다고 해야 할때'

햄릿.데미안.조르바 2002. 9. 7. 17:48

미국 출장여행기 7-1------------미국 대평원에서 둘째날--- 미중부 Omaha오마하에서

 

조금이라도 잠을 다시 더 잘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토막잠이었지만, 효과가 있었다.

그동안 누적된 피곤이 조금 해소된 듯 몸이 한결 가벼웠다.

 

모닝콜을 부탁했던 시각이 오전 8시.

그 전에 눈을 떴으니 7시 30분경에 일어난 것.

변의를 느끼고 일어났는데, 어제밤에 처리하지 못했던 나머지가 왠일인지 별 저항없이

제 갈길을 간다는 것이었다.

그 동안의 피곤과 긴장으로 장이 놀랐구나 했는데

드디어 저항을 끝내고 미국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구나 싶어 기뻤다.

모멕 사무실에서 억지로 한 방울씩 미국에 와서 두 번이 전부였으니

오늘 새벽의 일은 즐거움에 틀림없었다.

 

해외출장 경험으로는 배변이 제대로 돌아왔다는 것은,

시차가 극복되었고,

언어도 들리기 시작하고, 음식도 입에 맞추어지고

이름하여 현지적응이 완성되었다는 신호.

 

어제밤 서울 사무실로 전화한 요금이 74불.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여 확인을 요청하였다.

호텔 종업원은 빠른 영어로 설명을 하는데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있나.

어찌되었든 정상적으로 부과된 것이니까 딴소리 왜 하느냐인데,

그대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다시 천천히 말을 하며, 내용을 좀 써달라고 하였다.

담당은 왠 뼈다귀 하는 눈치지만,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의 동양인을 다시 살핀다.

아침식사 하는동안 전화한 시간 등 자세한 자료와 근거를 프린트하여 달라고 하고,

나는 느긋하게 아침식당의 준비된 식단을 하나하나 맛보기로 하였다.

 

커피가 서브되고, 잠시 후 나는 그레이트푸룻 쥬스를 가져다 마셨다.

서울에서는 오렌지 쥬스나 사과쥬스 등 다른 과일쥬스를 마실 수 있어도

이것은 마셔볼 기회가 흔치 않지 않은가.

곁에 있는 딸기도 가져왔다. 와플같은 빵이 그런대로 내 입에 맞을 거같아 먹고 있는데

저쪽 호텔 입구에서 키가 큰 빌이 성큼성큼 들어오고 있다.

 

오늘,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빌은 다시 좋은 미국인 공급자가 되어 있었다.

지난 계약에서 선적시기를 빌은 당연히 ‘즉시 선적’하는 것으로 이해하였지 누가 6개월이나 기다리는 것으로 예상했겠느냐는 것.

한국의 팝콘협회는 국제적 통상조건을 일방적으로 무시하였으며, 언제나 ‘마이웨이 또는 하이웨이’만을 주장하는 엉터리라는 주장이었다.

 

어제는 왜 그렇게 흥분하여 심지어 화까지 들어보였던 것에 대하여 더 이해가 되었다.

오늘 아침 다시 빌의 주장을 들으니 확실하게 선적이행을 할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안심이었다. 어제의 빌은 어떤 엉뚱하고 나쁜 의도를 가지고 밀어붙였던 것이 아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어쩌면 미국의 농산물 공급자도 일반무역상들하고는 다른, 기본은 순박한 농부였던 것이다.

다만, 우리가 맨처음 계약할 때 선적조건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구분하여 확인해 주었어야 했었다. 그런데, 소위 별 문제가 되겠어, 궂이 사소한 것으로 서로 귀찮게 할 필요가 없지, 항용 일어나는 한국인 특유의 대범함, 작은 일을 따지는 것은 자칫 쫀쫀이 또는 짠순이,

당연히 통크게 보여야지, 그냥 넘어가야지 따지긴 뭘 따지냐 였을 것.

터지고 나면 그 때야 부랴부랴 얽히고 설킨 매듭을 찾아 풀어보려 하지만,

어디 터져버린 다음에야 어디 마땅한 풀이가 어디 쉬운가.

 

시간과 비용은 몇 갑절이 들고, 머리는 얼마나 돌려야 하는가.

다행히 풀어가는 길을 찾으면 행운이고, 대부분 몸으로 떼우고 돈으로들 매꾸게 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경우.

우리는 이러한 경우수를 수 없이 봐왔지만, 어리석은 자들이여 바로잡을려고 하지는 않고

변명과 아집으로 해법을 무시해 버린다.

호수만을 알고 호수가 제일 넓다고 주장하는 자에게, 바다가 더 넓다고 아무리 설명해준들

받아드리지 않으면 그것은 헛일.

김상무는 그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하는가.

한동안 열심히 일을 배우더니 요즈음 자세가 옛날 같지 않다.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시늉인데, 콧등으로 흘러가는 나의 소리가 못내 잔소리가 되어

허공에 맴도니 안타까울 뿐이다.

누가 알아줄 것인가. 모두가 다 자기 할 나름인 것을.

나중에 누구를 원망한들, 누구를 탓할 것인가.

 

서울의 입장을 하나하나 설명하다보니, 일반적인 조건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환경을 설명하려다보니, 말이 길어질 수 밖에.

따라서 먹고싶은 아침식사를 충분하게 흡족하게 못 하고 말았다.

서둘러 메론 한조각, 딸기 몇 개, 우유 한컵을 잽싸게 군대식으로 입안에 집어넣고서는 체크아웃 창구로 갔다.

 

전화요금 74불을 특별히 취급하여 50% 할인해 주겠다고 한다. 호텔의 서비스 해당분을 모두 포기하면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빌이 보기좋게 설명을 잘 해주어서인지, 아니면 나의 주장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져서인지,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나의 주장을 상대방이 존중해 주었으니, 이것이 또 미국의 힘이구나 싶기도 하였다.

비판없이 무조건 수용해버리는 것은 좋은 습관이 아님을, 일단 근거를 확인해 보고, 나의 방식으로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전혀 지나친 것이 아님을, 이 미국땅에서 재확인 한다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확실하지 않으면, 뭔가 상식에 어긋나 보이면, 확인하라. 밑져야 본전이다.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너의 당연한 권리이다. 쪼잔해 보일지 모른다는 비겁하고 열등한 생각에서 과감히 벗어나고 탈출해야 한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원칙에서 시작되는 사회.

우선 많이 알아야 한다. 우선 당당해야 한다.

 

절대로 미리 지레짐작으로 포기하지 말고, 그럴 것이라고 먼저 받아들이지 말 것.

영어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영어로 충분히 알릴 수 없다고, 미리 포기하거나 미리 주눅들거나, 하는 것은 ‘웃기는 일’

미국에서는 더욱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안 들리면 다시한번, 못 알아들으면 다시 한번, 하면 된다.

남의 말을 못하기는 피차 일반, 미리 꿀릴 것 없잖은가.

영어를 잘 못 듣는 것, 영어를 잘 못 하는 것,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절대로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랑하고 늠름해야 한다.

너는 우리말을 하나도 못 하잖냐.

 

오마하 공항은 호텔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

빌에게 자유로운 주말을 어서 빨리 선물하고 싶었다. 그는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와이프가 시골생활이 싫어서, 가족들은 오마하에서 빌은 시골 팝콘농장에서, 주말마다 그들은 만나는데, 오늘은 동양의 고객이 이 귀중한 시간을 뺏어버리면 안되잖은가.

911 테러 1 주년이라 공항의 보안검색이 조금 걱정되기는 하였지만, 씩씩하게 ‘노 프로브럼, 돈 워리, 인조이 유어 위크앤드 위쓰 유어 러브리 패밀리’ 하였다.

그는 기대 밖의 나의 강압에 즐거워하며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혼자서 공항 보안검색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티켓팅에 이어, 짐검색은 정말 철저하였다.

짐을 하나하나 까발리고 보는데 기다리는 시간을 더해서 무려 1시간이 걸렸다.

 

탑승하기까지는 물경 2시간 30분이나 남았다.

어디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간단한 식사를 다시 할까, 아침식사가 조금 부실했지 않은가.

가져온 책을 읽을까.

우선 오늘 아침 일어난 일부터 정리하고 보자.

 

(2002.9.7. 토, 오전 8시 55분, 메리어트Mariott 호텔, 아침식당 그리고 AA2972편/Omaha 210p/St.Louis 321p 을 기다리면서, 오마하 공항에서 정리, 114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