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여행기 5-3----미중부 내륙 North Loup 에서 도착해서, 미국에서의 첫날밤을 맞이하며
Bill이 그랜드아일런드 공항에서 핔업하여 웨건으로 North Loup으로 왔다. 밤 11시 30분.
약 2시간이 걸렸다. 실제는 1시간 반 거리이나 마음씨 좋은 빌이 길을 잃어버린 화물차 운전수에게 여기저기 길 안내를 해주느라 30여분을 길바닥에서 소비하게 되었다.
미중부 내륙, North Loup의 Airport 모텔 체크인, 248호, North Highway 11, ord, Nebraska 68862, 밤 11시 40분.
저녁은 홀딱 굶어서 식빵 하나 2 조각의 치즈 그리고 콜라.
어거지로 빈 배를 채워야 했다.
모텔 주인에게 염치없이 요구하였다.
'저녁을 못했는데 뭐 요기할만한 거 없수?' 하고.
이런 깡시골에 내가 왔다니, 먹을 것이 없다니?
미국에도 사람 사는 곳, 이런 곳이 왜 없겠는가.
미국은 그럴 것이다라고 미리 예단해버린 나의 잘못이지 누구를 탓 할 것인가.
미국도 모두 잘살고 번화한 곳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깡시골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시골여관 수준일까, 이 모텔은. 아니면 더 못할지도 몰라.
도둑이 없어서 사무실도 방도 차도 모두 잠그지 않는다고 한다.
빌은 내일 아침 9시 45분에 오겠다는 말을 남기도 '맛 없이' 떠났다.
싱거운 놈들이 미국 아저씨들이로구먼, 혼자 속으로 섭섭해했다.
키만 훤칠하고 잘 생긴 미남이지만 남의 속은 들여다볼 줄 전혀 모르니,
어떻게 사업을 하는지 걱정되었다.
최소한 저녁은 먹었느냐고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술을 먹으러 가자, 어디 좋은데 있는데 2 차를 가지 않을래 등 한국식 손님접대도 난 싫지만,
오늘처럼 이국만리에서 온 동양인을 '저녁은 어떻게 했느냐' 는 한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팽개치고 떠나는 미국식은 더 문제가 있고 말고.
포장된 형식과 내재된 내용 사이에, 번지르한 치레와 소박한 인정 사이에,
우리의 사업은, 우리의 삶은 있을 것이다.
어디에서 알맞게 만나서, 서로를 잘 맞추어야 할 것인데, 오늘의 빌은 그것을 맞추지 않았다.
나는 가끔 상대방의 마음을 거꾸로 읽으면서 어긋장을 놓곤 하기도 하는 '꼴통'
빌은 그런 꼴통류는 아닌데, 여하튼 오늘은 몹시 바보같아 보였다.
천근같은 몸을 끌고서 짐을 정리하는데 아뿔싸, 노젤리.
머리 손질할, 유식하게 말해서 '헤어콘디셔너'가 짐가방 속에 안 계신 것.
요즈음 부쩍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빼먹는 경우의 수가 잦다.
기억력에 관한한, 머리에 관한한 폼을 잡아대던 '박통'도 나이를 들어가니 별 수가 없는가.
어쩔 것인가. 어디서 머리손질할 '젤'을 구하지?
당장 내일 아침 머리를 감고나서는 어떻게 하지?
난감하지만 당장 뚜렷한 대책이 나서지 않는다.
기다리며 부딪쳐보는 수 밖에.
내일 무슨 수가 나오겠지, 뭐.
몸과 마음이 짜증내기 일보 직전, 만사가 귀찮다.
잠이나 청해 잘 자야지.
내일의 태양은 내일 다시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서울을 떠난지 거의 이틀, 한 숨을 못자지 않았는가.
미국에서의 첫날밤,
피로가 넘치면 오히려 잠이 도망가는가.
이틀을 꼬박 잠을 자지 않았으니 금방 골아 떨어질 법도 한데 좀처럼 잠자리가 잡히지 않는다.
미국의 대평원이 한국의 대평원에게 앉을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은 것이냐.
첫날밤이 어디 그렇게 밋밋하게 지나는 것은 또 아니지 않은가.
조금 잠을 자지 못하면 어떠하며,
조금 잠을 또 설친다한들 어떨 것인가.
다만, 배가 너무 허전하여 마음까지 허전할 뿐,
얼큰한 사발면이나 한사발 했으면 좋으련만,
윤똑똑이 박통은 그런건 챙기지 않은 꼴통,
그래 똑똑이 박꼴통, 오늘밤 꼴통맛이 어떤지 맛좀 보게나.ᄏᄏᄏ.
(2002.9.5. 밤 12시, 자정. Airport Motel, 248호에서 정리)
'미국출장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여행기 6-2 -- 미국 대평원에서 첫날(2)-- North Loup=wolf '미국농촌은 이미 노년' (0) | 2002.09.07 |
---|---|
미국 출장여행기 6-1--미국 대평원에서 첫날을 시작하면서, '미국인의 코리안타임' (0) | 2002.09.06 |
미국여행기 5-2--덴버에서 중서부 내륙으로,'어둠을 타고,서울의 대평원이 미국의 대평원 속으로' (0) | 2002.09.06 |
미국여행기 5-1--내 생애 가장 길고 힘든 날, 덴버 공항에서 'The longest Day in my life!!' (0) | 2002.09.06 |
미국 출장여행기 4-- 두번째 미국입국/ L.A. 공항에서, '프론티어는 어디인가?' (0) | 2002.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