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여행기 6-1---------미국 대평원에서 첫날(2002.9.6.)을 시작하면서, North Loup에서, 어제 덴버공항의 길고 힘든 하루를 되새기면서
다시 잠을 깨다보니 8시 30분.
이것저것 정리하고 씻고 상담을 해야 할 내용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하였다.
Momac의 사장인 빌과 폭등한 팝콘의 조속한 선적을 위한 매듭을 풀고, 다음의 새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 대평원에 첫 걸음을 하는 날.
부디 겸손하게 넉넉하게 또 천천히.
들판 한 가운데에 모텔이 위치에 있다.
온 사방이 훤하게 튀어 막힘이 없다.
넓다는 것의 의미가 이런 것이구나. 새롭다.
미국의 대평원을 보기 전에는 넓다고 말하지 말라.
들판 한 가운데 일반 편의시설을 만들고 도로를 연결해 두었다.
미국의 힘이란 것이 어디에서 왔으며, 미국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새삼스럽게 인식된다.
늦여름인가 아니면 초가을인가.
이른 아침햇살은 알맞게 따갑고 조용하게 시골의 분위기를 나타내지만,
한편으로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한 가운데 내가 서있음을 지나가는 차량들의 질주에서,
따라나오는 소리에서 실감할 수 있다.
잘 가꾸어진 조경, 건물, 도로, ,,,,,
전혀 답답하지 않고 넉넉하게들 자리잡고 있다.
여유란 것은 넓은 곳에서 나오는 것이지 어디 좁은 곳에서 여유를 찾는단 말인가.
쌀독에서 인심난다고 하듯이, 넓은 곳에서 여유 나오는 것.
시원하고 넉넉하다. 미국의 첫 날은.
빌이 이미 모텔비용을 치뤘다.
미국도 손님에게 방값을 대신 내주는구나.
예상을 벗어나는 계산에 잠시 서양식이란 무엇인지,
서양식 이전에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모두 같은 곳에서 출발하고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짐을 체득하였다.
나의 질문을 아는 듯, 이곳은 나의 집, 너는 우리집에 오신 손님,
손님의 방값을 주인이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간단히 일축한다.
그럼, 어젯밤에는 저녁은 어떻게 했느냐고 왜 물어보지 않았느냐고 따질려다가 참았다.
모텔 여주인은 나이가 들었지만, 곱고 상냥하다.
모닝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검은 머리의 동양인이 아침커피를 즐긴다는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웃음띤 얼굴로 눈짓까지 해준다.
미국의 여유로움인가.
각박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전혀 삶의 찌든 구석이 없어 보인다.
내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인가.
우리식으로 치면, 시골구석의 여관 여주인이면
조금은 궁상스럽고 억척스러울 수가 있잖은가.
물론 순박하고 전혀 때묻지 않은 시골 아줌마류도 있지만
대부분 돈이 덧칠해버린 우리의 시골은 여유가 없지 않은가.
어느새 내게 미국이 좋은 곳으로만 안내되는가 싶다.
좋게만 다가오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저 멀리 끝간데에 군데군데 모여있는 집들은 농가인가.
저 노란 꽃밭은 농사일인가, 관상용인가.
대평원 속의 꽃들이 고유의 꽃들 같지 않고 농사일로 보이려고 하니
이곳의 꽃은 동양인에게 섭섭하다 할 것이다.
10시가 지나도 9시 45분에 온다는 빌이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커피를 한잔 더 마시면서 시간을 소비해도 그는 아직 없다.
변의를 느껴 이층 방으로 올라가 큰일을 보려 해본다.
무엇에 놀랐는지 큰놈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간신히 실같은 작은놈이 나왔지만
부끄러운지 한 방울이 되어 변기 속으로 얼른 숨어버린다.
대장이 피곤하고 놀란 모양이다.
미국이 동양에서 온 이방인에게 아직 곁을 내주지 않은 것.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상응하는 시간이 필요함은 자연.
동남아 여행의 경우는 2시간의 시차가 무겁지 않기도 하지만,
현지 식사시간에 맞추면, 즉 현지 태양 볕에 몸을 내맡기면 자연스레 잠이나 대변 등 생리현상이 해결된다는 것인데,
미국은 자연섭리가 심하게 방해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미국은 밉다.
어제 덴버공항의 그랜드 아일랜드행 비행기 탑승장까지의 시간들은 이방인이 하루에 소화하고 넘어가기에는 버거웠을 것이다.
영어에 놀라고, 거대한 조직에 놀라고, 제한된 시간에 또 힘들었었다.
16시간의 물리적 시차만 해도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덴버공항은 헤아려지지 않은 거대함으로 인간을 위축시키고 왜소하게 만들었다.
조지 오웰의 1984년의 일부를 보여주는 듯 하였다.
제한된 시간속에 미로찾기 놀이는 몹시 힘들었다.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는 의미를 실감하였다는 것.
말은 통하지 않지 시간은 넉넉하지 않지, 길은 수만가지 갈래로 갈피를 헤아리지 못하지
고립무원의 느낌이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너나없이 말없이 바쁘기만 하고,
어쩌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였다.
나는 한동안 그들 기계속에서 흘러 다녔다.
흘려다니는 동안 드디어 그 끝을 찾고서야 제 정신이 들어 나약한 인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1시간여를 이제야 나름대로 정리하였다.
한 틈의 여유를 부리며, 속으로 틀릴 수도 있는 거지 뭐, 헤맬 수도 있고 말고,
어느새 나의 얼굴과 마음이 두꺼워지고 뻔뻔해졌다.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마음이 안정을 되찾으니, 곧 몸이 신호를 보내왔다.
‘저 피곤합니다.’
서울 출발 후 잠을 거의 못했지, 16시간의 시차는 살아있지,
덴버공항, 그랜드 아일랜드행 비행기 탑승구까지 미로찾기, 심각한 보안검색
몸이 천근만근 된 것은 또 너무나 자연스러움.
그래도 잠은 오지 않는다.
온 몸이 나른 할 뿐.
덴버공항 그랜드 아일랜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하루, 가장 긴 하루를 보낸 것을 되돌아보면서, 어제 일어났던 일들을 다 정리한 뒤인데도,
아직 빌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전 10시 10분.
미국인도 코리안 타임?
한국에만 코리안 타임이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놈들도 필요에 따라 코리안 타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국민성의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는 삶의 문제 아닌가.
빌에게 무슨 갑작스런 일이 생겼는가.
섣부른 걱정이 앞을 나선다. 머리아픈 상담을 앞에 둔 나로서는 빌의 모든 일들이 잘 풀리기를 바란다.
딴 일로 빌이 신경쓰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모텔의 협소한 로비, 작은 그리고 불편한 의자 위의 나.
내 머리 위로는 선풍기가 힘들어 하며 바람을 내려보내지만
이미 그 바람은 시원함과는 거리가 있다.
많이 덥지는 않아 더위를 심하게 맞이하지는 않지만, 기다리는 지겨움이 시간을 야속하게 만든다.
그나마 돌아가는 선풍기라도 있으니, 내가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
미국에서의 첫 시작이 늦어지고 있다.
대평원으로 가는 첫 걸음일 것.
조금 늦게 시작하면 또 어떠리.
느긋하게 대평원을 만들어내는 자연환경이나 둘러보자.
오전 9시 45분에 픽업한다던 빌이 10시 30분이 다 되어 나타났고, 거기에 아침을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침을 먹지 않은 종자, 그렇다고 묻지도 않으니 그는 상놈이 아닐까.
그래도 에어포트 모텔의 아침커피 두 잔은 매우 특별하였다.
어제 저녁 밤 늦게 도착하여, 빵 2조각 치즈 2 조각 그리고 콜라로 목을 추기고나서,
그 다음날 아침을 수면부족을 쫓으면서 마시는 모닝커피는 특별하고도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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