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의 기별/김훈바다의 기별1.광야를 달리는 말;-불에 타는 듯한, 다급하고도 악착스런 울음이었다.-슬픔도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어서 30년이 지난 무덤가에서 사별과 부재의 슬픔이 슬프지 않고, 슬픔조차도 시간 속에서 바래지는 또 다른 슬픔이 진실로 슬펐고, 먼 슬픔이 다가와 가까운 슬픔의 자리를 차지했던 것인데, 이 풍화의 슬픔은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울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내 아버지는 공회전과 원점회귀를 거듭하는 한국 현대사의 황무지에 맨몸을 갈았다.그는 비명을 지르며 좌충우돌하면서 그 황무지를 건너갔다.건너가지 못하고 그 돌밭에 몸을 갈면서 세상을 떠났다.-신문 연재소설이나 대학 선생자리를 얻으려고 쇠고기 몇 근을 사들고 권력자를 찾아다니는 자들의 가엾은 몰골을 연민했으며, 소인잡배 들끓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