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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이야기(3)

햄릿.데미안.조르바 2019. 7. 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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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은 아침. 아무리 게으름을 피워대도 8시. 7시경(서울 시각 9시경)에 심한 요의로 잠을 깨서, 꼼지락 껌지락 온갖 느긋함을 즐겨대도 8시를 넘길 수는 없었다.

    호텔의 뷰페식 아침식당은 한 고비를 넘긴듯 손님들은 줄어들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바쁜 시각은 어깨가 서로 부딪치기도 할 정도로 손님이 많을 때도 있다. 오렌지 쥬스로 목을 축이고, 여기저기 무슨 음식이 있는가 둘러보아도 그것이 그것.

    베트남에 와서 쌀국수 '포' 이상가는 아침식사는 없을 거다. 특히 나이든 한국인에게는. 태국의 쌀국수 '뀌떼오'가 매콤하면서 얼큰하다가 개운하다면, 이곳의 쌀국수 '포'는 은근하게 얼큰하다가 개운한 맛을 준다. 태국의 '뀌떼오'와 베트남의 '포'는 비슷하지만 서로 또 다르다.

    누가 서울에 태국의 '뀌떼오'집과 베트남의 '포'집을 개업하시라. 서울 주당들의 아침 해장을 확실히 책임진다고 장담한다. 더하여 몸매 관리를 하시는 여성님들, 입맛없는 셀러리님들, 소화실력이 부담되는 나이드신님들의 간편식사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임. 감히 기꺼이 책임짐. 땅땅.

    오늘따라 은근하고 얼큰함이 더없이 좋다. 우리의 라면이 인위적으로 짜고 매운맛이 있다면 '포'는 자연적으로 태어난 인간적인 맛, 을큰한 맛이라고 할까. 울어난 육수, 여러 야채 그리고 고유의 양념들이 자연스럽게 조합되어 오묘한 맛을 선물해낸다. 베트남 땅의 고유한 향토맛이리라.

    토스트 둘에 달걀후라이를 먹는데 목이 매었다. 다먹지 못하고 염치없이 '포'를 또 시켰다. '맛 있어서요' 겸연쩍었지만 솔직함을 보이면서 한사발을 또 주문한 것이다. 인심좋아 보이는 종업원은 무덤덤하게 씩 웃기만 한다.

    왜 서양식에는 커피가 먼저 나오는가. 오늘도 '커피' '티'하면서 종업원이 기계적으로 물어와 '커피' 하였다. 나는 보통 '나중에' 하면서 음식을 먼저 먹는데 오늘은 그냥 '커피'해버렸다.

    베트남의 커피는 매우 찐하고 씁쓸하다. 어찌 다루어야 우리의 다방커피같은, 막커피맛이 날까 대책이 없다. 설탕을 넣고 크림을 조정해도 씁쓸하고 찐한 맛은 전혀 바뀔 생각을 않는다. 어쩌면 그렇게 찐하고 독할까. 한국의 막커피가 나는 좋다. 최고로 좋다. 무드 없다고 해도 사실이다.

    쌀국수 두 그릇으로 배가 이미 불러도 열대과일을 생략할 수는 없다. 수박, 메론, 파파야, 파인애플 각 2 조각씩. 수박은 허름물렁하고 파인애플은 시큼하고, 파파야는 무덤덤하나 메론은 덜익은 듯하지만 싱싱하고 건강하여 따봉이다. '그레잇'

    영문판 베트남 뉴스는 일본여자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한 하얀피부를 갖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써댄다. 하얀피부는 창백한 연약함을 주기도 하고, 만지면 깨질지도 모르는 허약함까지 상징하고 있으므로, 남성들의 밑바닥 보호본능을 이끌어낼 수 있다나?

    여자란 무엇인가. 현실은 무엇인가. 현실을 떠난 이성, 이상, 논리가 있을 수 있는가. 먹고 살기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역설적으로 여자는 먹고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하얀피부를 갈망하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 정답인가. 어떻게 조화하는 것이 우리의 삶일까.

    갑작스레 해묵고 퀘퀘묵은 '야누스적'인간이 내 한가한 아침식탁 위에서 설쳐대려 한다. 인간 삶의 이중성을 어떻게 만지고 어떻게 조화롭게 만들어야 하는가. 나의 요즘 버릇. 왜? 어떻게? 답이 없는 질문만 쏟아낸다.

    아침의 늦은 식사는 철학세계로 빠지기에는 너무 이르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오후 2시 반, 베트남 중부지방, 퀴논행 비행기. 새로운 수출업자를 만나고 선적을 확인만 하는 쉬운 일정. 부담없이 오전시간은 가까운 사이공 강가를, 걸어서 가보자.ⓒ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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