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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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7. 17:06
51.유언장 등은 편안한 마음으로 미리 준비해둔다.
사후에 유산을 둘러싸고 남은 가족들끼리 다투는 것만큼 비참한 일은 없다.
유산 싸움은 남겨진 재산이 적어도 생기고 많아도 생긴다.

유언장을 쓴다고 금방 죽는 것도 아니다. 오래 살며 몇 통씩 다시 고쳐써도 되는 것이다.
편안하게 언제든 쓸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52.어떠한 냉혹한 대접을 받게 되더라도 죽기 전에 보복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현실이란 더욱 자유분방하고 웅대하며, 꼼꼼하게 쓴 금전출납부처럼 손익계산이 한눈에 딱 들어오듯 오차 하나없이 들어맞는 것이 아니다.

용서란 양의 문제가 아닌 질의 문제다.
용서의 문제는 하나의 도덕도 아니고 신앙도 아닌 현실적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53.혈육 이외에 끝까지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쩌다 한번 만난 노인에게는 사람들은 어떠한 좋은 말도 할 수 있다. 입으로는 어떤 약속도, 어떤 자상한 말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매일 줄곧 노인을 보살펴온 것은 며느리이다.
날마다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그러한 붙임성있는 소리를 일일이 할 수는 없다.

자식의 집에서는 살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해 근본적으로 실례되는 태도이다.
노인도 생애를 마칠 집은 자식의 집이고 그 이외의 타인은 보살펴줄 이유가 없다는 정도의 냉정한 판단을 하는 것이 좋다.

54.날마다 보살펴주는 사람에게 감사할 것.
‘같이 살지 않는 둘째 며느리가 낫다고 생각하며 같이 살고 있는 맏며느리를 멀리 하지 않는다.’
날마다 돌보아 주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자연히 서로의 단점을 보이게 된다. 매일매일 늘 자상하게 대하는 것도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어쩌다 한 번 양로원에 와주는 조카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는 둘째 며느리가 훨씬 좋은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55.인간적인 죽음의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줄 일이다.
훌륭하고 의연하게 죽는 것이 최상이다.
그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용기있는 행동이며 또 살아남아 앞으로 죽음을 맞이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다.

인간은 자식 세대에게 절망도 가르쳐야 한다. 밝은 희망만 전해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죽음의 방법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온 힘을 다하여 죽는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노인에게 유일한, 어느 누구에게라도 가능한 최후의 남겨진 일이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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