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4.수.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직원이 알려준대로 3번 출구로 나왔지만 어디쪽이 종각으로 가는지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동서남북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어리둥절이었다.그러나 잠시 곧 눈으로 밤 거리가 들어왔다.
초저녁 7시의 서울밤 거리는 냉정하나 요염하게 그 건강함을 뽐내고 있었다.
춥다 춥다하여 얼마나 추울까 미리 걱정했었는데, 춥기는커녕 상쾌하기까지 하였다.
마음이 가난하면 한여름인들 추울 수 있고, 마음이 부자이면 한겨울인들 춥지 않을 것 아닌가. 무엇이 날 춥지 않게 할까. 종각에만 오면 지난 1970년의 그 어설펐으나 똘망거렸던 옛 추억으로 날 끌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대신 반숙을 시켜 허기짐을 조금 다스리려 하였고, 시간이 남으면 설탕물을 만들어 마시며 다방의 레지 눈치를 보았던 ‘크라운 다방’, 주인이와 제평이의 놀이터였다.
가끔 폼 잡으면서 근처의 ‘르네상스’ 음악 감상실은, 입장료가 부담되어 많이 가지는 못하였고, 여고 3년생 그룹 과외 가봉을 하던 크라운제과는 나에게 씁쓸한 추억거리 하나를 남겼었다. 뚜렷한 이유없이 과외 선생노릇을 퇴짜 맞았던 곳. 그 이유를 난 지금은 안다.
종로 서적은 약속만을 위해서도 좋은 곳이었다.
종각까지 걸어가는 10여분은 자유와 행복 그것.
자동차로 가던 서울의 밤거리와 두 발로 걸어가는 서울의 밤 거리는 하늘과 땅.
발걸음 속도로 보는 사물이 가장 아름답다는 ‘참’. 자동차의 속도로 얻는 신속함 대신 천천히 걸으면서 오감으로 얻어지는 느낌들을 어찌 동가로 치환할 수 있으리.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내주어야 하는 섭리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자동차로 잃어버린 우리의 소중한 느림의 가치를 한번쯤 부러라도 애써 경험하면 좋을 것이다.
오늘 초저녁 종각 근처의 밤은 건강하고 요염하였더라.
오랜만에 만나는 털보 상숙의 인성참치는 여느 때보다 훨씬 활기차고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주거니 받거니 쏘주잔은 기러기 암수를 구별하지 않고 날아다니고, ‘밟아 밟아 더 밟아’의 보리술도 등장하였다.
주면 잘 안먹는, 안주면 그래도 먹는, 내가 한 가운데 끼여있어 조금은 술잔 움직임을 느리게 하였을 뿐 큰흐름에는 별무 영향. 난 콱 취해버릴까 하다가 내일의 밀려있는 새끼줄 때문에 참고 또 참았다.휴렛패커드의 이사님이 건네는 술잔은 달콤하기 그지 없고 조금만 마셔도 기분좋게 취하더라.
노래방으로 갈까요, 종로타워로 갈까요? '피나콜라나‘의 에피소드가 만들어진 종로타워의 꼭대기 ’Top Cloud'로 가기로 하였다. 꽃분홍신이나 아파트는 다음에 구경해도 좋을 것이나, 아직 종로타워를 만나지 못한 기러기들에게는 내려다 보는 야경의 황홀함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오늘은 더 탁월한 선택일 것.
아니나 다를까, 마침 밖은 눈발까지 흩부리고 있었다. 눈이여, 오시라 더 펑펑 오시라. 눈 오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강아지와 어린애, 오늘밤 내가 강아지가 되어도 아니 어린애가 되면 더 좋을 것이니, 눈이여 오시라.
밤 9시 하고도 30여분이 지나고 있었더라.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같은 크기로 온다던가. 오던 눈은 오지 않고 밴드는 오늘따라 더 시끄럽고, 오로지 가까이 멀리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그만하였고, 33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종로바닥이 꿈속 같았을 뿐, 눈으로 눈을 그리워 찾는, 애타는 분위기는 없었더라.
아이스크림이 네 접시, 500 보리술이 3+2 통, 진토닠이 2 그릇 그리고 과일 한 광주리.
‘피나콜라다’는 시킬 사람이 오지 않았더라.
오늘밤 Top Cloud는 구름속 같은 최고의 즐거움이 아니라 꼭대기에 올라와도 때론 구름같이 희미해질 수도 있더라라고 가르치는 것 같더라.
순천의 정희선상이 전통을 때리면서 부러워 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그만하지는 못하였다는 거 아니오?
가까이 있는 종각역을 멀리 하고 우리는 부러 옛날의 어떤 흉내를 자연스럽게 내고 있었더라. 종로 3가역까지 걸어가자. 걸어서 하늘까지도 간다는데, 바로 찢어지기 싫어서 였는지 잊어버렸던 배내짓을 하고싶었던지 녀석들은 그냥 종로바닥을 훑으며 걸었더라.
이럴 때 눈이 오는 것인데, 하늘님은 뭐 하시는 거예요.
눈물의 이별 정거장, 종로 3가 지하철역. 남쑤 환희 명딱 깡타 천싸 뀨찬 쑥썽부부 박통은 울면서 헤어져야 하였더라. 10시 반은 넘었을 것, 넘고 말고.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직원이 알려준대로 3번 출구로 나왔지만 어디쪽이 종각으로 가는지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동서남북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어리둥절이었다.그러나 잠시 곧 눈으로 밤 거리가 들어왔다.
초저녁 7시의 서울밤 거리는 냉정하나 요염하게 그 건강함을 뽐내고 있었다.
춥다 춥다하여 얼마나 추울까 미리 걱정했었는데, 춥기는커녕 상쾌하기까지 하였다.
마음이 가난하면 한여름인들 추울 수 있고, 마음이 부자이면 한겨울인들 춥지 않을 것 아닌가. 무엇이 날 춥지 않게 할까. 종각에만 오면 지난 1970년의 그 어설펐으나 똘망거렸던 옛 추억으로 날 끌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대신 반숙을 시켜 허기짐을 조금 다스리려 하였고, 시간이 남으면 설탕물을 만들어 마시며 다방의 레지 눈치를 보았던 ‘크라운 다방’, 주인이와 제평이의 놀이터였다.
가끔 폼 잡으면서 근처의 ‘르네상스’ 음악 감상실은, 입장료가 부담되어 많이 가지는 못하였고, 여고 3년생 그룹 과외 가봉을 하던 크라운제과는 나에게 씁쓸한 추억거리 하나를 남겼었다. 뚜렷한 이유없이 과외 선생노릇을 퇴짜 맞았던 곳. 그 이유를 난 지금은 안다.
종로 서적은 약속만을 위해서도 좋은 곳이었다.
종각까지 걸어가는 10여분은 자유와 행복 그것.
자동차로 가던 서울의 밤거리와 두 발로 걸어가는 서울의 밤 거리는 하늘과 땅.
발걸음 속도로 보는 사물이 가장 아름답다는 ‘참’. 자동차의 속도로 얻는 신속함 대신 천천히 걸으면서 오감으로 얻어지는 느낌들을 어찌 동가로 치환할 수 있으리.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내주어야 하는 섭리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자동차로 잃어버린 우리의 소중한 느림의 가치를 한번쯤 부러라도 애써 경험하면 좋을 것이다.
오늘 초저녁 종각 근처의 밤은 건강하고 요염하였더라.
오랜만에 만나는 털보 상숙의 인성참치는 여느 때보다 훨씬 활기차고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주거니 받거니 쏘주잔은 기러기 암수를 구별하지 않고 날아다니고, ‘밟아 밟아 더 밟아’의 보리술도 등장하였다.
주면 잘 안먹는, 안주면 그래도 먹는, 내가 한 가운데 끼여있어 조금은 술잔 움직임을 느리게 하였을 뿐 큰흐름에는 별무 영향. 난 콱 취해버릴까 하다가 내일의 밀려있는 새끼줄 때문에 참고 또 참았다.휴렛패커드의 이사님이 건네는 술잔은 달콤하기 그지 없고 조금만 마셔도 기분좋게 취하더라.
노래방으로 갈까요, 종로타워로 갈까요? '피나콜라나‘의 에피소드가 만들어진 종로타워의 꼭대기 ’Top Cloud'로 가기로 하였다. 꽃분홍신이나 아파트는 다음에 구경해도 좋을 것이나, 아직 종로타워를 만나지 못한 기러기들에게는 내려다 보는 야경의 황홀함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오늘은 더 탁월한 선택일 것.
아니나 다를까, 마침 밖은 눈발까지 흩부리고 있었다. 눈이여, 오시라 더 펑펑 오시라. 눈 오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강아지와 어린애, 오늘밤 내가 강아지가 되어도 아니 어린애가 되면 더 좋을 것이니, 눈이여 오시라.
밤 9시 하고도 30여분이 지나고 있었더라.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같은 크기로 온다던가. 오던 눈은 오지 않고 밴드는 오늘따라 더 시끄럽고, 오로지 가까이 멀리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그만하였고, 33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종로바닥이 꿈속 같았을 뿐, 눈으로 눈을 그리워 찾는, 애타는 분위기는 없었더라.
아이스크림이 네 접시, 500 보리술이 3+2 통, 진토닠이 2 그릇 그리고 과일 한 광주리.
‘피나콜라다’는 시킬 사람이 오지 않았더라.
오늘밤 Top Cloud는 구름속 같은 최고의 즐거움이 아니라 꼭대기에 올라와도 때론 구름같이 희미해질 수도 있더라라고 가르치는 것 같더라.
순천의 정희선상이 전통을 때리면서 부러워 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그만하지는 못하였다는 거 아니오?
가까이 있는 종각역을 멀리 하고 우리는 부러 옛날의 어떤 흉내를 자연스럽게 내고 있었더라. 종로 3가역까지 걸어가자. 걸어서 하늘까지도 간다는데, 바로 찢어지기 싫어서 였는지 잊어버렸던 배내짓을 하고싶었던지 녀석들은 그냥 종로바닥을 훑으며 걸었더라.
이럴 때 눈이 오는 것인데, 하늘님은 뭐 하시는 거예요.
눈물의 이별 정거장, 종로 3가 지하철역. 남쑤 환희 명딱 깡타 천싸 뀨찬 쑥썽부부 박통은 울면서 헤어져야 하였더라. 10시 반은 넘었을 것, 넘고 말고.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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