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1.일.
관악산 연주대 밑 4거리, 컵 라면 값 2,500원. 오후 1 시 30 분 경. 컵 라면 하나에 ‘그냥’과 둘이서 바람을 불며 먹는 맛은 ‘왕’
아이젠을 하지 않으면 올라올 수 없는 험한 바윗길, 밧줄을 타야만 오를 수 있는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지, 3 시간 여 땀 흘리고 난 다음이었으니, 애들말로 ‘캡’. 이 기분에 산에 오는 것이리라.
당초 과천쪽으로 하산할 작정이었는데 반대방향의 서울대쪽 계곡길의 하얀눈길이 유혹하여서 넘어가고 말았다.
눈이 오면 강아지와 어린애만이 좋아한다는데, 계곡에 하얗게 쌓여서 등산객들을 힘들게 하고있는 눈길이 그냥 좋아버렸다. 5학년을 두 번 죽이는 일까지는 아니어도, 좋은 걸 어떡할 것인가. 좋아서일까, 힘들이지 않고 순식간에 호수공원에 떨어졌다. 서울대 입구가 저기.
옛날, 천막을 치고 보리밥이며 도토리묵이며 파전을 팔던 수더분한 곳들이 보이지 않았다. 옛 고향이 사라진 듯, 마음 한켠이 써늘하였다. 방콕에서 돌아온 90년 새해에 우리는 역곡에서 온가족이 관악을 찾았었는데, 그 때는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서 두 아이들 입맛을 맞추려했던 기억이 새롭다..........세월이 벌써 이리 흐르고 옛날은 가고 없었다.
사람들이 왕창 몰려있고 큰 싸움이 난 듯 하였다. 관리하는 아저씨와 좌판을 벌린 아저씨가 소리소리 지르며 싸우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먹고 살기 위하여 재고품을 좀 팔겠다는 중년의 아저씨와, 잡상인을 관리해야 한다는 험상맞은 아저씨의 싸움에, 곱상한 중년의 여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남편을 달래고, 관리 아저씨에게 하소연 하는 것을 보았더니, 요즘 차떼기 하면서도 무엇을 잘못한지도 모르고, 농성까지 하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무뇌아들의 철갑두른 얼굴들이 겹쳐 떠올랐다.
서울대 정문까지 가는 길은 시장바닥. 내가 좋아하는 이것저것들이 많이 있었다.
‘옛날공갈호빵’을 보았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있단 말이더냐. 하나에 500원 거금 천원을 주고 하나씩 입에 넣었다.
서울대 정문까지는 잡상인들이 온갖 맛있는 먹거리들로 하산객들을 유혹하면 시장바닥을 만들고 있었다. 덩그러니 멋없게 서있는 ‘공산당’의 ‘ㄱ ㅅ ㄷ ’ 은 썰렁 그 자체였다.
가까운 전철역까지 버스를 기다리다, 5 시간여의 산행이 이 노구에 간단치 않은 운동 아닌가, 해서 피곤도 ㅎㅏ고, 택씨들도 경기가 없다하는데, 우리라도 조금 보태자! '택씨'
집 앞의 대중탕은 노곤노곤, 온몸과 온마음을 풀어주었다.
최근 새롭게 찾아낸 큰 즐거움 하나, 산행을 하고서 대중탕에 가는 것.
잊혀져가는, 잃어버린 옛날을 되살리기도 하고, 자꾸 멀어지려는 밑바닥 삶의 냄새를 가까이 해주기도 하고, 일주일의 찌꺼기를 그리고 산행의 피로를 풀어주기까지 하니, 얼마나 좋고 즐거운가.
난 오늘 또 변덕이 들었다. 이제부터 난 관악산이 좋다. 청계산이 좋다가 북한산이 좋다 했는데, 오늘은 관악산이 좋아졌다. 모두들 변덕쟁이라고 놀려도 오늘 내마음을 어찌 할 수 없다. 지난 눈오는 날, 낙성대로 내려가는 계곡길, 오늘의 연주대 가는 밧줄의 눈덮인 바윗길 그리고 연주대에서 서울대로 내려가는 하얀눈의 계곡길이 난 좋다.
시간만 나면 난 관악산으로 갈 것이다.
관악산 연주대 밑 4거리, 컵 라면 값 2,500원. 오후 1 시 30 분 경. 컵 라면 하나에 ‘그냥’과 둘이서 바람을 불며 먹는 맛은 ‘왕’
아이젠을 하지 않으면 올라올 수 없는 험한 바윗길, 밧줄을 타야만 오를 수 있는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지, 3 시간 여 땀 흘리고 난 다음이었으니, 애들말로 ‘캡’. 이 기분에 산에 오는 것이리라.
당초 과천쪽으로 하산할 작정이었는데 반대방향의 서울대쪽 계곡길의 하얀눈길이 유혹하여서 넘어가고 말았다.
눈이 오면 강아지와 어린애만이 좋아한다는데, 계곡에 하얗게 쌓여서 등산객들을 힘들게 하고있는 눈길이 그냥 좋아버렸다. 5학년을 두 번 죽이는 일까지는 아니어도, 좋은 걸 어떡할 것인가. 좋아서일까, 힘들이지 않고 순식간에 호수공원에 떨어졌다. 서울대 입구가 저기.
옛날, 천막을 치고 보리밥이며 도토리묵이며 파전을 팔던 수더분한 곳들이 보이지 않았다. 옛 고향이 사라진 듯, 마음 한켠이 써늘하였다. 방콕에서 돌아온 90년 새해에 우리는 역곡에서 온가족이 관악을 찾았었는데, 그 때는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서 두 아이들 입맛을 맞추려했던 기억이 새롭다..........세월이 벌써 이리 흐르고 옛날은 가고 없었다.
사람들이 왕창 몰려있고 큰 싸움이 난 듯 하였다. 관리하는 아저씨와 좌판을 벌린 아저씨가 소리소리 지르며 싸우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먹고 살기 위하여 재고품을 좀 팔겠다는 중년의 아저씨와, 잡상인을 관리해야 한다는 험상맞은 아저씨의 싸움에, 곱상한 중년의 여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남편을 달래고, 관리 아저씨에게 하소연 하는 것을 보았더니, 요즘 차떼기 하면서도 무엇을 잘못한지도 모르고, 농성까지 하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무뇌아들의 철갑두른 얼굴들이 겹쳐 떠올랐다.
서울대 정문까지 가는 길은 시장바닥. 내가 좋아하는 이것저것들이 많이 있었다.
‘옛날공갈호빵’을 보았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있단 말이더냐. 하나에 500원 거금 천원을 주고 하나씩 입에 넣었다.
서울대 정문까지는 잡상인들이 온갖 맛있는 먹거리들로 하산객들을 유혹하면 시장바닥을 만들고 있었다. 덩그러니 멋없게 서있는 ‘공산당’의 ‘ㄱ ㅅ ㄷ ’ 은 썰렁 그 자체였다.
가까운 전철역까지 버스를 기다리다, 5 시간여의 산행이 이 노구에 간단치 않은 운동 아닌가, 해서 피곤도 ㅎㅏ고, 택씨들도 경기가 없다하는데, 우리라도 조금 보태자! '택씨'
집 앞의 대중탕은 노곤노곤, 온몸과 온마음을 풀어주었다.
최근 새롭게 찾아낸 큰 즐거움 하나, 산행을 하고서 대중탕에 가는 것.
잊혀져가는, 잃어버린 옛날을 되살리기도 하고, 자꾸 멀어지려는 밑바닥 삶의 냄새를 가까이 해주기도 하고, 일주일의 찌꺼기를 그리고 산행의 피로를 풀어주기까지 하니, 얼마나 좋고 즐거운가.
난 오늘 또 변덕이 들었다. 이제부터 난 관악산이 좋다. 청계산이 좋다가 북한산이 좋다 했는데, 오늘은 관악산이 좋아졌다. 모두들 변덕쟁이라고 놀려도 오늘 내마음을 어찌 할 수 없다. 지난 눈오는 날, 낙성대로 내려가는 계곡길, 오늘의 연주대 가는 밧줄의 눈덮인 바윗길 그리고 연주대에서 서울대로 내려가는 하얀눈의 계곡길이 난 좋다.
시간만 나면 난 관악산으로 갈 것이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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