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짝사랑은 괴로워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9. 15:45
벌써 휴가철이 시작되었는가

68 사랑방이 워째 썰렁하다.


한여름에 군불을 지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썰렁한 채로

냉냉하게 그냥 놔둘 수는 없잖은가.


'명칼'이 휴가를 끝내고와서

새롭게 갈아온 '날선 칼'을 쓸 때까지,

아람엄마가 방학숙제를 얼추 끝낼 때까지,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실 때까지만이라도,

우리의 분위기 '동원'이가 첫사랑의 아픔에서 다시 기운을 차릴 때까지,

또는, 다른 히든카드가 혜성이 되어 나타날 때까지


동장은 커녕,

방바닥 구들장만도 못한 방장은

그래도 사랑방을 지켜야 한다.


할 일이 태산같은데도, 바빠 죽겠는데도

우리 사랑방을 찾아올 친구들이 헛탕을 치면 안 되잖은가!



다시, 톰과 쥬디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들었던 사람은 그냥 못들은체 잠을 자라.


톰은 어여쁜 쥬디가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쥬디는 이런 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는 척 마는 척, 톰이 가까이 와도 반가워 하지도 않고

새침떼고 썰렁하기까지 한다.

톰은 그런 쥬디가 오히려 더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런 어느 날,

톰은 결심한다.

이 애틋한 사랑의 마음을 쥬디에게 알려야지

더 이상 내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으면 병이 나고 말 거야.

편지를 써서 내 사랑을 전해야 해.


톰은 쓰고 찟고 또 쓰고 써서

한 장의 편지를 완성하였다.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기회를 엿보았다.

어떻게 하면 쥬디에게 사랑의 편지를 안전하게 전할 수 있을까

오늘은 내일은 머뭇거리다 며칠이 훌쩍 지나버렸다.

호주머니 속의 편지는 접혀져서 꾸깃꿋깃 해졌다.


드디어 단독찬스가 왔다.

노마크, 강슛을 쏠 수 있는 단독찬스.

쥬디가 홀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톰은 잽싸게 호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서

쥬디 앞에 휙 던져버리고 ---빠지게 달렸다.

얼마나 수줍음을 타는 톰인지, 쯔쯧

옛날 누구처럼, ---나게 수줍고 부끄러움을 탔다.
(----에 들어갈 1음절 순우리말을 쓰시오)


톰은 못내 그 후 쥬디의 '앸션'이 궁금할 수 밖에.

오늘일까 내일일까

이제까 저제까

아무리 기다려도 쥬디에게서는 별 신호가 없었다.

궁금하고 또 궁금하였지먄 물어볼 수는 없고

애가 타고 간이 쪼들어가던 어느 날,

드디어 쥬디가 달 밝은 밤, 공원 벤치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톰은 그 날 아무일도 못하였다.

흥분되어서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30여분을 빨리 나가 기다리면서,

''이제야 나의 첫사랑이 응답을 해온 거야,

이제는 끝난 거야, 오늘 부터 더 이상 외로움은 없는 거야,

외로움 끝, 즐거움 시작이고 말고''

행복한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쥬디는 씩씩거리며 숨찬 발걸음을 멈추며

매몰차게 한마디 던지고 사라졌다.

'야, 톰, 정신차려'

'왜, 나한테 2천원을 주고 가버렸어?'

(미국이니까 2 달러가 맞지 않아? 그러면 편지지 크기가 맞을까?, '명칼'이나 '상칼'은 모른체 하시라. 남수는 또 따지지 말라)

톰은 그때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 수 있었다.

왼쪽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혀져있던 편지가 오른쪽 주머니의 용돈 2천원

으로 임무가 바뀌어 실행되었다는 것을,


그 일이 있고나서

톰과 쥬디는 더 가까와졌는지, 더 멀어졌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쥬디라면 그 다음날

톰을 불러서 배달되지 못한 편지를 보여달라고 했을 것이다.

부끄러운 톰이, 순진하기만한 톰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가.

그러나,

모를손 여자의 마음,

쥬디가 어떻게 했는지

맹하고 순진하기만한 방장 희동이가 알 턱이 없지.

어는 영화처럼 '여자의 마음을 안다면'

세상 더럽게 재미 없을 거다.

모르는 것이 약,

오늘 유난히 덥다.

열심히 땜질을 해서 그런가.땜빵쟁이 박통.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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