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군대에서,1970-1977

'가지않은 길2'....사병이냐 ROTC 냐?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9. 8. 22:39

'가지않은 길2'....사병이냐 ROTC 냐?
1971년. 대학 2년.
2학년 후학기때 알오티시를 지원할 것이냐를 결정해야하였다.
알다시피 알오티시는 군대생활을 장교로 복무하고 제대후에는 사회진출이 사병출신보다 더 유리하다 하였다. 그러나 서울대는 알오티시 지원이 타대학에 비하여 많지않았다.
대학생활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3학년, 4학년을 제복을 입고 반군인처럼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부담이었다.
더군다나 그당시에는 이념써클 중심의 운동권주변에서는 우리사회의 병폐를 개선하기위해서는 우리사회의 밑바닥을 몸소 경험해보고 그 바탕으로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해야한다는 생각들이 번지고 있었다.
일부는 공장으로 들어가고 또 일부는 농촌으로 들어가는 것. 소위 ‘공활’과 ‘농활’을 몸소 체험하자는 운동이 비공식적으로 은연중 퍼지고 있던 때였다.
공활이나 농활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해도, 사회의 밑바닥 생활을 직접 체험하지는 못해도 대신 군대생활만큼이라도 알오티시 하지말고 사병으로 입대하면, 밑바닥 서민들의 느낌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이심전심의 분위기가 있었다. 최소한 운동권주변에서는...
나도 그 생각에 동조하는 편이기도 하고 당장은 군대에 가고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2학년후학기때 알오티지 지원은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입대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일어났다. 컨닝반대로 백지답안지를 내면서 나의 학점은 엉망이 되었고 전공학점 전과목에서 8D, 학사경고를 받고나서 문제가 생긴 것.
뭔가 결단을 해야했고 학업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1년 휴학을 하면서 나의 장래에 대하여 한번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였다.
어정쩡한 채로 그대로 가는 것보다는 사회에 1년 늦게 진출하더라도 휴학을 하는 것이 나에게 더 좋다는 결론에 이른 것.
1년 휴학을 하고 다시 복학을 했더니 이것이 문제의 시작. 나는 학내 이념써클활동등으로 이미 요주의학생으로 관리대상이 되었고 복학하면서 나는 학적변동자로 보고가 된 것.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입영대상자 명단에 들어가있었고 9월복학하자 바로 입영영장을 받게 되었다. 입영일자 1973년 10월, 논산훈련소.
복학하자마자 입대준비를 해야했고 따라서 알오티시 대신 사병복무를 하기로 했던 약속은 바로 지키게 되었다.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었는데 알오티시 장교생활은 한국사회에서는 결코 나쁜 것은 아니었다는 것. 조직을 장악하고 운영하는 것을 몸소 배우는 과정이므로 회사조직생활에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회사생활하면서 내가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장교생활을 하면서 조직을 다루는 방법을 몸소 체험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꼭 알오티시가 아니었드래도 졸업후 해군장교나 공군장교로 복무했다면 더 좋았을 것. 복무기간이 3년으로 사병복무기간보다 1년정도 더 해야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만 보면 장교근무는 사병근무보다 더 많은 장접이 있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학창때 머리로만 생각했던, 사회의 밑바닥을 체험하기 위하여 사병으로 군대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이론적으로는 바른생각일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탁상이론일 뿐, 실생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고 생각되었다.

그때 내가 알오티시지원하여 장교복무를 하였다면 나의 운명으 어떻게 달라졌을까?
사병복무를 해봤기 때문에 지금처럼 사회적약자편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않는가?
우리 삶은 여러 길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내가 장교복무를 했더라면 나의 운명이또 달라졌을까?
다른 것은 잘 몰라도 장교출신들에게서 느끼는 장점은 그들이 장교훈련을 받는 동안 몸과 마음이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또 실제 장교복무를 하면서 그 만들어진 자격이 실무를 통해서 구체화되어 정말 ‘장교’로서 만들어지게 되지 않느냐, 사병은 사병생활을 하면서 ‘사병’으로 이미 일부 만들어져 가는 것이니, 이왕이면 회사생활은 ‘장교’역할이 ‘사병’역할보다는 더 유리유익하다는 것.
그렇지 않은가?
사회를 더 잘알기 위하여 굳이 밑바닥 생활을 몸소 체험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그 시간에 사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훈련을 받을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고 올바른 선택이 아니겠는가?
어린 학창시절 진짜 사회를 잘 알지도 못한때 이론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절대적으로 올바른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때의 순수한 생각만큼은 나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맞다. 어떻게 하면 더 내 앞날에 유리할 것인가에 온통 빠른 머리회전을 할 때, 그런 순수한 생각을 했었다니 참 기특하지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