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21.수. 천왕봉에서 하산길.... 중산리로 내려갈까 백무동으로 내려갈까 대원사쪽으로 내려갈까? 지리산종주는 본래 화엄사-노고단-천왕봉-대원사를 '화대종주'라 하여 이를 정통으로하였으나... 화엄사-성삼재 사이에 고속도로가 뚫리면서부터는...화대종주가 큰의미가 없어지고... 성삼재-노고단-천왕봉에서 백무동으로 또는 중산리쪽으로 또는 대원사쪽이든 산꾼의 편의에 따르면 되었다. 물론 그 역순도 지리산종주라 일컫는다. 나는 지난번 가보았던 중산리쪽보다는 가보지않은 대원사쪽이나 백무동쪽중 하나를 선택하고자하엿는데... 대원사쪽은 소요시간이 1시간정도 더 걸리고..서울행버스타기가 백무동쪽이 더 편리해서... (세석대피소 잠자리 옆산꾼 올빼미18번의 추천을 받아드렸다) 대원사는 다음 언제 곧 보기로하고 이번에는 백무동쪽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다음날(9.22)로 잡혀져있는 어느동호회의토끼띠환갑기념특별행사를 치루고 또 곧 환갑기념서유럽여행을 다녀와야 하는 빠듯한 일정상 조금이라도 더 쉬운쪽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우리집 마님께서는 이번 지리산종주를 끝까지 반대반대했었다. 누가봐도 무리가득한 1박2일 지리산종주가 무슨 후유증이 있을수밖에 없고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서유럽여행일정을 무산시키고자하는 어떤음모가 있지않나염려에서...아닐까ㅎㅎㅎ) 천왕봉--1.7--장터목대피소--5.8--백무동 08;20? 천왕봉에서 다시 장터목대피소쪽으로 내려가야했다. 언제 다리가 아팠는지싶게 몸과 마음이 홀가분 또 홀가분.... 날씨는 또 언제 변하였는지 먹구름 거센바람은 어디로 가셧는지 햇님께서 방긋빵긋 나의 하산길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날씨의 변덕이라니... 궂은일이 있다고 실망할 것도 아니고 좋은일이 있다고 호들갑떨면서 기뻐기뻐할 일도 아니다는 것을 새삼 깨우쳐주느가. 우리 사는 것이란 이렇기도하고 저렇기도 하게 되어있다는 것인가. 설렁설렁거리면서 룰루랄라~~~ 콧노래흘리면서 곧 장터목대피소 09;20? '대청봉가는 길만큼 멀고 또 힘들다' 물을 채워 올라오는 옆산꾼들의 구시렁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식수대로 내려가 물통을 채웠다. 아니나다를까 70미터가 7키로나된듯 싶었다. 장터목대피소는 어느사이 늦여름날씨로 바뀌어있었다. 장터목대피소---5.8--- 백무동 09;40?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돌길과 흙길이 번갈아나왔다. 내려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지만 마음부담 전혀 없어 이구경저구경해가면서 쉬엄쉬엄 내려갓다. 다리가 불편하면 게걸음을 하다가 그래도 또 다리가 아프면 한참을 쉬기도 하고 때로는 또 오리걸음도 하고 토끼뜀도 하면서 세월아네월아 콧노래소리 흥흥거리면서 딸랑딸랑거리며 덜렁덜렁대며 내려갔다. 누가 보면 환갑나이 육갑떤다고도 할수있을 것이었다. 배가 몹시 고프기는 하였지만... 마지막 끝길이니 멀면 얼마나 멀것이며 아무리 지리산이정표숫자가 허수라한들 그 끝이 오늘안으로느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니 아무 꺾쩡이 없었다. '뭐시 꺾쩡이다냐!'였다. 왠 꺽정? 산적 임꺽쩡? 님(임)꺾정뿐이었다. 무슨 임걱정?
드디어 백무동 서울행 버스를 타는 곳까지 내려왔다. 12;50 다음 서울행버스시간표는 오후 1시30분...그 다음버스는 2시50분@@@ 동동주 한잔마시면서 점심을 푸짐하게 먹고 좀 숨좀 돌리고 갈까싶었는데...2시50분차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고 1시30분차는 시간여유가 없었다. 에라이썅! 빨리더빨리병이 이곳에서도 나왓다. 이미 내마음은 한시라도 빨리 서울을 가야한다고 재촉하는 것이었다. 병이었다.병! 산채비빔밥 한그릇으로 뚝딱 게눈을 감추고 서둘러서 서울행버스에 지친몸을 실었다. 명실상부 지리산종주끝!!! 1박2일 2011.9.20.화.04;30---9.21.수.13;30. 성삼재--노고단--25.5(주능선)--천왕봉---백무동 총연장(도표상) ...35.6키로 지리산종주끝!!! '세상을 보았다. 세상을 얻었다' 넓은 것을 보려거든 바다로 가라! 강한 것을 보려거든 미국으로 가라! 큰 것을 보려거든 만리장성으로 가라! 세상을 얻으려거든 지리산종주를 하라! 그것도 혼자서 하라! 그것도 혼자서 깜깜어둠속으로...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하라! 또 뻥을 쳤나???
'고행' 어찌하다보니 우연찮게 '고행'이라는 이름을 엉겁결에 붙이게되었는데 하다보니 그럴듯하게 '고행'이 되었다. 해놓고보니 1박2일의 시간표는 '미쳤다'수준이었으며 주제넘게 '고행'을 한것도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끝이 좋으면 모든것이 좋다? 용산역 밤기차 구례버스터미널 새벽녘의 달무리와 총총한 별들 어둠속 성삼재의 두려움반 설레임반 첫걸음 노고단의 신성스러운 아침산안개 그리고 안개비 영신봉의 철계단 위 가빠진심장 그리고 화끈거리던 얼굴 세석대피소앞 거의 탈진, 파계 그리고 새벽밤하늘 별하나 천왕봉의 먹구름속 바람바람또바람! 세상을 얻었다고 했더니... 어느 친구가 물었다. 얼마에? 친구의 짓궂은 질문에 나는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 임기응변으로 도망갓다. 나;그것은 비밀.... 그;내 꼭 비밀 지킬꼬야 알려주삼! 나;......나를 버렸다!!!! 그;@@@@@@!!!! '나를 버렸다'고 무심결엉겁결에 대답하였지만 대답을 해놓고보니 명답이었다. 나를 버렸더니 세상이 보였다. 산을 오르는 힘든 시간내내 지난날의 나를 만나고 어루만지고 쓰다듬고...앞으로의 나를 그리고... 천왕봉가까이에서는... 바윗돌 위를 엉금거리면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무슨생각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바위만 타고올랐다. 천왕봉이 '거기'있으니 그냥 오를뿐이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오직 타고넘어야한다는 것뿐... 나를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천왕봉을 만났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 내가 좋아하는 그리스인 조르바.. 그 작가는 그의 무덤에 그렇게 썼다. 내가 그때 그랬다... ''아무것도 바라지않는다...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나는 자유자유자유!!!'' 환갑나이라고 누가 뭐라나? 누가 늦었다고 하느냐? 정답;절대 느찌아나따!!! 더이상 아무것도 바라지않으니 누가 무엇이 날 구속할 것인가 하고싶은 것 모두 그냥 할 것이니 누가 무엇이 날 잡아둘 것인가 그동안 잘알지못하여 또는 깨닫지못하여 하지 못한 것 이제 아는대로 또는 내맘이 내키는대로 하고말것이니... 나는 자유... 나는 자유란 말일쎄... 순죤히...완죤히... ''올라갈때 보지못한 '그 꽃', 내려갈때 보았네''.....고은 시인은 왜 이 짧은 시를 지어 노래불렀을까?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도시인들의 삶이 안타까워서일까? 무엇때문에 왜 사는지도 모르는 그들이 불쌍해서였을까? 개미채바퀴돌며 바삐 달리기만하는 그들을 깨우쳐주고싶어서일까? 돈? 일? 출세? 오르기만하면 된다? 또 뻥을 쳐보자! 나는 지리산종주를 끝내고 내려오면서 그 꽃을 보았네... 올라갈 때는 보이지않더니 내려오면서ㅡㄴ 보였다네... '그 꽃=자유' '그 꽃=잃어버린 나자신' 환갑나이 되니까... 이제서야... 그 꽃이 보였다네 그 꽃은 자유이며 그 꽃은 잃어버린 나자신이라는 것을... 환갑이란 말뜻이 본래 태어난 곳으로 다시돌아온다는 것! 이제 다시 돌아와 새로 태어나 또 시작한다는 것... 자, 이제부터는 다른 시작이다!!! 자신을 찾아! 자유를 찾아! 자연으로! 자.자.자!!! 사람들은 역사적 사건으로 시대구분을 한다. 예수태어나기전후... 프랑스혁명전후... 대공황전후... 해방전후... IMF전후?
나는? 대학입학전후? 결혼전후? 환갑전후! 지리산종주전후! 자유독립만세전후!!.끝.
지난 9.23-10.3 환갑기념서유럽 부부여행후, 시차부적응 불면극복하기 위하여 다시'지리산종주' 글쓰기를 하게 된 것이지요... 글을 끝마치고나니 결과적으로는 너무 좋습니다.... 시차적응이 바로 되었더라면 바쁜 일상에 파묻혀져서 잊혀졌을 것이었는데 시차부적응때문에 '정리'가 된것이니 너무 다행스럽습니다..... '좋지않은 것'이 '좋은것'을 만들었으니 이또한 역설 아닌가요? 우리삶의 이율배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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