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종주기(1박2일, 환갑기념)

지리산종주기8-----절대고독?

햄릿.데미안.조르바 2013. 1. 20. 21:36
지리산종주기(8)....절대고독?| 자유 게시판

박동희 | 등급변경 | 조회 13 |추천 0 | 2011.10.31. 03:08 http://cafe.daum.net/68academy/LunC/3253

2011.9.21.수.

04'00

세석대피소 출발

장터목대피소를 향하여

(장터목대피소까지만 가면 천왕봉은 바로 눈앞이다!!!)

세석대피소의 외등불빛한계를 벗어나니 사위는 온통 깜깜 또깜깜,

어젯밤의 그 별하나도 보이지않았다.

모두가 먹통

칠흑

한치앞도 보이지않았다.

아니 더 적확한 표현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거기에 거센 바람까지....

공포괴기영화의 한장면이라 뻥을 쳐도 좋을만하였다.

비가 내리지않아 풀세트가 되지못한 것이 불행?다행!

정말 이 꼭두새벽에 지금 움직여도 되는 것일까?

세석대피소-2.6-연하봉-0.8-장터목대피소

(도표상으로는 3.4키로...)

어제 경험으로 이제는 이정표상 거리는 믿지않기로 하였다.

더군다나 이 어둠속에서는....

비상손전등을 켜니 반경 한자(30.3센티?)만큼만 보였다.

한치(3.03?)앞도 보이지않던 것이 한자만큼이나 보이니...눈큰 그러나 눈먼 박봉사의 눈이 크게 뜨이는 순간이었다.

보이는 만큼만 걸음을 떼었다.

그 이상은...보이지 않는 곳을 밟을 수는 없었다.

절대고도?

절대고독?

절대적으로 나만 있었다.

외롭다는 것?

외톨이가 되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

천애고아?

어느 방향이 맞는지

어떻게 가야하는지

도무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물론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믿을 수 있는 것은...

비상손전등과 이정표의 방향 뿐....

이를 믿어야하는 나자신뿐이었다.

자칫 헛디디면 그대로 어둠의 나락으로...흐미 어질아찔아찔!

어둠속으로

절대고독속으로

두려움반 설레임반

아니...알맞은 두려움속 야릇한 흥분이라하는 것이 더 좋겟다...

한걸음 또 한걸음

따박따박

걸어 들어갔다.

세석대피소에서 나와 어둠속에서 만나는 첫길은 돌길...

손전등은 딱 한걸음만큼만 비쳤다.

큰돌 작은돌 중간돌...거친놈 덜거친놈 매꼼한놈 온갖모양의 돌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어느것을 밟을지....

그냥 보이는 대로 닥치는대로 밟히는대로 밟았다.

처음에는 어느 것이 더 좋을지 더 만만할지 순간적으로 골라가면서 밟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오직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과 그 방향따라 나오는 돌길을 따라가면 되는 것이고...

그리고 손전등이 비춰주는 한치앞 돌들이면 어느것이든 좋았다.

이쁜놈인지 안이쁜것인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쁜녀자 덜이쁜녀자 안이쁜녀자 또는 이쁜놈 덜이쁜놈 안이븐놈...무슨차이가 있던가? 겉만 가지고 되던가?)

이것저것 세세한 것까지 따지면 큰것을 놓치는 어리석음 저지른다는 것을 알게해주었다.

어둠속 한치앞이 보이지않는 이길이 언제 끝날까?

고문을 당해본 누군가가 또 말해주었다.

고문이 언제 끝날지 알지못하는 것, 그것이 공포다.

고문이 언제 끝난다는 것을 안다는 것. 이미 공포는 없다.

아무리 첩첩산중 깊은어둠속이라도 이정표가 있고 나자신이 있고 한치앞을 비추는 손전등이 있고 그리고 한걸음한걸음 걷다보면 곧 끝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그 어둠은 이미 어둠이 아닐 것이다.

그 두려움은 이미 아무 두려움이 아니고 오히려 어느순간부터는 즐거움이 된다.

살아가면서 한치앞이 보이지않는 캄캄함 속에 그대빠져있다면?

‘손전등 하나들고 새벽어둠속 산행을 해보라! 그러면 그대는 거기서 해답을 찾을 것이다!’

한치앞을 보지못하는 상황에서는 다른많은 생각이 필요없다.

단하나의 생각

단하나의 돌선택

그리고는...참고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지난 어느날

서초동 반지하전세방에서 잠이 오지않아 어쩔줄 모르던 날들

우면산어둠길을 돌아돌아 새벽녘대중탕속에 몸을 담궜던 때가 되돌아왓다.

지리산종주가 거칠고 험하고 위험하다?

하지만 길이 있고 또 끝이 있으니 결국은 보일 것 아닌가?

두려워할 필요없지 않은가?

기초체력이 있고 기본행동규칙만 지킨다면 무엇이 두려울까?

왜 두려울까?

샛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지름길을 탐하지 않으며

기본수칙을 위반하지 않으며

요행이나 공짜유혹에서도 의젓당당하면.....

그러는 한편으로는

답답하다할 것이다.

갑갑하다할 것이다.

따분하다 할 것이다.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것이...

또 누구누구들은 쪼잔하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디 세상일들이 고통없이 노력없이 무슨 요술요행으로 되는가?

그냥 쉬이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남을 괴롭히고 해치고나서 그 남은 결과가 아닐까?

세상에 어디 공짜가 있단말인가?

세석대피소를 떠난지 얼마쯤 지났을까?

1시간?

1시간반?

촛대봉?

연하봉?

동이 터오고 있었다.

천왕봉에 해가 뜨는지 저 먼산에 붉은 기운이 떠오르고 있었다.

천왕봉에서 보는 일출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관이어서 사진기를 들이대니 곧 없어져버렸다.

지리산날씨가 변화무쌍 시도때도없이 변한다더니 갑자기 구름이 잔뜩 끼어버렸다.

그러다가도 또 먼곳에 붉은기운이 솟아오르고...

세상어둠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않고 어느새 또다른 환한 세상이 내앞에 벌써 서있었다.

그 캄캄한 어둠의 시간이 가고 새로운 세상이 밝아오고있었다.

얼마쯤 더 갔을까?

동이 터오는 그곳에...

장터목대피소가 볼품없게 덜렁 썰렁 서있었다.

아침 6시.

그러니깐 2시간을 더듬더듬 어둠속 3.4키로....

아침식사는 해야겠는데 배낭속 여기저기 아무리 찾아도 잡히는 것은 딱딱하게 굳어진 남은콩떡인절미 5조각뿐...

어디엔가 무엇이 남아있을 것인데 아무리 뒤져도 없었다....???

어찌하겠는가 마지막 남은 사과반쪽과 함께 거룩하고 장중한 아침식사를 치뤘다.

‘고행’?

‘고행’에 걸맞는 아침식사였으리라...

어젯밤 저녁식사는 고행규칙을 어겼으니 ‘파계’

기진맥진 탈진앞에서 고행이구 나발이구 우선 먹고봐야 하는 것 그러나 오늘아침 ‘고행’은 선택이 아니고 절대였다.

다른 먹거리가 없으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또 대피소사무실 직원을 불러 코펠과 버너를 빌려달라고 할 수는 없지않은가.

강요된 ‘고행’이었다.

콩떡 5조각

나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

그래도 마지막 남은 귀한 식량이었다.

목이 메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물을 마셔도 입안에서 맴돌뿐 넘어가려하지 않았다.

반항을 하는 것인지 저항을 하는 것인지 목이 메었다.

체면이고 나발이고 던져버리고는 건너편자리에 대고 ‘김치 좀 이써유?’하였더니

밋밋하게 물기하나없이 ‘없는데여’하며 돌아왔다.

처음부터 긍정답변을 기대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위안 다행이었다.

머쓱하였다.

쪽팔리는 것은 순간이었다.

먹는것앞에서 나의 염치는...?

'고된 훈련끝 피엑스로 달려간다.

꼬깃꼬깃 숨겨놓은 비상금으로 피엑스빵하나 산다.

누가볼까 누가 달라고할까 품속에 감추고 잽싸게 변소칸으로 간다.

아그작우그작 게눈감추듯 빵하나가 금방 입속으로 사라진다‘

지금은 비시시웃게하는 어느 추운 겨울날 논산훈련소 훈련병의 추억.

'불온위험 학적변동자'

그동안 학내활동하며 움직였던 것이 하나하나 모두 어떻게 모아졌던 모양

1년휴학하고 복학하자마자 갑자기 날아든 입영통지서!

준비안된 입영 소위 준비없는 이별이었다.

(만일 강제입영통지가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하였을까? 그후 일어난 더큰회오리속으로 빨려갔을까? 지금과 같은길을 걸었을까? 그것은 신의뜻인가?나의 운명의 한조각인가?...복잡해지니 다음 기회로 또 미루자자자자)

그때 배고픈 나는 빵앞에서는 금방 거지였다.

꿋꿋이 고통을 이겨내고 또 고문을 이겨낸 그당시 친구들을 보면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1차적 욕망앞에서도 속절없이 체면자존심을 내팽개쳤는데 그들은 부귀영화가 보장되는 길앞에서도 꿋꿋이 자존심신념을 지키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나는 오늘도 지리산속에서 먹어야 사는 불완전동물....

나는 이름만 좋은 ‘고행’을 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배낭을 정리하였더니 배낭밑바닥방에 빵몇개와 맛있는쑥떡이 남아있었다. 배시시 웃으면서 약올리고 있는듯, ‘메롱메롱’ ‘잘났어정말’하고...흐미쓰바스바 속터져...ggg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않더니...그밑바닥에 들어있는 것을 모르고는...배를 곯다니...

그때는...내 희미한 기억으로는 먹을거리 무엇무엇뭣등을 분명히 배낭어디에 집어넣었는데... 그렇게 애타게 찾고 또 찾았어도 보이지 않던 녀석들이 이제야 보이다니...이럴수가@@@@.)

고행=즐거움?

고행크기의 시그마총합=즐거움 크기 시그마총합?

신이 나에게 주는 선물?

그러하지 않고서 어찌 넣어둔 먹을거리가 내 손에 잡히지 않다가 집에 돌아와서야 보인단 말인가

면장갑과 지팡이 빼먹은 '잊은머리'치매의 사촌팔촌이라공?

신의 장난이 아니고 신의 축복이려니....하려므나!

우리들 삶은 불공평하다!

그러나 또 공평하다?

우리들삶은 모순덩어리?

우리들 삶은 이율배반

그래서 웃으개소리로...

우리들 삶= 삶은 달걀?

삶=달걀!

깨지면 프라이감이요 삶으면 삶은달걀이요 살아나면 병아리 되고 암탁되어 또 알을 까고...깨지기도하고 아니기도하고...

악순환속 선순환?

그러다가 또 선순환속 악순환?

정반합?

돌고 또 도는 것...

시간이 가니 어둠이 가고 또 새 세상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