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출장여행기

2002.9.13.금,--Bloomington 공항에서, '미국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햄릿.데미안.조르바 2002. 9. 13. 01:53

2002.9.13.금,720a, 호텔 입구에서 정리

또 소동이 일어날 뻔하였다.

비행기표를 어딘가에 두었는지를 모르고 허둥대었다.

잠시 심란하게 당황하다가 다시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가 찾아내었다.

이런 경우 언제나 침착하게 소란피우지 말 것.

 

오늘은 Dick이 제 시간에 왔다. 730a,-8시 30분 공항도착. 9시 Bloomington 공항 5번 탑승구,AA4371 Bloomington 959a/Chicago 1043a,

 

마지막으로 다시 시원스럽고 여유로운 대평원을 1시간여 달려왓다.

미국은 어디를 가나 사방이 확 트인 벌판을 보여주는가.

지평선과 하늘이 만나는 광경은 공항가는 길에서도 나타나 미국을 떠나는 욕심장이 나에게 또 시새움나게 하였다.

무뚝뚝하기만 했던 Dick도 더 자연스러워졌고 나의 영어도 더 자연스러워졌다.

 

이곳 공항의 보안검색은 그다지 엄격하지 않았다.

다만 항공사 챜크인 창구에서 짐 무게 초과를 용인하지 않았다.

비즈니스석이든 아니든 70파운드를 초과하는 8파운드에 대하여 추가운임을 내든지 기내로 들고 들어가든지 알아서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알맞게 영어로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부탁을 해보았지만 규정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버티는데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American Eagle은 내게 80불의 추가요금을 강요하였고 나는 옥수수 셈풀을 다른 가방에 옮겨 들고 가기로 하였다.

미국넘들에게 비싼 달러를 털어넣어줄 수는 없잖은가. 난 아직 한참 나이인데 80파운드 정도야 운동하는 셈치면 될 것이고.

나의 짐은 시카고에서 다시 찾을 필요가 없고 서울까지 그대로 부쳐진다는 것이다. 참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싶었다.

인간의 마음은 그만큼 자유로워졌는가 아니면 그만큼 또 부자연스러워졌는가.

 

미국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내가 만났던 미국인들은 모두가 철저하고 열심히 일하며 합리적이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가끔 접했던 흔들리는 미국이 아니었다.

도시는 매우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으며 사람들은 모두가 넉넉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대부분 단층의 크지 않은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결코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자연과의 어울림을 절대적으로 고려한 탓일까.

물론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므로 가능한 일이겠지만 부러울 수 밖에 없었고 한편으로 서울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었다.

 

농촌의 생활은 너무 조용하고 한가하였지만 매우 안정되어 보였다.

젊은이들이 농촌생활을 기피하기도 하고 하고싶어도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내가 보는 미국 농촌생활은 아직 쾌적하고 자연속에서 호흡하는 인간의 삶이어서 더없이 좋아 보였다.

2,000에이커 정도이면 적지 않은 규모이며 현금이 아니긴 해도 2백만 달러의 재산이어서, 결혼대상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하지 않은가.

 

정말 크고 넓은 것을 늦게나마 보았으니 얼마나 행운이며, 이제 무엇이 강한 것인지 잘 정리하고 또 준비해야겠다.

결코 생각만하면서 불안해 하지 말고, 바로 시험하여 보고, 곧 판단하여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도전해 보면 두려움은 이렇게 바로 당장 사라지지 않는가. Do it now! 넉넉하게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924a,

 

공항 대기실에서 바라다보이는 드넓은 벌판들이 거침없이 계속 펼쳐지고 있다.

멀리멀리 나무들로 둘러싸인 지평선이 둥그렇게 흐르고 있다.

흰 푸른 하늘은 바다가 되어 지평선과 만나고 있다.

언뜻 지평선이 수평선으로 변하여 있다.

드넓은 벌판의 끝은 바다와 맞닿은 듯이 보이는, 자연의 또다른 변화된 모습이다.

자연의 속성 앞에 한 인간의 주관적 시각은 얼마나 사소한 것인가.

 

내 앞 좌석의 노부부는 늦은 아침식사를 하는 듯, 빵과 음료를 먹으면서, 이제 황혼에 있는 마지막 삶의 여정을 이야기할지 모른다.

이곳저곳에서 휴대전화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서로 만나서 소란스럽다.

그 중 부담없이 웃어재끼는 중년여성의 자유도 미국의 오늘이다.

앞 좌석의 남편은 Chicago Cups의 야구모자를 쓰고 늙은 마누라와 서로 아이가 되어 서로 사랑스런 눈빛으로 서로를 챙긴다.

늙는다는 것은 우리 삶에서 무엇인가.

이제 자연스럽게 떠나야 할 시간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일 텐데, 아니 갈 수도 없고 또 그냥 가자니 너무 서운하지 않은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것이, 자연의 뜻에 따르는 것이 인간의 할 일 아닌가,

그것이 자연 아닌가.

조금씩 천천히 이제 죽음을 생각하며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938a,

 

어쩐지 보안검색이 간단하다 생각했었다.

탑승 직전에 나만 따로 불러내어 다시 이것저것 검사하는 것이 아닌가, 젠장.

그래서 따져 물었다. 지금은 영어가 자연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나만 검사하는 것이 불만이었기 때문이었다.

여성검사원은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다만 컴퓨터 자료에 의하여 검사할 뿐이라는 것.

컴퓨터 또한 미국정부가 만들었을 것이니 여하튼 무슨 근거나 규정으로 나만 검사하느냐고 따져 물었으나,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씁쓸하지만 어쩔 것이여, 지금 힘이 나에게는 없는 것을, 힘을 길러라, 힘을 길러.1003a, AA4371 15A/16A에서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