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7.수.바우길5구간 '바다호숫길'
옆자리에서 누군가 코고는 소리에 일찍 잠을 깼다.
몇시쯤 되었을까?
밖에는 빗줄기가 제법 굵은듯 천장에서 들리는 소리가 두두둑 제법 크게 들렸다.
이곳에 온 중심목적이 '대관령옛길'을 한번 꼭 만나보는 것인데 이렇게 빗님께서 오셧으니 어찌할까?
마님눈치를 살피니
오늘은 비가 오니 산행걷기보다는 바닷가걷기가 더 좋을 것이다다.
가고싶은길'대관령옛길'은 아껴두자...맛있는 것은 바로 먹지않고 아껴두었다가 다음에 더 맛있게 먹자고 하잖은가.
'비오는날, 철지난 바닷가, 어느 황혼의 부루우으쓰...'
흐미흐미..
멋있지 아니한가?
안내책자를 보니
바우길 5구간 이름하여 ‘바다호숫길’
15.8키로
안목해변,송정해변, 경포대해변 긜고 사천항해변까지
솔밭길도 있고 그리고 경포호수도 있고....
지난번 럭셜어린이가 걸었다는 그길이었다.
걷다가 쉬다가 쉬다가 걷다가...
어느메쯤 가서...
퍽 퍼질러앉아서..
비내리는 바닷가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앞에 놓으면....
만사골치가 바닷속으로 퐁당 빠져없어지는 분위기 아닐까?
마침 바우게스트하우스에서 안목항(강릉항)까지 가는 마을버스가 있다고 하였다.
고론데..
늦장부리다가 8시 차는 이미 떠나놓쳐버리고 다음버스를 기다리자니 2시간이나 남아있단다.
택시를 부를까하다가 자동차로 안목항까지 가서 거기에 주차를 해놓고 걸어서 사천항해변까지...
끝나고는 버스나 택시로 안목항으로 돌아오면 되지 싶었다.
임기응변은 이럴때 한번 해보라는 것!
원칙주의와 상황논리가 만나면 멋있는 그림이 가끔 그려진다하였지요...
답답이와 복잡이가 만낫더니...왠걸 잡종강세? 하이브리드이종교배의 성공!
이왕 자동차로 움직이는 것이니 정동진의 모래시계공원을 거쳐서 갔다.
무엇이 이곳을 그렇게 사람들이 들끓어모이게 하는 것일까?
우리까지도 그들중 하나가 되어 모래시계공원에서 한컷 증명사진도 찍었으니 우리도 똑같은 세상의 똑같은 사람이 되었는가?
이제는 더이상 '군중속에서 외롭지' 않을까?
정동진항에서 안목항까지는 자동차로는 넘어지면 코닿을 거리.
안목항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바우길'바다호숫길' 걷기를 시작하였다.
아무리 8월중순이래도, 여름은 한여름...
8월의 햇볕이 내리쪼였다면 오히려 험한 산책길이 되었을 터인데...
비가 알맞게 내려주었다.
비가 오히려 바닷가걷기를 좋게 만들어주었다.
하늘이 이렇게 가는 곳마다 모든일을 알아서 도와주니 '우리는 참 축복받은 사람!'
횟집과 커피집이 한집 건너 줄줄이 늘어서있었다.
누가 아름답던 천연동해바닷가를 인공도시풍의 카페촌으로 덕지덕지 화장분칠해놓았을까?
모두들 '어머 잘해놓았네'하는듯하지만 내 큰눈으로는 정말 아니올씨다였다. 내가 촌놈이 분명할꺼였다.
그러나..다행히도 곧이어 이어지는 솔밭길은 비오는 바닷가와 어울려 어느 영화속에 나와도 좋을 만큼 분위기있었다.
비내리는 바닷가 그리고 솔밭 그리고 우산속 나이없는 연인들...
그래서일까 거리이름도 'Romantic road of Korea'라고 쓰여있는 것일까?
우리부부와 거리이름 중, 최소한 둘중 하나는 '로만팈'아닐 것인데 오늘은 그냥 둘모두 맞다고 하기로 하였다.
솔밭길이 끝나니 얼마 가지않아 경포호수와 만나게 되었다.
총둘레길이 4.35키로.
비가 오다가 갔다가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것처럼 우리들 걸음도 쉬었다 걸었다를 번갈아하면서 잘 다듬어진 호수공원을 천천히 한바퀴 둘러보았다.
마음편한 것은 시간여유에서 오는가 늘어진 걷기에서 오는 것일까?
오늘만은 세상만사가 경포호수물처럼 평화 가득이었다.
경포호수길이 끝나니 곧 경포대해수욕장이 나왔다.
빈배와 모래밭뿐이었던 안목항해변... 그리고 몇몇 손님들만이 왔다갔다하던 송정해변과는 하늘땅차이만큼 컸다.
온몸에 실오라기만한 조각 2개만을 어렵게 달고다니는 초비키니차림의 아가씨들도 많았다.
한낮인데도 술취한듯 비틀대며 갈지자 흐트러뜨리는 걸음걸이하는 젊은이떼들도 눈에 많이 뜨였다.
동해안 바닷가는 광복절이 지나면 수온이 낮아서 찾아오는 손님들 발낄이 뜸하다더니 이곳 경포대는 아직은 아닌듯 하였다.
철지난 바닷가는 환갑지난 노인네라더니...더군다나 비가 왓다갔다하는데도 이곳은 아직 여름철해변 내음이 물씬 풍겼다.
배꼽시계가 출출하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10시경 시작한 걷기가 벌써 오후 1시가 다 되었으니 소리칠 때가 지난 것이렷다.
경포호수길 쉼터에서 쉬면서.. 들고온 바나나도 먹고...
어느 꼬부랑 할머니가 팔아달라는 삶은옥수수도 먹고...
이것저것 간단한 주전부리도 하였지만 주식인 밥이 들어오지않으니 배가 소리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소리 아닌가.
'남이 잘되는 것은 참아도 배고픈 것은 참지못하는 나'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해야했다.
‘멍게바위횟집’
이름이 특별하여 들어갔더니 식당앞 바다에 멍게처럼 생긴 바위가 버티고 서있었다.
울마님께;서 얼큰한 매운탕이 먹고싶다하여 ....우린 멍게처럼...느리게느리게 뱃속을 채웄다.
그러나 '착하지않은 매운탕'....언제나 관광지는 착해질까?
5구간종점(시점) 사천항앞에서 택시를 기다렸으나 좀처럼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못해 마침오는 시내버스를 타고 안목항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어느사이 비는 더 거세게 몰아치고...
버스가 멈추는 곳마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덕분에 우리는 강릉시내 곳곳 풍경을 많이도 보게 되었다.
날은 어두워지고 비는 더 세게 더 많이 내리고...
버스기사아짜씨 '서울 손님분, 안목항 다 왔어요!'
사위는 어느사이 캄캄깜깜 모드
몇시쯤 되었을까?
오후5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사천항에서 4시쯤 버스를 탔으니 1시간여 비내리는 강릉시내를 구경 한번 잘 한셈이었다.
택시를 타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것들을 새로이 만나게 된 것이니, '빨리가기'는 못하였지만 대신 더 느리게 가면서 더 많은 것을 만나게 되었으니 ...우리 가는 곳은 언제나 좋은일만 생긴다 할 것이었다.
비는 더 거세져있었다.
조금 거칠게 구라를 미국말식으로 깐다면 '개들과 고양이들 싸우듯' 폭우처럼 쏟아부었다.
오늘 우리가 해야할 마지막 끝머리 매듭짓기....
그 씨츄에이션이 맹글어지고 있었다. 하늘이 주는 끝내주는 상황아닌가?
동해바다, 비내리는 바닷가, 해질무렵 그리고 커피집...커피향향향...커피맛맛맛....멋멋멋!!!
보헤미안도 좋고 테라로사도 좋고 커피볶는집이면 더욱 좋을 것이었다.
어딘가 물어찾았더니..
누군가 말한 '보헤미안'은 저저저멀리 있고...
'테라로사'는 강릉시내에 있다는 것이고...
'커피볶는집'커피커퍼' CoffeCupper'는 마침 아주 가까이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왕이면 2층으로 올라가자.
비내리는 바다, 해질무렵여름바다가 어떠한지 마음스케치해보자.
검푸른 바다가 거기 있었다. 덜컥 내품속으로 달려들어왓다.
집채만한 파도가 바윗덩어리떨어지는소리와 함께 들려들어왔다.
물밀듯이 쳐들어온다고 하더니... 바닷물이 검게 푸르게 커피집2층까지 쳐밀어들면서 내마음속까지 쳐들어와 덮치는 듯하엿다.
철지난 여름바닷가
비내리는 해질무렵
은근한 커피향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하얀이쁜고래한마리가 동해바다마음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만일 40년전에 왔었다면....내 삶이 바뀌었을까?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
그때는 내맞은편에 누가 앉았을까?
나는 지나간 꿈을 꾸고 있었다.
빗줄기는 거세게 또 거세지고....
어느덧 꿈은 사라지고..
'우리의 사랑이 깨진다해도
한꺼번에 모든것을 잃는다해도...
모두들 가슴속에 뚜렷이 있다
조그만 예쁜 고래한마리~~~'
더 거칠어진 빗속을 뚫고 달려오니 바우게스트하우스 배식이 막 끝나려하였다.
오늘 특식은 '삼계탕'
나;왠 삼계탕?
바우하우스;투숙객도 많지않기도하고...비도 오고...또 한여름이니까...
나는 비오는 날이 좋다....
오늘도 좋은날.
(내블로그; 자연.자유.자존, 강원도바우길여행기에서, 201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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