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실업에서...점심시간과 일어공부;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매일 오전 11시 50분...
나는 불이나게 화장실을 가고 바로 시청옆 ‘박성원’의 일어학원으로 달려갔다.
3달동안? 매일 1시간씩 일어책 한권을 독파하는 강행군. 수업이 끝나면 또 불이나게 점심식사를 하고 회사 오후 일과에 들어갔다.
무교동 뒷골목 먹자골목집의 삼치구이로 점심식사. 삼치구이집 할머니는 밥먹으로 늦게 오는 날 언제나 반겨주었다.
그당시는 도시락을 싸고 다니며 점심을 해결하였는데 매일 삼치구이값을 대야하는 나의 호주머니는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내 생각으로는 종합상사맨으로서 살아남으려면 영어는 물론 제2외국어 하나는 배워나야 할 것으로 판단되었고, 식품공학전공인 나에게는 아무래도 일본어가 좋을 것 같았다. 다행히 대학재학시절 하숙집 주인에게서 일본어의 기본을 어깨너머로 배운 탓에 일어학원강의를 집중적으로 들으면 기본회화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입사원의 티를 막 벗어난, 말단 사원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일어학원을 다닌다는 것이 조금 눈치가 보였지만, 제2외국어를 배운다는 데 누가 감히 심하게 눈치를 주겠는가 하며 과감하게 강행하였다.
다행히 눈치를 주기보다는 점심시간을 쪼개어 제2외국어를 배우러다니는 나를 보고 주변에서는 그 집념과 용기를 부러워하였다.
(후일, 해태상사에 입사하여 일본땅콩수출사업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어려운 시절, 점심시간을 쪼개어 일본어를 배워놓은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세상은 준비되어있는 자에게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때 점심시간 쪼개는 것이 쉽지않고 또 주변의 눈치를 보며 일어공부를 하지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때로는 무슨 일이든 일단 저질러 놓고 밀어붙이는 것이 좋을 경우가 많다는 것을 또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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