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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차 없이 살아보니(3)---회춘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5. 02:18
--차 없이 살아보니3/ 회춘을 하고싶지 않은가?

출근길에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젊은이들을 보면 나는 곧 30여 년 전 신입사원 시절로 돌아간다.
그 때를 회상하면서 혼자 속으로 ‘힛힛’ 거린다.

인천 주안에서 전철로 시청 앞까지 금호실업에 다니던 시절.
아침출근시간대는 1초가 억만금.
일각을 다투느라 들어오는 전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전철역 계단을 서너개씩 건너뛰다가,
옆에서 같이 헐레벌떡하던 어떤 녀석과 부딪치고서는 발을 헛디뎠다.
몇 달을 절뚝거리며 회사를 오갔었다.
얼굴이 계단 위에 박히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겼었다.
침을 맞을 생각도 못하고 무지하게 버티고 참으면서 출퇴근을 견뎌냈었다.

무서운 것 없이 그냥 무작정 뛰고 또 뛰었었다.
가진 거 하나 없었지만 뭐 그것을 걱정하지도 않았었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것을 겁내지도 않았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남을 탓하거나 부모를 원망하지도 않았었다.

난 어느새 그 시절로 돌아가 힘이 새롭게 솟아나니,
즉 회춘을 하는 것이니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있던가.
손수 운전을 하지말고 전철을 타 보시라.
젊은이들이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모습을 직접 그대의 눈으로 확인할 것이다.
그러면 그대는 나도 모르게 옛날의 젊은 시절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회춘하는 것이 뭐 별 건가?

만원이 된 전철을 비집고 들어갈 때는 덜컥 겁이 나고 또 짜증이 나려 하지만
사회초년병 시절 인천의 지옥철을 생각하면 이것은 맛배기, 과거를 회상케하는 오락물이다.
가끔 운 좋게도 젊은 여성들 틈 사이에 서게 되면 나는 나이를 잊고 괜히 기분이 나이스가 된다.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젊은이들이다.
나이가 많아야 40대, 50대나 60대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나처럼 머리가 하얗게 빛 바랜 사람은 없다.

붐비지 않은 시간대에 전철을 타면 내 앞에 앉아있는 젊은이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아예 잠을 청하는 배짱도 재미있고, 어찌해야 하나 속으로 복잡해지는 표정도 재미있다.
그러나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해주는 녀석을 만날 때는 오히려 내가 민망해진다.
서둘러 강하게 주저앉혀보지만 막무가내 도망가는 놈은 어쩔 수 없다.
이제는 이력이 나서 차라리 내가 먼저 멀리 도망가 그 민망한 순간을 모면한다.
그것도 재미있다.

공부는 잘 하는 녀석들하고 어울려야 성적이 좋아진다.
골프도 잘 치는 사람하고 쳐야 빨리 좋아진다.
풋풋한 젊은이들하고 함께 부대끼며 냄새를 맡아야 오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전철을 이용하시라.
30년 세월을 뒤돌아 그 옛날의 풋풋하기만 했던 또 다른 당신을 거기서 만날 수 있으려니,
또 전혀 다른 젊은이들을 만나 그대에게 젊은 기운을 새롭게 만나게 해 줄 것이니.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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