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9.9.화,
또 비가 오고 있다.
오늘은 아홉이 겹쳤으니 어디 좋은 일이 있겠구나 싶은데
또 비님이 오시니 좋은가 좋지 않은가 하느님 일을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 농사는 햇볕이 곧 황금인데, 빗물이 떨어지니 농부의 눈물이 될 거 아닌가
고향을 가는 걸음도 질퍽거릴 것이고,
고향의 하늘도 찌푸릴 것인데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더해지면
이래저래 요즈음 비는 밉다 미워.
명절 준비하시는 며느리들 마음이라도 가벼워야할 터인데
우리 기러기 사랑방에 언뜻 언뜻 비치는 속사정은 가볍지 않더라.
우리집을 들여다봐도 숨어있는 말못할 내용은 비슷하다니
무엇이 우리들 마음을 누르는가
몸은 커지고 바뀌었는데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은 옛날 그대로여서가 아닐까
맞지 않은 옷에 억지로 하루만 꾹 참고 몸과 마음을 맡기고 있는 것이리라.
미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권력이동
우리네 가족제도에도 일어나고 있음 아닌가.
이제 껍데기만 남아 마지막 뒤처리를 우리 세대가 떠맡고 있는 것
우리들 '낀' 세대, '쉰' 세대의 몫이 그래도 있다는 것으로 마음을 추스려야 하지 않을까.
느린 농경사회의 큰 줄거리가 정보산업사회의 빠르기에 숨이 막혀 고사지경에 이르지 않았는가.
우리의 아이들이 농사와 비 그리고 햇볕의 함수관계를 이해하려고 하겠는가.
우리의 어르신들이 인터넷의 무한한 쌍방향을 짐작이라도 하시겠는가
얼마나 걸릴까
우리가 잘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웃으면서 입고 우리의 어르신들과 우리의 아이들 사이에서 엉거주춤 다리노릇을 해야하는 것이.
추석을 10 번 정도, 고향을 많게 잡아 스무 번을 다녀오면
어르신들의 헌옷을 보내 버리고, 아이들이 이제 그들의 익숙한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을 지켜보는 날이 올 것인가.
우리가 자연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듯이
시대의 변화를, 실물세계의 권력이동을 어이 한낱 인간이 거스를 수가 있을 것이냐
크게 뒤떨어지지 않게 발 맞추어 따라나서야지.
비가 오는 고향길이 되어도, 비가 오는 들녘이 쓸쓸해 보여도,
어르신들에게는 손주들의 시끄러움만 있으면 그만이고 며느리의 마음아픔은 저만큼 보이지 않아도, 비 오는 추석이라도 그냥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오늘 같은 날이 될 것이다.
우리들 며느님들도 그냥 덜도 말고 더도 말고 10년만 헌옷을 입고 고향을 가면 어떨까.
.
.
.
뭘, 길게 쓰고 말고 해, 그러니까 꾹 참으라 이 말 아닌가, 시방?
또 비가 오고 있다.
오늘은 아홉이 겹쳤으니 어디 좋은 일이 있겠구나 싶은데
또 비님이 오시니 좋은가 좋지 않은가 하느님 일을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 농사는 햇볕이 곧 황금인데, 빗물이 떨어지니 농부의 눈물이 될 거 아닌가
고향을 가는 걸음도 질퍽거릴 것이고,
고향의 하늘도 찌푸릴 것인데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더해지면
이래저래 요즈음 비는 밉다 미워.
명절 준비하시는 며느리들 마음이라도 가벼워야할 터인데
우리 기러기 사랑방에 언뜻 언뜻 비치는 속사정은 가볍지 않더라.
우리집을 들여다봐도 숨어있는 말못할 내용은 비슷하다니
무엇이 우리들 마음을 누르는가
몸은 커지고 바뀌었는데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은 옛날 그대로여서가 아닐까
맞지 않은 옷에 억지로 하루만 꾹 참고 몸과 마음을 맡기고 있는 것이리라.
미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권력이동
우리네 가족제도에도 일어나고 있음 아닌가.
이제 껍데기만 남아 마지막 뒤처리를 우리 세대가 떠맡고 있는 것
우리들 '낀' 세대, '쉰' 세대의 몫이 그래도 있다는 것으로 마음을 추스려야 하지 않을까.
느린 농경사회의 큰 줄거리가 정보산업사회의 빠르기에 숨이 막혀 고사지경에 이르지 않았는가.
우리의 아이들이 농사와 비 그리고 햇볕의 함수관계를 이해하려고 하겠는가.
우리의 어르신들이 인터넷의 무한한 쌍방향을 짐작이라도 하시겠는가
얼마나 걸릴까
우리가 잘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웃으면서 입고 우리의 어르신들과 우리의 아이들 사이에서 엉거주춤 다리노릇을 해야하는 것이.
추석을 10 번 정도, 고향을 많게 잡아 스무 번을 다녀오면
어르신들의 헌옷을 보내 버리고, 아이들이 이제 그들의 익숙한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을 지켜보는 날이 올 것인가.
우리가 자연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듯이
시대의 변화를, 실물세계의 권력이동을 어이 한낱 인간이 거스를 수가 있을 것이냐
크게 뒤떨어지지 않게 발 맞추어 따라나서야지.
비가 오는 고향길이 되어도, 비가 오는 들녘이 쓸쓸해 보여도,
어르신들에게는 손주들의 시끄러움만 있으면 그만이고 며느리의 마음아픔은 저만큼 보이지 않아도, 비 오는 추석이라도 그냥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오늘 같은 날이 될 것이다.
우리들 며느님들도 그냥 덜도 말고 더도 말고 10년만 헌옷을 입고 고향을 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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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길게 쓰고 말고 해, 그러니까 꾹 참으라 이 말 아닌가, 시방?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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