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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줄 서, 줄(속편)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0. 20:49
2003.9.15.월, 추석 연휴를 끝내고,

오랜만에 햇볕이 나왔다.
늦여름을 떠나 보내는 자연의 매미가, 태풍 '매미'를 불러와 남쪽 한반도를 쑥밭으로 만들었다.
위대하신 자연을 너희 인간들 함부로 하는 것 아니야 하시는 것 같기도 하였다.
자연은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데, 이 번에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걸까.

그냥, 열대성 저기압이 연례행사 한답시고 휩쓸고 지나갔다?
태풍이 없다면 저 쓰레기는 누가 치울 것인데?
태풍이 불지 않는다면, 도시의 저 탁한 공기는, 오염된 저 냄새나는 바닷물은 누가 휘저어 내보낼 것인가?
나이 들어가면 갈수록 마누라 말 잘 들어야 해?
말 잘 안들으면 '매미'처럼 확 뒤집을 거야?

영희의 '비공처가'줄을 읽다 보니, 상칼의 개그 '노처녀의 바나나 줄'이 겹쳐 생각났다.
함께 엮었는데 줄이 세워졌는지 모르겠다.


조금 색다른 꽃상여 하나가 나가고 있었다.
보통 상여가 나가면, 상여 뒤에 만장 깃발이 따르고, 그 뒤로 유가족들이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남편으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개 한 마리를 끌고 가는데, 그 개 뒤로 수많은 사람들이 또 따르고 있으니 색다르다고 하는 것이다.

지나가던 사내, 그가 비공처간지 왕공처간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그가 어찌 그냥 지날 수가 있겠는가.
이유를 알고 가야 잠이 올 것이라,
'왠 개며, 왠 줄이라요?'

중년남 왈, '뭔 개는? 우리집 사람을 물어 천당에 보낸 희한한 넘 아닌가'
지나가던 사내왈, '그런가요? 보기는 멀쩡한데 정말 희한한 미친개로군요', 하면서 잽싸게 머리가 돌아갔다.
다시 물었다. '저 개 나에게 파시오'
남편왈, '그럼, 저 줄 맨 뒤에 가서 줄 서시오'

참, 싱거운 사람들이라곤.
마누라가 하라는 대로, 사람 많은 곳에는 가지 말라고 하면 안가면 되고,
무거운 거 들면 허리 다칠 수 있으니, 따지지 말고 그냥 앉아서 일 보면 되는데,
왜들 신경 쓰고 그럴까.

지나가는 사내여,
그렇다고 줄은 왜 서느냐 말일세.
많은 사람 있는 곳에 줄 서지 말라고 했잖여?

하기사 마누라님 없는 세상이 어디 상상이나 되겠어,
아직 나이가 어리니 쯔쯧.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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