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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도 알립니다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0. 20:59
2003.9.18.목,

태풍 '매미'가 울고 간 자리가 쑥밭이 되었는데,
농심은 북받치는 설움과 울분을 애써 삭이고 있는데,
또 비가 줄기차게 쏟아진다.
고양이와 개가 싸우는 것처럼 온 삶을 시끄럽게 하며 내리고 있다.

'나는 동사무소의 말단 직원이 되어 하루 8시간 주어진 일만 성실히 해내고, 최저 생활비가 보장된다면, 나머지 일과 후 시간들은 간섭받지 않으며, 내가 좋아하는 책도 읽고, 내가 좋아하는 재즈도 듣고, 내가 좋아하는 여자 친구도 만나고, 또 무슨 일이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일만 하고 살아도 100년은 부족할 것 같다'


오늘 아침 어느 신문의 칼럼은 '공상가가 직업이 되는 세상'이 이미 왔다고 소개하면서, 어느 소설가가 문단에 데뷰하면서 하였다는 윗 이야기를 곁들였습니다.

'출세와 성공, 그거 좋지. 그런데 난 그런 건 관심 없으니 댁들이나 하슈, 난 뒤쳐질 테니까'
신 유목민 세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부모는 죽자 사자 뒷바라지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배신을 때리는데' 어찌 할 것인가.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만드는 자 흥할 것이다.'


박주인군 둘째 아들, '건희'가 빗 사이를 뚫고 '행복결혼식' 청첩장을 주고 갔습니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리지 못함을 이해해 주십사 하며, 저 보고 대신 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10월 5일, 일요일, 오후 3시, 서울대학교 호암 교수회관.

지난 4월, 형 '준희'가 했던 그 자리 그대로입니다.
신부될 처녀는 의대 재학시절 연극반에서 만났다는 동년배의 현재 국어 선생님,
신랑되는 건희는 의대 졸업하고 공중 보건의로 현재 국립 의료원에 군의관 대체 복무 중.

여느 일류 의대생이 가는 길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기로 한 녀석이 옛 날 기자촌에서 보아왔던 그 코흘리개가 아님을 오늘 보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훌쩍 나를 넘어서 버린 녀석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녀석의 엄마 아빠는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그 날 우리 '번개팅'하자고 하면, 누가 '놀고 있네'라고 하나여?
하든 말든......'번개' 한번 합시닷.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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