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7.수.
옆자리에서 코고는 소리에 잠을 깼다.
시간을 보니 새벽 6시쯤.
밖에는 빗줄기가 제법 굵은듯 천장에서 들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침식사시간까지는 아직도 1시간여가 남았으니 무엇을 할까?
도종환시인의 ‘오후 두시와 세시 사이’를 마저 읽었다.
나의 인생시계는 지금 몇시일까?
저녁 9시?
잠자리에 들어가야할 시간인가?
나는 늦게 자는 편, 새벽2시까지도 꼼지락거릴때가 많으니 밤9시라도 아직 초저녁 아닐까?
아침식사를 하고 어느 구간을 탈까? 마님눈치를 살피니
오늘은 비가 오니 산행걷기보다는 바닷가걷기가 더 좋을 것이다다.
오랜만에 만나는 의기투합 즉 만장일치였다.
산행걷기 보다는 바닷가솔밭길걷기가 훨씬 좋을 것이었다.
안내책자를 보니
바우길 6구간 이름하여 ‘바닷가호수길’
16키로
솔밭길 그리고 경포호수.
지난번 럭셜어린이가 걸었다는 그길이었다.
비내리는 바닷가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앞에 놓으면 만사골치가 바닷속으로 퐁당 빠져없어지는 분위기 아닐까?
마침 안목항(강릉항)까지 가는 마을버스가 있다고 하였다.
8시 차는 이미 떠나버리고 다음버스를 기다리자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었다.
택시를 부를까하다가 자동차로 안목항까지 가서 거기에 주차를 해놓고 걸어서 사천항까지 걷기를 하고나서..끝나고 버스나 택시로 안목항으로 돌아오면 되지 싶었다.
임기응변은 이럴때 하라고 길러놓은 실력이었다.
상황에 따라 알맞게 변화시키는 것이 당초 정해진대로 움직이기만해야하는 원칙주의하고는 평가를 달리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하겠다.
이왕 자동차로 움직이는 것이니 조금 더 응용해서 정동진을 거쳐서 가기로 하였다.
자동차네비에 정동진을 치니 곧 기계적으로 안내되었다.
무엇이 이곳을 그렇게 유명하게 하고 사람들이 들끓어모이는지는 알수없지만 우리도 그들중 하나가 되어 정동진을 찾았고 모래시계공원에서 한컷 증명사진을 찍게되었으니 우리도 영락없는 똑같은 사람이 되었는가? 이제는 외롭지 않을까?
안목항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바우길6구간 걷기를 시작하였다.
횟집과 커피집.
바닷가 주변은 마치 여느 카페촌과 다름없었다.
곧이어 이어지는 솔밭은 비오는 바닷가와 어울려 어느 영화속에 나와도 좋을 만큼 분위기있었다.
비내리는 바닷가 그리고 솔밭 그리고 우산속 연인들
그래서일까 거리이름도 Romantic road of Korea라고 쓰여있었다.
우리부부와 거리이름과 최소한 둘중 하나는 아닐 것인데 오늘은 그냥 둘모두 맞다고 하기로 하였다.
솔밭길이 끝나니 얼마 가지않아 경포호수와 만나게 되었다.
총둘레길이 4.35키로.
비가 오다가 갔다가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것처럼 우리들 걸음도 쉬었다 걸었다를 번갈아하면서 잘 다듬어진 호수공원을 한바퀴 둘러볼 수 있었다.
곳곳의 쉼터며 조각이며 시며 안내판이며 모두가 정성이 깃들어진 공원소품들이었다.
특히나 자전거용 아스팔트길과 사람길를 확실하게 분리해놓은 것이 인상깊었다. 사람길을 확실하게 흙길로 만들어놓았으면 더 좋았을 터인데 조금 아쉬움은 있었지만 서울의 도선사아스팔트길같은 대부분의 절길을 생각하면 숨통이 저절로 트이는 것이었다.
탁상행정이 아닌 시민편의속 행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들 대부분 공무원들이 알기나할까?
실무공무원들이야 무슨 잘못이 있을까 책임의 큰것은 거들먹거리기만 좋아하는 윗자리차지하고있는 큰공무원들이 져야 할 것이다.
경포호수길이 끝나니 곧 경포대해수욕장이 나왔다.
지나온 솔밭길 송정해수욕장과는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빈배와 모래밭뿐이었던 안목항 그리고 몇몇 손님들만이 왔다갔다하던 송정해변과는 하늘땅차이만큼 컸다.
온몸에 실오라기만한 조각 2개만을 어렵게 달고다니는 소위 초비키니차림의 아가씨들도 많았고 술취한듯 비틀대며 갈지자 흐트러뜨리는 걸음걸이하는 젊은이떼들로 눈에 많이 뜨였다. 동해안 바닷가는 광복절이 지나면 수온이 낮아서 찾아오는 손님들 발낄이 뜸하다더니 이곳 경포대는 아직은 아닌듯 하였다.
외래객들이 많으면 좋은 것인가 좋은 곳인가 아닌가? 인간들이 많아야 좋은가 아닌가?
우리들 사는 환경은 어느쪽이 더 좋은가?
나는 이곳 강원도 여름휴가걷기를 하면서도 이런 의문을 해대니 이는 좋은 것인가 아닌가?
배꼽시계가 출출하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10시경 시작한 걷기가 벌써 오후 1시가 다 되었으니 소리칠 때가 지난 것이었다.
경포호수길 쉼터에서 들고온 바나나도 먹고 할머니가 팔아달라는 옥수수도 먹고 간단한 주전부리도 하였지만 주식이 들어오지않은 배는 소리할 때가 되었다는 것 아닌가.
바우길6구간 종점(시점)까지는 아직 3키로 정도, 시간적으로는 1시간여가 남아있었다.
조금 더가서 점심하기로 하였다. 경포대는 너무 어수선하기도 할뿐더러 왠지 점식식사 분위기가 되지 않았다.
순긋해변을 지난 사천해변 가까이에서 하면 좋을 것이었다.
경포대해변을 지나니 바닷가길이 그다지 좋지않았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만 요란할뿐 솔밭길이나 호수길같은 조용한 길은 없었다.
배는 고파오고 서둘러 적당한 식당을 찾았으나 좀처럼 그럴듯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경포대해변에서 점실을 할껄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고 마침 한곳을 잡아 허기를 달래기로 하였다.
이름하여 ‘멍게바위횟집’
이름이 특별하여 들어갔더니 아니나다를까 식당앞 바다에 멍게처럼 생긴 바위가 버티고 서있었다.
마님께;서 얼큰한 매운탕이 먹고싶다하여 ....
6구간종점(시점) 사천항앞에서 택시를 기다렸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기다리다못해 마침오는 시내버스를 타고 안목항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강릉시내에서 한번 갈아타면 된다는 것이었다.
버스요금은 1인당 1100원.
갈아탈 것이니 2200원 둘이니까 총4400원.
버스에 올라 얼마냐고 물으니 버스기사왈 교통카드 없느냐? 묻는다. 서울교통카드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왜 아니되겠느냐고 촌스럽게 묻느냐고 되물어온다.
어느사이 비는 더 거세게 몰아치고 버스가 멈추는 곳마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덕분에 우리는 강릉시내 곳곳 풍경을 많이도 보게 되었다.
택시를 타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것들을 보게 된 것이니 빨리가는 시간 하나를 잃었지만 돈도 절약하고 강릉시내버스요금도 알게되고 또 더 많은 것을 보게 되었으니 남는 장사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곳저곳을 모두 멈췄다 가는 것이 일반시내버스일 것이니 시간이 생각보다 더많이 들었나싶었다.
4시 조금 넘어서 버스를 탔으니 1시간 이상이 걸려서 안목항 가까운 버스종점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오후 5시.
비는 더 거세져있었다.
조금 거칠게 더하면 폭우처럼 쏟아부었다.
자동차를 주차해놓은 곳까지는 지호지간...
오늘 해야할 숙제 하나 남아있었다. 여름동해바닷가, 커피맛보기. 그것도 비내리는 해질녘무렵.
보헤미안도 좋고 테라로사도 좋고 커피볶는집이면 더욱 좋을 것이었다.
보헤미안은 저멀리 있고 테라로사는 강릉시내에 있다는 것이고...카피커피하우스는 마침 아주 가까이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왕이면 2층으로 올라가자. 여름바닷가 여름바다 비내리는 바다 해질무렵이 어떠한지 마음스케치해보자 하였다.
검푸른 바다가 거기 있었다.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그렇게 우렁차고 힘센지 쉽게 느껴와졌다.
물밀듯이 쳐들어온다고 하더니 아니 바닷물이 검게 푸르게 2층 커피집으로 쳐밀려들면서 내마음속까지 쳐들어와 덥치는 듯하엿다.
철지난 여름바닷가
비내리는 해질무렵
은근한 커피향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바우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저녁7시.
삼계탕이 나왔다.
연휴도 끝나고 투숙객도 많지않고해서 오늘은 특별하게 준비했다고 하였다.
비오는 바닷가솔밭길도 좋았고 호숫길도 좋았고
생각지않은 특별식 삼계탕도 좋았고
오늘은 비내린 좋은날 기분좋은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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