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바우길여행기

제1일/2011? 8.16

햄릿.데미안.조르바 2013. 2. 8. 16:08

'남이 장에 가면 나도 가야한다'

 

장엘 가긴 가야하겠는데

어느 장에 가서 무엇을 살까?

여기가 좋을까 저기가 좋을까 이생각 저생각이 왔다갔다 하였다.

많은사람들이 잘 가지않은 곳 잘 하지않은 것이 더 좋지않을까?

걷기?

걷다가 쉬기 또는 쉬다가 걷기?

강원도 바우길?

지난해 언젠가 럭셜양이 소개한 바우길이 생각났다.

배낭을 메고 기차를 타고 갈까?

불편을 벗삼아내면서

시간을 내맘대로 늘이고줄여뜨리면서

고삐풀린 자유를 품에 안고

허방대면 얼마나 좋을까?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울마님의 형편은 어떠실지?

자가용의 편리한 움직임을 물리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여름볕 걷기를 받아주고 거친 식사와 불편한 잠자리를 마자하지않는 마님이 얼마나 고마운가?

 

드뎌

8월16일.

(광복절 연휴동안은 빈방이 나오지않아 연휴가 끝나는 16일을 거사일로 잡게되었다. 미리미리 챙기지못하여 이런일에는 언제나 느림보인 나에게 주는 현실사회의 징벌을 받아마땅하지만 그래도 인파를 피해서 한결 넉넉해진 상황도 나쁘지 않지않은가?)

아침 일찍 출발하려던 계획이 차질이 생겼다.

마님께서 휴가중 집안일을 챙기다보니 이것저것 생각지않은 것들이 나오고 또 나온모양이었다.

12시가 거의 되어서야

'나가수' 노래 모음들을 들을 수 있었다.

(무자식 상팔자라 하더니 그것은 괜한 말이었다...둘째넘이 아바지오마니 여행길에 들으시라고 나가수노래모음시디를 구워주었다.그동안 미웠던 것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임재범의 폭발적인 가창력도 좋지만.. 

나는 왠지 조관우의 수줍어하면서 또 애닯아하는 것이 더 좋다.

'꽃밭에서'가 좋고

편곡한 '남행열차'도 좋다.

누구노짱과 누구디제이를 대입해가면서 들으면 더 좋다는데....

바로 그랬다.

비내리는 휴가길에는 더욱 그리되니 이상하기도 하다.

무슨 역설?

애닯음과 통쾌함의 만남?

 

평창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을 대충 떼우면서 어찌할까?

강릉의 게스트하우스 가는 길에 어디 들렸다 잠깐 뭐 볼거리가 없을까?

어느방향으로 차를 몰아야할까?

저녁밥을 얻어먹으려면 오후 7시까지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야...네다섯시간의 여유가 있는데...??

옛대관령휴게소?

양떼목장?

 

횡계에서 영동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옛대관령휴게소에 들렸다.

양떼목장으로 가는 길에ㅐ 사람들이 우우 몰려있었다.

발길은 양떼목장이었지만 마음은 내내 어디 다른 것이 뭐 없나 두리번거렸다.

'선자령'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둘은 누가먼저랄 것 없이 '선자령'으로 가자!였다.

그런데ㅐ 문제는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않아보였다.

해발1173미터

5.8키로

 

지금 3시

7시까지 돌아오는 것이???

저녁밥이야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사먹으면 될거아냐?

정답은 간단한 곳에 있었다.

저녁밥을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제3의 곳으로 하기로 하니 선자령다녀오는 시간은 앙것도 아니게 되어버렷다.

세상일이란 것이 하나를 버리면 이렇게 쉬운 것을...

우리마님은 오늘 도사가 되고도 남았다.

 

선자령가는 길은 천연의 숲길이었다.

순박함 소박함

그것은 우리의 옛시골산길

그것은 자연

들풀도

들꽃들도 수줍게 웃는듯 우리를 반겼다.

쭉쭉뻗어솟아오르는 나무들은 속세의 번잡함을 하늘 높이 벗어던지고 있었다.

매미소리는 또 왜리 우렁찬지 그래도 이곳에서는 소음으로 들리지 않았다.

가슴속을 뻥뚫는 청량함으로 가득차 들어왔다.

그 가운데

실비가 슬슬 실실 내리는 것이었다.

우리릉 위한 야외무대

숲속의 야생자연무대는 우리에게 너무 호사스러웠다.

 

가파름이 청계산만 조금 못할까?

우리들 마음이 가벼워서읾까?

발걸음이 무겁지 않았다.

곧 선자령 정상. 시작하고 채 2시간이 되지 않았다.

바람!바람! 바람!

모자가 날라갈듯 바람이 거세었다.

폭풍의 언덕은 아니고...바람의 언덕! 아니 왕바람 언덕쯤되고도 남았다.

나는 갑자기 벌거숭이가 되고싶었다.

웃옷을 홀딱벗고 양팔을 높이 들어 하늘높이 세웠다.

내친김에 허리춤까지....

온가슴이 펑펑 뚫리는 바람이 거기 선자령에 있었다.

분명 세파에 찌든 우리부부를 씻겨주는 바람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 조아 너무 조아!'

'또 오자 또!'

지난 어느해 덕유산에 갔을때 덕유평전에서 하던 말슴을 또 하고 계셨다.

'여인네의 속사랑을 구하고 싶은자, 선자령 바람을 맞춰보시라들!!!'

(선자령 정상부근에는 큰바람개비기계들이 돌아가고있었다.소위 풍력발전소...아무리 자연친화적으로 건설했다해도 흉물은 그런 흉물이 없었다. 선자려의 옥에 티였다.)

 

하산길 끝자락

서둘러 끝맺음을 하라는 뜻인지

선자령 방문기념을 확실하게 해주는 방점을 찍어주려는 것인지

부슬비실 내리던 빗줄기가 갑자기 크게 굵어졌다.

금방 물에 빠진 생쥐꼴로 바뀌었다.

시간을 보니 6시 10분...

비는 점점 세게 내리고 바우게스트하우스까지 얼마나 걸릴까?

이럴때 문명의 이기 '자동차'가 좋았다.

네비에 '바우게스트하우스'를 쳐넣으니 묵묵부답이었다.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403’ 주소를 쳐넣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우씨@@@

'대굴령 자동차마을'을 치니 그제서야 대답을 하고 길안내를 하였다.

유비무환...

바우게스트하우스의 안내요령을 메모했던 것이 큰고생을 덜어주었다.

 

비내리는 대관령국도옛길을 어둠을 타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맛도 일품은 되었다.

대관령험준한 산속에 6개의 터널을 뚫어 최직선코스를 만들어 시간속도를 높여주었다지만

인간들에게서 굽이굽이 돌아가는 곡선의 맛을 빼앗아버렸으니 이를 좋다고 해야할지 아니다고 할지

우리들 각자의 셈법에 따라야할 것인가?

네비를 따라 돌고도니 어느사이 바우게스트하우스!

시간을 하늘이 맞춰줬는지 딱 오후7시.

배식이 끝나는 시간인지 우리부부를 마지막 손님으로 환영해주엇다.

단촐한 시골자연밥상이었다.

곤드레밥에 무말랭이 깍두기 배추김치 그리고 맛장에 순두부!

후ㅠㄹ륭한 건강자연식이었다.

생각지않은 선자령도 만나보고 바우게스트하우스의 저녁밥까지 얻어먹었으니

기분좋은 시작이 되었다.

 

식사후 방배정

나는 단풍나무방

울마님은 벚나무방

남녀가 유별하고 또 유별한 것이니

별거해야 한다.

이곳 숙소규정 제1조.

별거하고픈 부부는 바우게스트하우스를 찾으라꽝꽝꽝.

우리부부는 난생처음 초역사적으로

자연강제적 별거상태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