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20.화, 새벽4;30분 성삼재
새벽첫차인데도 버스가 꽉 찼다. 50여명? 구례버스터미널에서 새벽4시에 출발하였으니, 화엄사 찍고, 성삼재까지는 딱 30분이 걸렸다. 칠흑같은 어둠속의 성삼재는 거센바람으로 나를 맞이하였다. 구례터미널에서는 추위를 느끼지못하였는데 이곳 성삼재에는 추위가 엄습해왔다. 고생 좀 하겠구나싶었다. 한치앞이 보이지않는 이른새벽 버스에서 내린 등산객들 비상전등을 켜면서 웅성웅성 사람이 움직일때마다 헤드라이트를 켠 머리가 돌아가니 어둠속에서 불빛들이 하늘과 땅사이를 어지럽게 휙휙거리고 있었다.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전사들이 마지막 점검을 하는듯 하였다. 이름하여 지리산종주 특공대? 그들은 집단적으로 행동하지않고 하나둘 개별적으로 흩어져 임무수행에 들어가는듯하엿다. 나도 손전등을 켜고 겨울점퍼를 꺼내입었다. 바람만 거세었지 이제는 추위는 느껴지지않았다. 밤기차속에서 거의 잠을 자지못하였데도 몸은 가벼웠다. 마음은 설레임 가득하였다. 오랜 짝사랑 그 ‘지리산종주’를 만나게 되는 것이니 그럴만도 할 것이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2.7키로여? 완만한 오르막 지리산종주를 다녀온 사람들은 조언한다. '노고단까지는 가능한한 천천히 숨고르듯이 오르라. 너무 일찍 힘을쓰면 나머지 종주가 힘들어진다' 한걸음또 한걸음 저벅 뚜벅 천천히 또 천천히 새벽 어둠속 노고단 가는 길은 천천히 나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번이 네번째? 오래전 1995년 5월 나는 다니던 큰회사에 무슨 선언을 하고는 무작정 남도일주를 떠났다. 도중에 지리산을 찾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묻고 또 물었었다. 두번째는 2003년 10월ㄴ? 당시 창원에 살던 정환의 초대, 광주의 홍식부부 수남 그리고 우리부부...피아골 가면서... 그리고 기러기첫소풍때2008년? 하늘아래 첫동네 심원마을?거쳐서... 오늘 다시 노고단을 오른다. 무엇을 생각하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답이 나올까?
성삼재-노고단길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흙길과 돌길 인간과 자연의 조화 이른 새벽 깜깜한 어둠속 그 길을 걷는 나는 축복을 받고 있었다.
이윽고 노고단 05;30 여명 어둠이 걷혀가고 희미하게 노고단이 보였다. 세상이 밝아지고 있었다. 거센바람은 어느사이 소리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운무? 또는 산안개가 차지하고 있었다. 지독한 산안개였다. 한낮이면 이것이 운해가되는 것일까? 바람이 없으니 노고단은 성삼재보다 더 높은 곳이지만 춥지도 않았다. (성삼재 1100? 노고단 1700?) 춥지않으니 안개가 실비가 되어 노고단 여기저기를 떠다니며 이곳저곳 적시고 있었다. 나도 가냘프게 적셔졌다. 늦여름과 초가을사이 해가 떠오니 자연스럽게 알맞은 온도차이가 만들어지는 모양이었다. 산안개를 만들고 또 안개비까지 만들어내니 천연덕스런 무슨 조화가 이곳 지리산에는 분명 있었다. 지난 어느날 울릉도 성인봉가는 깊은산속 산안개도 그때 그렇게 안개비로 변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선계에 들어와있는듯 하였었다. 누가 있어 이런 신비한 시츄에이션을 연출하는 것이냐? 내가 지금 선계속에 있는 것이냐 속세에 있는 것이냐? 또 나비의 꿈!
준비해간 송편과 사과 반조각으로 간단하게 뱃속을 채웠다. 옆자리 곱게나이받아든 여성동무둘이 김밥 한줄을 주어서 넙죽 받아냠냠하였다. 마음이 약해서 '고행'중이라는 말로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나는 어떻게 보였을까...??? 황혼에 꿈을 찾는 철부지로 보였을까? 잠시 '영원한 자유인'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올랐다. 뜨거운 라면 한그릇 때렸으면.... ‘막커피’ 한잔 하였으면....더없이 좋으련만 머릿속으로 그맛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고행’ 좋아하는 것을 참으면서 고통을 느끼면서 인간한계를 느끼면서 지리산종주를 하자 다짐하지 않앗던가.
06;00 노고단대피소 출발 드디오 대망의 지리산종주!
그 첫걸음!/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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