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하던
지난 30대후반
방콕지사에 근무하던 시절.
현지직원;‘방콕은 아주 더운날씨인데 왜 본사직원들은 태국출장 올 때 하나같이 모두 넥타이에 양복정장차림을 하지요?’
나;‘그것은.....우리 서울본사의 일상 근무복장이기도 하며 또 넥타이정장을 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현지직원;'양복정장하는 것이 예의를 갖추는 것인가요?'
나;...........................
특별히 따져보지 않고 남이 그렇게하니 나도 그냥 양복정장을 해오던 나는 전혀 뜻밖의 문제제기에 간신히 억지스럽게 대답했었다.
양복정장하는 것이 예의와 무슨상관이냐는 현지직원의 카운터펀치에는 그만 할 말을 찾지못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양복정장을 하고 상담을 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로 생각하였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을 엄중하게 준비시키고 그렇게 되도록 다잡는 것이었으니 전혀 다른 문제의식이란 당초 생각도 하지못했었다.
방콕지사 근무를 마치고 본사로 돌아와서는
주로 동남아출장을 자주 다니던 나도 해오던 버릇처럼 넥타이에 정장차림으로 출장일을 보아왔다.
현지날씨에 대한 부담이 있기는 해도 정장차림을 하는 것이 가장 편하였고 다른 특별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자연스럽기까지 하였다.
현지 생산지의 물건품질을 확인하고 선적항에서 최종선적확인을 하는 경우에는 간편복장으로 바꿔입고 일을 보았지만 출장의 시작과 끝은 항상 정장차림이 당연한 것으로 굳어져있었다.
출장복장을 어찌하는 것이 좋을까?
양복정장? 간편복장?
신규거래선을 찾아 처음 인사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품질확인하고 최종선적확인하러 가는 것이니 굳이 양복정장까지 필요할까?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일반적 개별상담인데 어떻게보면 제3자인 서양식을 굳이 따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상대방에 대한 예의란 것이 특별한 무엇이 아니고 단순하게 상대방입장에서 보아주고 상대방중심으로 생각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나더,
보다 원초적 문제제기!
지난날 방콕지사시절 현지직원의 말처럼, 우리는 왜 양복을 입어야하는거쥐?
지난번 출장때 양복정장에 넥타이하고 갔다가 거추장스럽기만 할뿐 현지사정과 전혀 어울리지않았던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생각 저생각해보았다.
이번에는 캐주얼차림 완전자유간편복장으로 하자!
때로는 형식에 맞추어 내용이 따라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하잖은가!
자유라는 형식에 자유라는 내용을 담아보기로 하자.
넥타이를 확 던져버리고 양복정장을 또 훌훌털털 벗어던져버리고 간편복장으로 납시오 하기로 하자.
나의 출장역사가 또 하나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고 있었다.
‘처지가 의식을 규정한다’
또는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담아내기도 한다.’
간편자유복장이 그동안 갇히고 닫혀있던 틀에서 나를 해방시켜주고 또 모든 사물을 단순간단하게 보게 해줄 것 아닐까.
사물을 대하는 나의 관점이 이제는 답답한 고정관념틀에서 뛰쳐나와 보다 유연하고 여유롭고, 분명 더 자유롭고 분방해질 거야!
옷차림이 캐주얼해지니 마음도 캐주얼하게 어디로든 무엇으로건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미리 규정지으며 확정짓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일단 마음을 잡았으니 결과는 벌써 하늘의 별을 따온듯 비약에 비약을 거듭하면서 우선 김칫국부터 마시기 시작하였다.
자, 떠나자!
에티오피아로!
캐주얼하게!
자유모드로!
(2008.12.22, 에티오피아출장여행기에서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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