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외출!
낯익은 낯설음?
I don't know.
군대 3년을 마치고 복학하던 날, 첫등교하던 때의 내마음이 이러했을까?
낯익은 켐퍼스지만 오히려 웬지 낯설기만하고
강의실도 거추장스러울 뿐 웬지 서먹서먹거리고
나는 갑자기 이방인되어 어색하게 엉성하게 터벅대지 않았던가.
지난 11월 17일
오랫만에 나가는 해외출장
이제 세번째 가는 에티오피아
그때의 복학생이 된 것처럼 웬지 서먹서먹하기만하고 벙벙하기까지 하였다.
이번에는 지난 두번 여행으로 익숙해진 방콕경유 대신 두바이경유하는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귀국길에 두바이에서 하룻밤 외박을 해볼 수도 있고 더우기나 출발시각이 자정가까운 밤비행기라 또 좋았다.
사무실에서 하루일과를 모두 마치고 집에 들러서 저녁을 먹고 천천히 출발해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도심공항터미널 가는 길은 어둠이 알맞게 깔리고 있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대변하는 듯 낙엽들이 어지러이 떠돌아다니며 실컷 시위를 하고 있었다.
넓은치마같은 낙엽들이 요리 휘몰리고 저리 휘둘아 쏘다니는 것이 어둑한 도로 위를 한층 스산하게 만들고 있었다.
까칠한 날씨때문이었을지, 어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일지, 운전하시던 우리마님께서는 라디오주파수를 평소 좋아하는 음악방송으로 맞추었다.
'I don't know.........'
애잔한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참 애타게도 부르는구나...참 절절하기도 하구나....!
거의 하루내내 장거리 비행을 어찌 견뎌내야할지, 앞으로 놓여있는 숙제들을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무겁기만 하던 속마음이 너무 애잔하고 애타듯 몸살하는 음악과 뒤섞여 버물어지니 기묘한 앙상블이 되었다.
서로 잘 어울리는가? 전혀 어울리지 않은가?
I don't know!
어울리는지 아닌지 알 수 없어도, 들리는 노랫말은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노래의 선율은 이미 내 가슴팍을 후비고 들어와 앉아버렸다.
I don't know where to find you...
어디로 가야 그대를 찾을 수 있나요?
I don't know how to reach you...
어떻게 해야 그대 마음에 이를 수 있나요?
애절하게 퍼져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가 너무나 절절하게 내몸속으로 파고들어왔다.
어디로 가면 좋은 일들을 찾을 수 있는 거야?
어떻게 하면 일들을 좋게 잘 끝낼 수 있을까?
항용 해오던 고민들이지만 오늘따라 불현듯 쳐들어와 텅빈 내머릿속을 꽉 채우고 말았다.
3년만의 내 외출이 이렇게 특별한 것인가?
어둑어둑한 초겨울 초저녁,
갑자기 추워져 스산해진 날씨,
휘돌아 몰려다니는 낙엽들.
그리고 애잔하게 흐르는, 절절하기만한, 알 수 없는 음악.
누가 있어 이런 특별 시튜에이션을 설정하였단 말이더냐?
'I don't know!'
세상은 재미있는 것!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
어찌 잘 맞는 것같기도 하고 전혀 아닌 것 같기도하니 이 또한 재미있지 않은가?
맞는지 아니 맞는지, 재미있을지 그렇지 않을지...
‘I don't know'
알 수 없는 세상 일이로세.
음악방송 진행자의 마지막멘트;
노래제목은 'Adagio',
벨기에출신의 캐나다 여가수 Lara Fabian이 부른, 'I don't know'가 아니라, ‘Adagio'라고 하니,
귀국하면 인터넷을 뒤져 노랫말 전체를 꼭 확인하여 보아야겠다 하였다.
‘I don't know'가 아니라 ‘I do know' 해봐야겠다하였다.
(덧; 2008.12.13, 에티오피아 출장여행기에서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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