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이어령 "암 통보받아···죽음 생각할 때 삶이 농밀해진다"
3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이어령(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를 만났다. 호적상 85세다. 실제 한국 나이는 올해 87세다. 호적에 이름이 뒤늦게 올라갔다고 했다. 항간에 투병설이 있었지만 안색도 좋고, 표정도 밝고, 열정도 넘쳤다. 그에게 ‘이어령의 삶과 종교, 그리고 문명론’을 물었다.
질의 :
건강하신가.
응답 :
“우리는 사실 태어날 때부터 투병한다. 4㎝도 안 되는 좁은 산도(産道)를 필사적으로 나오지 않나. 그때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그건 목숨을 건 모험을 하는 거다. 그렇게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또 이별을 한다.”
질의 :
무엇과 이별인가.
응답 :
“태중에서는 엄마와 한 몸으로 존재한다. 탯줄을 끊으면서 엄마와 이별해야 한다. 그러니까 만남이 먼저인가, 이별이 먼저인가. 그렇다. 이별이 먼저다. 그러니 삶의 시작은 ‘헤어짐’에서 비롯된다. 삶은 끝없는 헤어짐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