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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느날의 유감 `셋`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23. 11:49
2008.8.10.일.
1.잠못이루는 밤에/전전반측;
요즈음 불볕더위는 한낮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한밤에도 그 위세는 더욱 거세다.
우리집마님왈;‘하이고 더워서 더 이상 못참아! 에어컨 켜야해!’
평소에는 냉방기피증이 심한 나 때문에 전혀 일어나지 않던 일이 일어났으니....
알맞게 냉방이 된 안방은 상큼하였다.
시사주간지를 훑어보다가 곧 잠이 들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냉방조건에서는 깊은 잠을 자지못하는 나의 괴팍한 잠버릇은 여지없이 나타나고 말았다.
한낮 불볕더위속 땀뻘뻘 흘리며 6키로미터 여 걷기운동의 적당한 피곤함도 소용없이 더 이상 잠을 이룰수가 없게 되었다.
냉방이 되지않은 거실은 한밤의 한증막수준 가까이 후끈후끈 하였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누워서 다시 잠을 청하는데 안방에서 달아난 잠이 그렇다고 후끈달아오른 거실에서 금방 다시찾아올리 있겠는가?
이리뒤척 저리뒤척
이생각저생각하다가
다시 티브를 켜고는
이채널저채널을 이리 옮기고 저리옮겨도
한번 달아난 잠은 좀처럼 다시 오지 않았다.
시간대마다 뉴스는 뉴스대로 보고 또 보고
혹 심야의 야릇한 성인방송이 있는지 모든 케이블체널은 모두 섭렵도 하고
이리뒤척 저리뒤척해도 피곤한 마음은 잠이 들지 않았으니
불면에 시달려본 사람은 그 고통을 짐작하리라.
샤론스톤의 '원초적본능2'도 보게 되었고 그저 그러려니 하였던 샤론스톤이 그렇게 요염할 수가 있나 새삼 뇌살적 여성의 매력을 느끼는 본능적 남성성을 물씬 느껴보기도하고
'원초적본능2'가 끝나니 또다른 신나는 심야영화가 있는지
이채널 저채널 돌리며
이리뒤척 저리뒤척
오늘따라 4시부터 예정된 피지에이 챔피온쉽 중계방송도 일기불순으로 연기되니
잠오지않는 밤은 더욱 길게 늘어지고
새벽 4시가 지나고 5시가 되어도
까만 밤은 뜨겁게 계속되고
불면의 밤 사이사이 어제 라운딩의 모두를 복기하기를 몇 번인가?
쓰리펏은 어느홀 어느홀에서
드라이버샷 방향은? 왜 주로 오른쪽인가?
어프로치 아이언샷은 왜 주로 오른쪽으로만 가는가?
왜 퍼팅은 짧기만하고...짧은 퍼팅은 왜 그리 빗나가게 되는가?
복기하고 또 복기를 해도 시간은 여전하고 잠은 여전히 오지않고...
6시 7시 8시가 되어도
한번 외출해버린 나의 잠은 다시 오지 않았다.
온밤을 꼴각 세웠으니
확실하게 찾아오는 것은 출출한 뱃속계산서
빈속을 빨리 채워내라고 아우성이 되었다.
또 오늘따라 찬밥도 남아있지않고
할수없이 별로 좋아하지않는 식빵 2조각을
토스팅하여 냠냠하고나서야
전전반측
이이뒤척 저리뒤척
불면의 밤은 끝이 났던 것이었으니...


2.그래도 또 좋은 일이/세옹지마;
아침시간인데도 집안은 벌써 찜통수준
거실에 그냥 앉아있어도 헉헉
특별히 하는 일이 없으면 어젯밤 한숨 자지 않았으니
스르르 낮잠이 찾아오는 것은 불문가지
쳐들어오는 낮잠을 이겨내지못하고 낮잠속으로 들어가버리면
오늘밤은 또다시 불볕불면의 밤
끝끝내 참고참아 낮잠을 피해야 하느니
무슨 좋은 길이 없을까?
그래
이열치열
더위는 더위로
피하지 못할 더위라면 빠져들어 즐겨라
산으로 가자!!
나;
‘오늘 우면산에 가면 어떨까?’
산에 가자고하면 힘들다고 따라오지 않는 우리집마님께 조심스레 의사타진.
요즈음
눈치료 때문에 연습장에도 가지못하고
그렇다고 죽치고 책을 너무 오래 볼 수도 없고
가만히 눈치를 보니
혼자서 동네산을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우면산까지 진출하는 모양이었다.
우리집마님;
‘끝나고 내려오다가 점심하면 좋겠네’
나;
‘그거 좋지. 어디 예술의 전당 앞에 시원한 국수나 뜨끈한 팥죽이나 한그릇 때리면 더 좋겠다.’
모처럼 우리부부는 의기투합되었다.


변방요새의 어느 노인네 아들이 말타다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졌다.
상심많던 노인네는 금방 다행한 일이 생겼다.
전쟁이 일어났으나 다리아픈 아들은 전쟁터에 나가지 못하니 생명을 보전할 수 있지않은가!
세상사
좋지않은 일도 곧 좋은일이 될수 있나니
너무 상심 실망하지말고
넉넉한 마음으로 삶을 꾸릴 것이라.


기다리고 기다렸던 한달여 치앙마이 여름휴가계획이
전혀 생각지못했던 우리집마님의 눈치료 때문에 급작스레 취소해야 하였으니
어찌 좋은일이라 할 수 있으리
여행가기전 눈병을 찾아내어 치료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래도 불행중 다행이라면 다행한 일이었으나
가고자햇던 여행을 못가니 큰실망 아닌가
눈치료하는 동안은
연습장도 삼가야한다니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 다스려야 좋은가
궁리궁리 끝에
그동안 가기싫어하던 산을 찾게 되었으니
우리집마님께 아니 최소한 나에게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모처럼
우리부부가 오랜만에 의기투합되어
함께 산에 가게 된 사연의 뿌리를 캐 보여드리나니
덕분으로
이열치열 더위도 이겨내고
낮잠도 피할 수 있고
산행으로 다리힘도 기르고 중년부부의 갱년기도 끈끈하게 뛰어넘게 되었으니
하나를 잃었으되
오히려 둘셋이상을 얻게 되었으니
세옹지마도 이쯤이면 몇 번이라도 좋지 않을까보냐!


3.이보다 더 좋을 수가/함포고복;
오랜만의 우면산은 짙푸른 녹음의 전당
집에서 우면산 초입까지 걸어서 가는 아스팔트길이
숨막히고 벌써 땀범벅이 되었지만
우면산의 나무그늘은 우리같은 척박하기만한 더위속 도시인들을
마음것 편안하게 안아들이고 있었다.
해발 300여 미터 못미치는 소망탑 정상까지
30여분 걸음
땀은 비오듯하고
누구의 표현을 빌어쓰면
땀에 밴 옷을 짜면
파란천연물감이 주르르륵 흘러나올 것같으니
우리부부는 소망탑에 올라와서
우리의 소망은 벌써 모두 이루었느니라
얏호또얏호하며 만만세부르고 말았어라.
예술의 전당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골따라 내려가는 시원한 바람까지 조금 반겨주고
짙푸른 나뭇잎 그늘은 이미 여름 불볕더위는 아랑곳하지않고
내딛는 발걸음만 시원시원 가벼울 뿐
올라올 때 걸리던 지루한 시간과는
전혀 다른 셈법인지
얼마 걸리지않아 곧 예술의 전당앞이 나왔네
부러라도 찾아나서 우리의 문화적 소양을 쌓아야할 그럴듯한 곳
예술의 전당에 왔으니
스치듯 그냥 가는 것이 어찌 좀 허전하다고
우리집마님은 이곳저곳 여기저기를 기웃기웃거리신다.
이런저런 많은 것들 중에
내눈에도 띄는 것이
메그넘 한국사진전
일별해보았으면 하는 꿀떡같은 마음이 있었으나
염치 차리지 않는 이놈의 뱃속 꿀꿀이가 꿀꿀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네.
식탐이 유독 유별난 나의 처절한 본성이 이럴때 특히나
빛을 발하나니
우리부부는 서둘러
가끔 익혀놓은 예술의전당앞 단골집 만년옥의 푸짐한 먹거리를 찾아 나셨다네
얼씨구절씨구 좋을시구 땡이로다
왜 이리 맛있는 음식거리가 이리 많은쏜가
팥동지죽 팥칼국수 들깨손수제비 야채비빔밥 냉콩국수 특제별미삼계탕까지
내 좋아하는 먹거리는 없는거 빼고는 모두 모여있더라
먹을 것을 눈앞에 두고는 염치를 전혀 알지못하는
먹어대는 본능만이 존재하는 나!
배 두드리며 배를 채우고 또 채우고나서
배를 실컷 두들겼느니
‘함포고복’이로세
정말 끝내주는 태평성대 우리사는 세상 만만세로세.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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