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일째, 8월 24일, 화.
수라바야에서 물품검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수라바야 공항, 자카르타행 오후 5시 비행기 창구 앞.
인도네시아 현지직원이 허겁지겁 나에게 달려왔다.
나의 비행기표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본만 있으니 원본을 달라는 것이었다.
아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냐? 모두 함께 몽땅 주지 않았느냐, 다시 한번 찾아 보아라, 하였다. 아무리 찾아도 원본은 나타나지 않고, 할 수 없이 재발급 확인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칫하면 오늘 떠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이를 어찌하나요?
현지직원과 항공사 창구직원은 동분서주 땀을 뻘뻘 흘리며 재발급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분명히 통째로 모두를 주었노라, 하면서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혹 서류가방에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밑져야 본전 한번 뒤져 보았더니,
하이고 세상에나 네상에나 원본녀석이 빨간 얼굴을 하고 비시식 보이는 것 아닌가!
짐가방 속에 서류가방을 함께 부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부끄럽고 창피한 것은 나중에 따질 일, 바람같이 날아가서 현지 직원에게 이실직고하였더라,
항공사 직원도 현지직원도 환하게 웃을 뿐,
이 하얗게 센 흰머리 한국아자씨를 어찌 할 것인가, 오히려 고마워 하는 눈 빛이었지요.
요즘 건망끼가 심하니 조심한다고 원본 비행기표를 서류가방 깊숙이 넣어두었는데,
자카르타에서 수라바야 오면서 쓰고난 비행기표 사본과 함께 남아있던, 자카르타행 비행기표 사본만 넘겨준 것이었다.
조심한다고 한 것이 오히려 또 사고를 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하냐요?
다음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날까요?
여행은 이래서 즐거운지 모른다.
집에만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인가.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메모 :
'(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건망 5 (0) | 2018.11.14 |
---|---|
[스크랩] 건망 4 (0) | 2018.11.14 |
[스크랩] 건망2 (0) | 2018.11.14 |
[스크랩] 즐거운 건망 1 (0) | 2018.11.14 |
[스크랩] 8월의 마지막 일요일 (0) | 2018.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