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군대에서,1970-1977

사단 체육대회, 달리기와 축구 대표선수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0. 14. 04:48

-사단 체육대회, 달리기와 축구 대표선수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크게 상관하지않는다. 때로는 무시해버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상하기도 하고 화나기까지 되는 경우가 둘 있다.

서울대인데 ‘농대출신이구먼’하는 시선이 제일 속상하는 경우이고(돈많은 사람들이 모두다 벤츠를 타고다니지는 않는다. 돈있는 사람도 취향에 따라 국산차도 타고다닌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모두가 다 서울대인기학과에 다니는 것 아니다. 개인의 적성이나 장래희망에 따라 비록 비인기학과를 지원하기고 한다. 성적이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않는다. 나는 학업성적이 모자라서, 성적에 맞춰서 ‘농대’에 지원한 것이 아니라, ‘배불리 먹고싶어서’ 신설학과로 인기가 있던 ‘식품공학과’에 지원한 것이다..라고 설명해야하니 그러나 실제로는 조금도 설명하지못한다...정말 쪽팔리고 속상하는 일이다. 더욱이 이딴 사소하고 또 아무것도 아닌일로 속상하고 화내야하는 상황이 더욱더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다...이글을 쓰면서도 또 속상하고 화난다. 왜 내가 ‘농대’를 갔을까? 정말 운명일까? 속상하고 화나는 일을 평생 살면서 느끼면서 살아가라고? 그게 내 운명이라고? 하하하)

또하나는, 서울대출신이니 운동에는 별 소질이 없을 것이다하는 주변의 시선.

농대출신으로 받아야하는 시선보다는 덜 하지만, 그렇지않다고 또 설명해야하니 난 이것이 불편하다.

나는 다리근육이 튼튼해서 남들보다 빨리 달리고 오래 달린다.

100미터 달리기를 13초? 좀 뻥을 쳐서 차범근만큼 달린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할정도로 잘 달린다. 그리고 오래 달린다.

빨리 달리고 오래 달리니, 축구를 하면 남들보다 항상 우위에 있다. 빨리 달리고 오래 달리니 축구경기에서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없다. 볼 다루는 기량이 전문선수에 비해서 조금 밀릴 뿐...

그래서 반대항.과대항.단과대학 대항 무슨 체육대회가 있으면 나는 선착순 선수가 되었다.

군대에서는 운동을 잘하면 좋은 것이 하나 있다. 무슨 대회가 열리면, 선수로 지명되고 합숙훈련을 하게 되므로 모든 점호집합에서 열외가 인정되고 때로는 성적이 좋으면 포상휴가도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내가 부대 체육대회에 달리기,축구선수로 뛰겠다하니 인사고 고참병들이 웃어넘겼다.

너같은 책상물림이 어찌 축구선수가 될수 있느냐는 표정들이었다.

잘한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믿질 않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행정반에 할 일이 산더미만큼 많은데 대표선수로 발탁이 되면 누가 행정반일을 하느냐고 핀잔하는 듯 하엿다.

쫄병때는 대대 대표선수로 나가지않았지만 중고참이 되고나서는 달리가와 축구선수로 참가하였다. 모두들 신기해하였다.

훈련도중 가끔 부대밖으로 나가서 훈련하기도 하는데, 이때 민간인 숙소에서 해주는 밥은 꿀맛이었다.

밭에서 나오는 고추와 깻잎등을 따서 막된장에 찍어먹고 쌈싸서 먹는 점심은 어디 특식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었다.

 

또하나 자랑할만한 것...암호경연대회.

숫자를 외워서 글로 옮기는 것.

유사시 상부의 명령이 숫자화해서 암호로 내려오면 예하부대에서는 이 암호화된 숫자를 문장으로 풀어서 상부명령을 받는 것.

가능한한 많은 숫자를 한꺼번에 가나다라로 문장화해서 써내려가야 빠른시간에 문장을 작성할 수 있다.

숫자의 조합을 가능한한 많이, 빨리 문장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머리회전이 빠르고 기억력이 좋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결과가 나온다.

부대내에서 암호경연대회가 열리면 나는 언제나 크게 주목받았다. 난수표같은 암호숫자를 눈깜빡할 사이에 문장으로 풀어내니 모두들 감탄해마지않았다.

서울대출신이라 머리가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라고 수군대었다.

(그런데 그 가짜 서울대 상대생은 암호경연대회에 얼씬도 하지않았다. 아무도 그 까닭을 묻지도 알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