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치카 위의 동내의가 밤사이 사라졌다. 고문관?
논산훈련소에서 배출될 때 신병들에게 군화.피복류등 일체의 군대용품이 제공되었다. 그중에서 동내의 겨울내의는 인기품이었다. 어찌나 따뜻한지 기간병들에게는 부러움이 가득했다.
195포대 본부중대에 전입온지 얼마 되었을까? 사흘째?
동내의를 빨아서 말리느라고 내무반 난로‘빼치카’ 위의 건조대에 올려놓았다. 눈이 오는 밖에 말릴 수가 없기 때문에 따뜻한 빼치카 위에 모두들 말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나의 동내의가 보이지않았다.
인사과 고참병에게 어찌된 일읾까 물었더니 한참동안 나를 노려보더니 기가찬 듯 한숨을 쉬는 것이었다.
고참; 이 바보야 그 좋은 동내의를 빼치카 위에 올려말리면 어쩌겠다는 거냐? 도둑질 해가라는거 밖에 더 되겠느냐?
나;@@@@
고참; 아뭇소리하지말고 기회를 봐서 다른사병의 동내의를 훔쳐서 관물을 채워놓아라!!!
나;(훔쳐오라고? 도둑질을?)
고참; 다음 내무검사때까지 채워놓아야지 부족하면 ‘골’로 가니 알아서 꼭 그렇게 해라!!!
나;@@@@
다음 내무검사가 다가와도 나는 ‘도둑질’을 하지못하고 부족한 동내의를 채워놓지못하고 있었다. 내가 어찌하나 눈여겨보던 그 고참은 나의 도둑질이 실행되지않을거라 판단했는지 더 이상 기다리지않고 허름한 동내의 하나를 가져와 나에게 주었다. 내 관물중 부족한 동내의의 개수를 맞추어놓으라는 것. 군대에서는 개수가 중요하지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고참이 채워준 그 허름한 동내의는 옷속에 끼워입어도 겨울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정말 허름한 내의였다. 신병들에게 지급된 따뜻하고 튼튼한 내의가 아니라 기존병사들에게 배급된, 부실한 내의였는데 그것도 수명이 거의 다한 너절한 내의였다.
그래도 내무검사에 무사히 넘어갔으니 나에게는 추위따위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무검사에 통과되어 집합당하지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나의 전입신병생활은 새동내의 잃어버리고 대신 헌동내의 채워넣으면서 새롭게 시작되었다.
그동안 사회속 내가 사라지고 이젠 군대속 내가 다시 태어난 것일까?
그때도, 어리버리한 신병이 동내의를 잃어버렸는데도 어느 고참도 그 흔한 집합을 시키지않고 군기가 빠졌다고 빳따도 치지않았다.
왜 그랬을까? 신병이 무서워서? 나에게 뭔가 독특한 것이 있어서?
사족;인사과 행정반의 고참들이 나을 보더니 얼마전 제대한 전임 권태문병장을 빼닮았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권병장이 어찌나 독특한 성격인지 이말저말 해대는 것이었다.
어떤 고참은 그 권병장이 어찌나 성격이 고약한지 몇 대 맞지않은 쫄병이 없을 정도라는 것. 본부중대 내무반에도 그 권병장에게 밉보여서 얻어터진 사병들이 한둘이 아닐거라면서 나에게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것. 그러면서 알 수 없는 미소들을 지으면서 세상 참 재미있어했다.
그래서일까? 독특한 권병장의 얼굴과 나의 서울대마크가 겹쳐서일까? 어느 고참도 나에게 폭력행사는 하지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내무반 식기보관함에서 헤프닝이 일어났다. 각 행정반 식기보관함이 있는데 담당 고참이 신병들의 식기세척상태를 점검하면서 식기를 보관함에 넣게 하였다.
내 차례가 되엇는데 갑자기 지휘봉같은 막대로 내 머리를 후려치니는 것이었다. 갑작스레 당한 일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그 식기담당고참 가라사대 ‘권병장 같은새끼!!’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는 제대말년병장이었는데 인사과 권병장에게 밉보였던 모양이었다.
식기세척을 제대로 하지못한 나의 잘못이 있었으니 크게 탓할 일은 아니었지만 ‘권병장’으로 인한 피해는 더 이상 나오지않았다.
(나는 살아가면서 누구와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연예인 누구와 닮았다는 둥, 동기동창생 누구와 닮았다는 둥, 또 나의 어머니를 똑 빼닮았다는 둥...아들이 어머니를 닮는 것이냐 당연한 노릇이지만, 사회생활하면서 누구와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나의 얼굴에 뭔가 있는 것인가? 어떤 책을 읽고나서는, 한때 나는 천의 얼굴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나의 얼굴에서 남이 느끼는 감정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않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들곤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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