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메모

01.05.29.

햄릿.데미안.조르바 2001. 5. 29. 01:47

01.05.29. 화.

세계화 시대의 첨단 인류는 과거 역사의 유목민을 닮았다. 물과 초지가 아니라 일자리, 비즈니스, 생활환경 등을 좇아 국경을 뛰어넘어 세계를 전전하는 방랑자다.

평생직장과 정착 거주 개념의 붕괴는 서구와 미국은 물론 가까운 우리 주변에서도 이제 흔히 목격되는 현상이다.

과거 중세 시대의 유럽사회가 이와 흡사했다. 그래서 오늘날 지구촌을 ‘신중세 시대’. 사람들을 ‘도시 유목민’으로 규정한 학자도 있다.

 

세계화의 또 다른 특징은 얼굴도 국적도 불분명한 ‘초국적 거대자본’의 맹위다. 주로 구미의 전통적 재벌의 상속인들이 막후의 전주로 군림하는 초국적 자본은 그 자체로 막강한 군단이다. 이들은 펀드매니저, 딜러, 애널리스트 등 수많은 금융 엘리트 ‘식솔’들을 거느리고 있다.

초국적 자본이 현지 시장에 진출할 때 내세우는 첨병 중 하나가 현지 출신 직원이다. 이들은 정말 하수인에 불과하지만 배후의 금권과 정보력으로 인해 현지에서 누리는 위세는 대단하다.

 

세계화 시대에서는 민족과 국가 개념이 희미해지기 십상이다. 학자들 중에는 민족국가의 사망이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봉건국가를 혁파한 근대 유럽의 위대한 발명품인 민족국가가 초국적 금융집단에 유린당하고 있다.‘ ’정보통신과 금융이 결합한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시장 자체가 세계정부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 왕처럼 살고 있다’는 전문으로 한국계 서울 사무소 직원에 대한 시각이 분분하다. 신문 가십거리도 안 된다는 젊은 층의 냉소적 시각과 참으로 개탄스럽다는 기성세대의 격정적 비판이 매우 대조적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의 ‘객관적 요소’다. 문제의 주인공은 초국적 자본의 ‘식솔’이고, 직장을 찾아 태평양을 건너온 ‘유목민’이며, 핏줄과 국적의 ‘혼혈아’이다. 그는 아주 정말 미국적인 세계화의 ‘상륙군’인 것이다.

 

-연고 자본주의

IMF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로 돌아가 보자.

6,25 이후 최대의 국난에 대한 원인 분석 중에서, 단지 외환 부족으로 위기가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총체적 모순이 한꺼번에 표출된 결과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비효율적인 경제 제도 및 구조와 함께 전근대적인 경제의식과 관행이 문제가 됐다. 그 결과 비록 외부에서 강요된 것이지만 이 기회에 그런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부에서 IMF 체제 진입을 ‘축복’이라고 받아들였던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왕처럼 살고 있다’는 한 외국계 초국적 회사에 근무하는 서울 주재 젊은 직원의 뉴스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기본 사고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어 심히 걱정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접대 문화가 더 극성을 부리고 있으며, 이는 ‘공금’에 대한 개념 정립이 ‘못 쓰는 사람이 바보’이며 ‘남이 하면 같이 해야 최소한 면피’한다는 몰 경제적 계산이 살아있는 것이다. 연고 자본주의 Crony capitalism가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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