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상사(주)에서(1980-1995)

일본땅콩수출이 항상 잘된 것은 아니었다. ‘어느때는 점 보러 '철학관'에 가기도 하였다.’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2. 29. 21:47

/일본땅콩수출이 항상 잘된 것은 아니었다. ‘어느때는 점 보러  '철학관'에 가기도 하였다.’

 

일본땅콩수출이 내내 잘 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이 불황에 처했을 때, 일본내수시장이 죽어있을 때는 땅콩안주는 당연히 팔리지 않았다.

한달에 몇콘테이너씩 수입하던 일본바이어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분기에 하나 아니면 반기에 하나정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할 정도였다.

어찌나 조용한지, 과장인 내가 특별히 할 일이 보이지않았다.

체바퀴 돌아가듯 바삐 돌아가는 것이 상사맨의 생활인데 한동안 아니 상당기간동안 실적이 없으면 심적고통이 따른다. 월별사업평가회의에서 실적발표를 해야하는데 목표했던 실적이 형편없으면 스스로 위축되고 주눅들기 마련인 것인 상사맨의 생활...이겨야 큰소리치는 것처럼 실적이 없으면 유구무언. 심한 경우는, 마음의 부담을 털어내지못해 목이 돌아가지 않는다거나 얼굴반쪽이 굳어진다거나 갑자기 두통이 난다거나 하는, 여러 마음병들이 나타난다.

나의 경우는, 마음이 불편하면 가끔 목이 뻣뻣해져 목돌리는게 어려울 때가 가끔 있다.

(웃으개소리로, 우리의 박상무님은 가끔 내 뒷자리에서 서성대면 나에게 농을 건다. ‘박과장, 요즘 목 잘 돌아가?’....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기적으로 목이 돌아가지 않음을 알고는 그리 농담을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실적이 받쳐주지않는 상사맨생활은 스트레스가 많았고 그 해소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않았다.)

물론, 이런저런 그동안 바빠서 소홀히 했던 사내활동이나 대외활동을 틈틈이 다져나갔지만 그래도 한켠에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 소비해야할지 고민이 되었는데...문득 떠오를 생각이 있었다. 충동적인 장난끼였다. 범생이 교칙을 어기도 ‘일탈’하는 것일까?

하루는 부하직원하나를 데리고 ‘점집’에 갔다.

나의 장래에 대하여, 나의 운명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무슨 답을 기대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지만...그저 심심풀이 삼아 아니 언제 닥칠지모르는 ‘대회전’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는 장수의 마음을 다졌다고 해두자.

내 기억으로는 그저그러한 답이 돌아왔고...하나마나한 소리가 돌아왔다.

강남에 가면 돈을 벌 수 있고, 이사를 가면 남쪽으로...곧 승진을 하고...틀림없이 큰계약을 딸 것이라는 등등등.

해외시장에서 활동하는 상사맨들은 불철주야 밤낮없이 거칠게 뛰어다닐 것 같지만 때로는 하는일없이 어떻게 시간을 소비해야할지 모르는경우도 생긴다.

그럴때는 이렇듯 쓸데없는일처럼 보이는 점도 보기도 하면서 다가올 전투를 준비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