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강남역거리에서//좋은날 8월24일의 풍경 1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23. 11:31
2008.8.24.일.
그날은
무슨까닭인지
설레이고말았다.
지하철 강남역을 나와 그 호텔로 가는 길은
나의 일상적 통행과는 사뭇 다른 길
몇 번의 친지들 결혼식으로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길이었는데
그날따라 또 그 길을 다시 만날 것이어서일까
아니면
오랫만에 우리의 미운기러기떼들을 보러가기때문이어서일까

강남역 7번출구를 나서니
아니나다를까
그곳은 새로운 세상
새롭다기보다는 다른 세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까
여름이 거의 끝나가고 가을이 다가오는
그리고
엊그제 비가 온뒤
한여름이 가는
여름의 끝자락 무렵
오후 5시경의 도시는
해맑고 거침이 없었다.
하늘은 모처럼 활짝 열려
높고 맑음을 무섭게 소리치고 있었다.
부딪히는 햇살은 아직도 따가웠으나
시끌벅적대는 거리의 부산함으로
이내 알맞은 양념으로 치환되어
거리의 표정을
다른멋으로 맛깔내고 있었다.
강남역 거리는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고
멋있는 밤을 맞이하는 것이려니.....

어딘가 무엇이 멈춰있는 듯 정태적 냄새가 풍기는 우리집부근이나
시끄러움과 부산함이 벅적대는 동태적 냄새가 물씬나는
우리사무실가까운 가락동 시장부근 풍경하고는
차원이 다른 무엇!
일탈의 세계?
상궤를 벗어난 세상?
그러나
분명 쾌적함이 있었고
안락함이 있었으니
세상사 초탈한 자유로움이었을까
또 그러나
이 쾌적하고 자유로움이
실체가 있는 것인지 영원할 것인지
우리의 생활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
사사롭고 껄렁한 걱정이 반대편에 자리잡기도 하였다.

이곳에서
결혼식장
노보텔엠버서더호텔까지는
내걸음으로 20여분거리
미음완보에 음풍영월은 아니어도
끝여름오후의 햇살은
이것저것
많이 보여주고
이일저일
많이 생각하게 해주었다.
온통 젊은이들 세상
의외로 쌍쌍은 많이 보이지않고
대부분 이꾸러미 저꾸러미로 몰려다니는
푸릇푸릇한 어린여인들
그것도
모두가
쭈쭈빵빵
늘씬물씬
뽀얗고 해맑고 빛나기만 할뿐
세월의 그늘은 없었다.
그들에게서 세상의 어두움은 보이지않았다.
어느 시인이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었다하였는데
강남역거리는 조금 억지스레 말해보자면 8할은 푸릇푸릇 어린여인들이 키우고있다 해야하지않을까
그들은 쾌적함과 자유로움을 찾아몰려드는 것이려니
젊은여성들을 잡으시라
그러면 강남세상을 잡을 것이니
강남을 잡으면
삶의 쾌적함과 자유로움도 잡히는 것이니
세상의 남정네들이여
강남으로 가라!
거기서 몰려드는 여인을 만나고 세상을 얻으라!

아무리 구호를 소리쳐 외친들
자라나며 굳어진 나의 사고방식이 일순에 바뀔수 있을까?
이 쾌적함과 자유로움이 눈을 통하여 몸으로 들어오지만
굳어진 내머릿속 셈법은 익숙하지 않아 너무 서툴러
아무래도 정답을 써내지 못할 것
쾌적함과 자유로움은 내몸에 어울리지않은 사치스러움
차라리
얼키고 설키며 시끄럽게 부벼대는 풋풋한 시장바닥이 더 좋은 것이리.

어느 덕높으신 스님의 흉내내듯
느리게 또 느리게
쉬엄쉬엄
시간을 맞이하여
강남역거리를 걸어 지나가면서
내마음대로 자유생각을 주절주절 해보았습니....추웅썽만만세!!!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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