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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병원유감(1)----`나도 의대나 갈 걸`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13. 23:00
며칠 전 어느 종합병원에 갈 일이 생겼다.
할 수 있는 한 병원과 경찰서는 가지 않아야 한다는데
나에게는 2년 터울로 종합검진을 하는 경우나,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장 검사'

‘왜 오셨지요?’
--‘어쩌구 저쩌구’
‘그래요’ ‘아, 해보세요’
‘가슴을 올려 보세요’
‘누워 보세요’
손으로 배를 몇 번 꾹꾹 눌러본다.
‘됐어요’
‘장 검사 받으시고 다시 오세요’
---‘저,저어,,,, 왜 그렇지요?’
‘직원이 자세히 설명해 줄 거예요’
‘다음 분?’
-----?????

나는 반 강제적으로 떠밀려 나왔다.

길어야 5 분.
그 의사선생님은 도중에 손전화도 받았으니 잘 해야 3 분 여의 진찰.
더 마뜩치 않은 것은 빈틈없는 의사선생님의 방호벽,
궁금함을 물어보면 돌아오는 것은 단호하며 간단한 어법,
뭐라 다시 물어볼 틈을 주지 않는다.

좀 더 자세히 물어보고 듣고, 그러고나서 진찰하고, 설명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거창하게 ‘히포크라테스’적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와 직업윤리란 것이 있는 것 아닐까?

진료시간 예약 받고 기다리길 며칠,
병원까지 오는데 걸린 1 시간여,
빙빙 돌며 주차하느라 20 여분,
접수하고 대기하며 기다린 시간 30 여 분,
그 끝이 ‘3 분 여’로 마감되니
‘나도 의대나 갈 걸’ 하는 생각이
종합병원에 올 때마다 들곤 한다.
나의 가까운 좋은 의사친구들의 얼굴과 겹쳐져서 씁쓸해지곤 한다.

의사 친구에게 손을 써서 미리 전화라도 부탁을 하면 더 잘 봐준다는데,
‘나도 의사친구에게 전화로 부탁을 할 걸’ 하다가도,
이깐일로 전화하면서 진료를 받아야 하느니 차라리 푸대접을 받고 말리,
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직업윤리도 지키지 않은 그들이 잘못하고 나쁜 것,
이를 알고도 방치하고 유기하는 병원경영진이나 정부당국이 잘못하는 것,
어디 언제까지 ‘3 분’할 것인지 두고 볼 것이다.

문제와 풀이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 아닐까?
언젠부턴가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고 왜곡되어 이제 심각히 균형을 잃어버린 것,
환자 수요는 많은데, 또 양질의 의료를 원하는데, 의사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
의료숫가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면허증을 따기까지의 고생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어느 직업치고 그만한 어렵고 힘든 과정없이 책임있는 일을 할 수 있는가?
면허증 속에 직업윤리가 묻히고
면허증 속에 자유경쟁이 묻혔기 때문 아닐까?

물신이 히포크라테스를 몰아내 버렸다.
차라리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질 말고, 그냥 일반적 직업윤리만이라도 철저하게 지키고 실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 주변의 좋은 의사친구들은 한결같이 친절하고 직업윤리가 투철한데,
어이하여 어떤 종합병원의 일반적 의사님들은 그렇게 바쁘기만 하고 힘들기만 하실까?
나는 종합병원이든 일반병원이든 의사들이 그들이 고생한 만큼, 환자들 열심히 치료해주준 만큼 경제적으로도 대접받고 또 사회적으로도 존경받기를 바란다.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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