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군대에서,1970-1977

첫 미팅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8. 31. 00:48

-- 첫미팅

고3때 대학에 가면 가장 하고싶은 것이 뭐일까?

단연 최고는 여학생과의 미팅.

어느 신문에 대학신입생들의 미팅기사가 화보로 나왔다.

‘태능골에 배꽃이 만발하였다’

서울대공대가 있는 태능에 배밭이 있는데 마침 봄이 되니 배꽃이 만발하는 것이었는데 신문기자는 이를 대학새내기들의 미팅에 비유하여 화보를 올린 것.

서울대공대생과 이화여대생의 새학기 봄축제미팅을 보도한 것.

나는 시험공부중에도 이 신문기사를 눈여겨보았다. 대학에 가면 여학생과 미팅을 할 것이니 얼마나 기대되는 일인가?

 

그 첫미팅이 내 눈앞에 현실로 다가왓다.

식품공학과 1년생들의 첫미팅.

이화여대 음대생들과의 수원 용주사 야유회겸 첫미팅이었다.

과대표는 티켓을 사야 그 미팅에 참가자격이 있다는 것.

버스값이며 음료.식사값등 당연히 비용이 들것이고 참가자는 티켓을 사야되는 것.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도저히 티켓값을 낼 수가 없었다.

그날 그날 버스값이나 점심값은 어떻게 주머니를 짜서 맞춰나갔지만 한꺼번에 티켓값은 큰 목돈이었다.

20명밖에 되지않는 식품공학과의 첫미팅이 나로 인해 전원참석이 이루어지지못했다.

첫단체행사에 그것도 첫미팅에 참석하지못해 과친구들에게 미안하엿지만 나의 경제사정 호주머니는 그렇게 기대하고 바랐던 첫미팅을 포기하게 하였다.

 

미팅은 혹시나 하고 갔다가 역시나 하고 온다고 하였지만, 그 첫미팅때 과연 나의 파트너는 누구였을까?

첫미팅의 인연으로 그 친구와 나는 어떻게 사귀었을까?

잘나가는 이대생이 나같은 지방촌놈에게 관심이나 가졌을까?

그래도 혹시? 무슨 인연이?

나의 운명은?

그때 나의 운명은 첫미팅을 못하고 좋은여학생을 만자지못하는 것으로 정해져있었던 것인가?

돈이란 무엇인가?

돈이란 무엇이기에 나의 운명까지도 좌지우지하는 것인가?

그때는 돈의 위력을 실감하지못하였다. 돈이 없으니 불편하긴해도 뭐 대수는 아니었다. 그냥 살아지는 것이었다.

세끼밥을 먹지못해도 미팅에 끼지못해도 크게 불편하지않았다. 그날 그날 살아져가는 것이었다. 앞날에 대해 무슨 걱정도 불안도 하나도 느끼지않았다.

그냥 하루가 갔고 내일의 태양은 또 떠오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