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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종주기(11)....세상을 얻었다!

햄릿.데미안.조르바 2021. 2. 16. 23:13

자유 게시판

제 목작성자등록일조회수

지리산종주기(11)....세상을 얻었다!
줄파 2012-02-22 22:23:31 22

9.21수

06;30

장터목대피소 출발, 천왕봉을 향하여!

천왕봉행은 이번이 2번째(첫번째는 지난2009.6? 어느모임소풍때)

이정표;장터목대피소---1.7키로--- 천왕봉;

평소같으면 넉잡고 1시간거리

그러나 체력이 바닥이 난 지금 1.7은 17이 맞다?

또 그말을 되뇌이지 않을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을 때가 두렵지, 끝이 있다는 것을 알면 이미 두렵지않다’

이제는 ‘끝이 보인다'는 정도가 아니라 ‘끝이 거의 눈앞이다’라는 현실감이니

왠지 마음은 홀가분하였다.

어제 내내 이정표숫자크기에 속았다해도 오늘은 1.7 아닌가

1.7이면 아무리 가파르다해도..까짓껏...하였다.

그냥 모든것이 무엇하나 거칠 것이 없다싶었다.

그런데..@@@

장터목대피소를 떠자자마자 막상 눈앞에 닥친 것은 가파른 오르막 바윗길!

체력은 바닥이 났지 아침밥은 먹은둥마는둥했지 만만치가 않았다.

도저히 달리 길이 없었다.

바윗덩어리를 하나하나 짚으면서 엉금엉금 기어올랐다.

면장갑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손바닥이 온통 부르틀뻔 하였다.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 리 없건마는 오르지않고 메만 높다 하더라!'

헉헉대며 오르고 또 오르니

곧 통천문

하늘로 통하는 문?

천왕봉으로 통하는 문?

하늘과 바로 닿는 문?

천왕봉으로 가는 문이었다.

천왕을 만나려는 자 반드시 거쳐야하는 곳...???

기다시피하면서 통천문을 지났다.

철계단을 기어올라가야하는 '좁은문'이었다.

좁은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그 길이 협착하여 찾는이가 적음이니라....

대학 신입생때,

묻고 또 물었었다.

왜 넓은문이 아니고 좁은문이쥐?

왜 쉽고 편한 넓은문을 놔두고 굳이 험하고 어려운 좁은문으로 들어가야한다고 하지잉?

그것도 왜 다른사람도 아닌 바로 내가 그 좁은문으로 가야하느냐구?

그때 '알리샤'는 말한마디하지않으면서도 '제롬'에게 좁은문으로 들어가게 하였었다.

나의 삶= 나의 운명?

오늘 나는 왜 또 이 좁은문을 올라가는가?

'고행'을 왜 해야하는가?

그것도 환갑나이에....

나의 삶= 나의 선택?

답;나도 모르겠당.

이번에도 곳곳에 철심을 박은 흔적이 보였다.

어떻게 이를 이해해야 하는지

강자들이란 언제 어디서든 그렇게 몰상식이고 일방적이고 폭력적이구나싶었다.

또 천왕봉에 케이블카를 놓아야한다하니

많이 가진자의 욕심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는지

자본의 탐욕이 이곳 천왕봉까지 들어왓으니

이를 어찌해야 좋을지

이를 누구는 자연보호를 위해서라 하고 또 누구는 자연훼손 아니고 뭐냐하고...

누구말이 옳은 것인가

주인인 천왕봉의 마음은 무엇일까?

자연 그대로, 있는 그대로가 더 좋다고 하지않을까?

인간은 땀흘리며 걸어야 진정 인간다운 삶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통천문을 지나니 하늘이 밝게 활짝 열렸다.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가득 들어왔다.

이정표는 제석봉이라 했다.

'안녕하세욧!'

'해봤어욧!'

'오늘 일출 너무 좋았어욧!'

하산하는 산꾼들마다 얼굴가득 행복을 담고 있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일출을 보았으니 그럴만도 하다싶었다.

그런데...???

또 삐딱선을 타보자.

이른새벽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하고 다른시각에 보는 것하고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일까

똑같은 해인데 왜 아침첫해를 보면 무슨 큰벼슬을 했다고 난리부르스를 치는고얏?

천왕봉에 올라 소위 지리산종주의 마지막 끝지점을 어렵게 힘들게 찍었다면 그 의미가 있을지 해뜨는 것을 보는 것이 그렇게 의미가 있을까?

그들도 내게 말할까?

지리산종주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천왕봉을 찍고 아니고가 무슨 의미가 있냐구?

그냥 지리산을 이곳저곳 오르고 내리고하면 되는 것이쥥ㅇ?

모두 제눈에 안경인가?

우리 살아가는 것이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않기도 하는 것인가?

천왕봉일출 상관하지않고 '지리산종주'완주만 생각하고 느긋하게 올라갔지만...

막상 오늘새벽에 천왕봉일출을 보았다하니 아쉽기는 하엿다.

나도 세석대피소를 더 일찍 출발할껄...

처음 잠이 깨어 어둠속을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날씨가 구름이 잔뜩끼어 일출가망이 없다는 소리에 주저앉았던 것이 조금 후회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와서 무슨 소용 무슨 의미가 있을소냐?

이제 천왕봉이 저기 저가까이에서 손짓하며 나를 부르고있었다.

아이고하이고...

왜이리 바람이 거센고얏?@@@

몸이 날아갈것만 같은 바람의 크기

천왕봉 길은 바위와 바위가 둘러쌓고 거센 바람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먹구름까지 노려보고 있었다.

거센바람과 검푸른 구름의 나라

허기진 체력에 다리는 풀려가고 거센 바람속 바위를 타고 넘으려니 손바닥으로 바위를 더듬어잡아야했다.

장갑이 없엇다면 손바닥이 어찌 되었을까?

나의 칠칠치못한 '잊은머리'치매덕분에 장갑과지팡이를 챙기지못하였다했더니 그노고단옆자리동무가 파란면장갑을 건네주었었다.

그 파란장갑이 이곳 지리산종주끝 천왕봉에서 큰일을 할 줄이야...새삼 고마움이 새겨졌다.

인연이 닿을까

언제 멋지게 원수를 갚을 수는 없을까.

돌고도는 세상 인연의 끝은... 인연의 끈은 어디에 있을까

박범신님가라사대;불경에서..우리인연은 백년묵은 거북이가 그것도 애꾸눈거북이가, 백년마다 바다위로 올라오는데 때마침 표류하는 통나무를 만나고 그 통나무의 관솔이 빠져나간 구멍에 거북이목을 들이밀어 꾸ㅔ차는 확률만큼이라니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이냐!

그 인연을... 우리들 셈으로 셈할 수 있을까?

어찌나 바람이 거센지 서서 걸어오를 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없기도 하엿지만...낮은포복자세로 바위와 바위를 바닥바닥 더듬으면서 기어타고 올랐다.

사진을 찍으려하면 몸이 흔들릴정도 바람의 세기라면 이해가 될까?

'고행'의 끝마무리이니 더욱 비상하게 해야 한다는 것일까?

금방이라도 무엇이 쏟아질듯 무엇에 화가 나있는지 잔뜩 찌푸린 얼굴

그 위에 바람!바람! 또바람까지 거세게 휘몰아치니 오히려 어떤 신비 무슨 신성스러움이 느껴졌다.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내주지는 않겠다!

꼭 누구에게만 특별하게 허락하겠다?

무엇이나 좋은 것을 엎어쳐서 내것으로 만드는데는 나의 숨은 특기중 특기..

누구는 누구일까요?

답;누구=나!=눈보욕심쟁이!

그날아침 천왕봉은 나에게만 하늘길을 보여주었다.

드디어 내가 천왕봉에 올랐다.

까짓껏...

마음껏...

뻥을 한번 크게 쳐보기로 하였다.

'천왕봉에 올랐다.세상을 보았다.세상을 얻었다'

만세만세만세!

만만세!

2011.9.21.수.07;56.

  •  

    나무 | 2012-02-23 18:09:39

    하늘로 통하는 문을 통하여 하늘과 닿고 오셨으니 세상을 얻을밖에요 ㅎㅎㅎ
    허니 고행끝 맞닥뜨린 천왕봉위에서 '뻥'좀 친다고 감히 누가 뭐라겠어요.
    세상을 얻은 만큼이나 벅찬 감동을 받았음이니... 그저 부러울밖에요. 장하십니다^^*

  •  

    계원 | 2012-02-28 19:52:30

    바람길을 헤치며 천왕봉에 올라 하늘길을 보며 세상을 얻은 줄파님 축하드리며 부럽습니다.~~
    천왕봉에 케이블카라니.. 자연 그대로 있는 그대로가 좋다는 주인 천왕봉의 의견에 절대 공감입니다.
    그 누구든 땀 흘리며 얻는 지리산 종주 고행길 뒤의 이 달콤한 감동을 경험해 본다면 그런 생각 안할 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