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CC부부회

지리산종주기(9)....세석대피소(내무반?)에서

햄릿.데미안.조르바 2021. 2. 16. 23:06

제 목작성자등록일조회수

지리산종주기(9)....세석대피소(내무반?)에서
줄파 2012-02-22 14:35:47 22

앞(종주기8파계)에서 계속...
오랜만에 김치라면밥을 푸짐하게 채웠으니 이제는 든든하였다.

''고행''규칙을 어겨 ''파계''한 몸이지만 그래도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지리산에는 자연보호가 철저하다.

식수오염을 막기위해서 설거지도 할수 없고 양치세수도 할 수 없다.

나는 한발짝도 움직이기 싫은데 잘 되었다 싶었다.

누구는 물수건으로 얼굴도 닦고 발도 닦는다 야단법석들을 떨어댔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듯이 양치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대피소숙소로 갔다.

나의 방배정은 1호실 17번.

그러나 왠 냄새?
퀘퀘묵은 냄새 시큼시큼 못된 냄새들의 종합세트처럼 얄궂고 또 얄궂은 냄새들이 인사하며 대들었다.

그래도 어쩔것인가

지리산속에 이런 보금자리라니...

옆자리 산꾼에 의하면 오늘같은 날이 없다는 것.

아무리 평일이지만 190석중 60여석만 차고 나머지는 비었다는 것은 행운중의 행운이라는 것.

보통은...지난번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칼잠을 자야하는데...오늘은 왕처럼 넓게 넓게 잘 수 있으니 그럴만도 하였다.

간단히 말하자면...마치 군대 내무반같았다.

그런데 일반기간병의 내무반 분위기는 아니고 논산훈련소의 대기병내무반이랄까?

아니야 이것은 공수훈련부대의 내무반분위기가 더 어울린다싶었다.

하루종일 훈련만 있고 점호는 없는 공수부대의 훈련내무반.

고강도 고된 훈련에는 엄격한 통제가 있지만 훈련후는 모든 것이 자유.

점호도 없고 보초도 없고 집합도 없고 오로지 취침시간 통제만 있었다.

훈련끝은 언제나 무한자유였다.

그곳은 일반부대의 점호집합보초가 없으니 어느면에서는 쫄병에게는 천국, 자유천국이었다.

나는 어느사이 또 옛날로 빠져들었다.

(1973년 12월 어느 추운날..

나는 논산신병훈련소를 우수하게? 아니 아주 간신히 졸업하고 전방어느예비사단으로 배치되었는데...도무지 새로운 부대환경이 너무 낯설어 한마디로 벙~어벙쪄있었다.

매일 시도때도 없는 집합에 점호에 보초근무에 그리고 사역집합까지...

하루하루 씩씩대며 부대끼며 마지못해 굴러가고 있는데..

마침 공수점프훈련 모집이 있어서 고민끝에 자원하였다.

행정반 고참병들은 나보고 미쳤다했다.

다리가 부러지고 허리가 다쳐봐야 무슨짓을 저질럿는지 알것이라고 험악하게 나의 고민끝 결심한 행위를 한심하다 규탄해댔다.

그래도 나는 강행하였다.

엄격한 고강도 체력테스트를 통과하고 한달간 공수부대파견 합숙훈련에 들어갔다.

하루 8시간, 3보이상은 무조건 구보, 고난도 특급 강훈련이었다.

그러나 훈련일과가 끝나면 그이후시간은 완죤자유...쫄병에게는 그만한 천국이 또 없었다.

공수지상훈련 시작한지 2주쯤 지났을까?

이제 곧 실제 쩜프를 기다리던 어느날...

육군참모총장이 특별현장시찰을 나왔다.
''이 혹한에 어린병사들에게 무슨 공수점프훈련이냐?''

느닷없던 육참총장의 원대복귀 명령만 없었다면...나는 가슴팍에 늠름당당한 공수점프윙을 달았을 것...

지금도 그 노모육참총장이 원망스럽고 쩜프못한것이 아쉽기만하다.

그래도 그 공수훈련자원 덕분으로 그때 횡재한 것은....

작게는...7일간의 위로휴가...아마도 전군을 통털어 자대배치 3개월도 되지않아 휴가받은 것은 박이병이라 했다...

그리고, 더크게는...그이후부터 거의 완전열외가 되엇다...어찌된일인지 내게는 고참집합 사역집합이 없게 되었다. 저 꼴통을 잘못 건드리면 좋지않을 것이라 였는지???

전입신병쫄병이 집합을 당하지 않으니 오히려 내가 이상해 할 정도였다....세상 참! 재미있다싶었다... )

세석대피소 침상을 보니 그때 공수부대훈련내무반이 떠올랐다.

병사별 개인사물보관대는 없고 완전군장같이 꾸려진 등산배낭하나만 달랑있으니...

그날 세석대피소가 그랬다.

당연하지만 아무도 통제하지 않았다.

취침소등시각만 통제하였다.
밤9시 정각에 모든행동멈추고 취침해야한다는 것.
아직 7시인데..잠자려면 언제 9시까지 기다려야 하나?

나는 중간에 잠을 깨면 다시 잠자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특제품 다른말로는 특제수면불량품이라고도 하는데...

9시까지 2시간여 잠을 자지않으려고 버티면서....
오늘 지나온 길을 더듬 더듬어 다시 걸어보면서 몰려오는 잠을 쫓아내야했다.

오늘 새벽부터.....

구례버스터미널부터...달무리...어둠속성삼재...노고단산안개....노루목....토끼봉......???

......

......

목이 말라서 깨어보니 다음날(9.21수) 새벽1시30분

지난밤 걸오온 길을 복기하며 메모를 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누가 들어오는지 누가 떠드는지 아무 상관없이 그대로 잠속으로 빠져든 것이니...얼마나 '고행' 강행군이었을까?
피곤하긴 무척 피곤했던 것.

6시간 가까이 잤나?

꿀잠을 잤으니... 깊은물처럼 폭폭 푹 잤으니 온몸이 가뿐하였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고는 밖으로 나왔다.

다리가 뻑쩍지근 약간 통증이 있긴하였지만 걸을만 하였다.

대피소밖은 차가웠다.

새벽찬공기가 몸속으로 왈칵 쳐들어왔다.

이것도 산안개일까?

짙은 안개가 대피소를 철저하게 포위점령하고 있었다.

밤하늘은 온통 구름 검은회색빛.

그런데도 왠일인지 별하나!

별하나 외로이 떠있었다.

‘The one and only''

북극성일까?

나의 별일까?

나를 찾고 있는 것이야 !

나를 부르고 있단 말이지...

‘앞으로 모든일 모두 좋을 것’

그러나, 길을 떠나기는 너무 이른 시각

다시 침상으로 들어가 잠을 청해보았지만 눈은 또ㅓㅇ말똥말똥말... 머리는 오히려 새록새록

전전반측

이리 꼼지락 저리 꼼지락...

잠은 오질 않고 무엇을 하지?

어젯밤 어디까지 걸었더라?

어젯밤 걷다만 길을 다시 걸었다...

노루목까지 걸었나????

‘노루목에서...잠시 망설였다. 반야봉까지는 1키로 왕복2시간...반야봉을 보지않고는 지리산을 말하지말라 했다는데...천왕봉까지 시간이 녹록치 않은 나는 반야봉을 다음기회로 미뤄야했다...노루목-토끼봉-연하천대피소-벽소령물한모금---영신봉철제계단 심호흡....엉금엉금세석대피소....김치라면밥까지...

김치라면밥을 또 먹었다.

그래도 잠이 오지않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어둠속 산행을 해보자!하였다.

옆자리 올빼미 16번도 18번도 주섬주섬 짐을 꾸리고 있었다.

나;저 때문에 잠을 설친거유? 하였더니...

18번올빼미;아닙니다 아버님, 저는 새벽길을 좋아해서유....

나;이렇게 어두운데 움직여도 괜찮나여?

새벽탕좋아한다는 18번올빼미산꾼;비상등 있지요? 비상등 있으면 문제 없슴다.

나;괜찮다구라라라....!!!!

나는 무슨 큰일을 앞에 둔 사람처럼... 의기양양 씩씩하게..모두 잠들어있는 대피소내무반을 조용히 더듬어 걸어나왔다.

---(누구누구;야 너무 길다길어 언제끝나냐? 나;정말 왜 이렇게 길지? 연필을 대기만하면 커지고 또 커지니ㅎㅎㅎㅎ 조금만 참아유 곧 끝나갑니다...)

  •  

    나무 | 2012-02-23 17:38:56

    아니 그 여리신(?)몸으로 공수점프훈련모집에 자원하신 '깡'과 '기'에 줄파님이 다시 보이네요 ㅎ
    나무의 유년시절 동네에 공수부대 다녀왔다는 아저씨의 과장된 훈련얘기를 들었던터라선지...
    사나이중에 사나이들만 견딜수 있다던데... 하긴 환갑에 것두 1박2일의 지리산종주를 감행하신
    자체가 대단하신거지만요...세석대피소에서의 여유론 기억과 함께 야간산행을 나서는 줄파님앞에
    고생끝 즐거움 시작이 펼쳐지시길...^^*

  •  

    계원 | 2012-02-28 18:47:37

    일일이 리플을 달지 못했지만 줄파님의 팬으로서 열심히 지리산 종주기를 읽고 있습니다.
    시간으로는 거의 하루 남짓 걸린 지리산 종주가 줄파님의 리얼하고 절절한 기록 덕에 일년이 훌쩍 지나간것 같은 느낌이네요. 여정이 꽤 힘들어 보여 제가 도전할 수 있을 까 살짝 겁이 나네요.
    앞으로 남은 종주 힘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