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상사(주)에서(1980-1995)

서초동 반지하 전세방으로...'강남 8학군'이 무엇이길래?

햄릿.데미안.조르바 2019. 1. 9. 21:26

/'강남 8학군'이 무엇이길래?서초동 반지하 전세방으로...

 

((방콕에서 서울로 돌아온 때가 1989년 9월?

88올림픽이 끝나고 1년여가 지난 후였다.

서울은 88올림픽을 거치고나서 사회 여러방면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서울 아파트값의 앙등.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이나 치솟았는지 계량적인 숫자는 기억이 없지만, 내가 살고있던 역곡동신아파트 25평을 팔아가지고는 서울에서 전세살이 하기도 쉽지않았다.

(나는 완죤히 태국촌놈이 되어있었다. 서울물정은 하나도 모르는....3년여 방콕생활이 나를 서울바보로 만들어버렸다. 서울은 그렇게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커가고 곧 중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큰아이가 5학년, 작은아이가 4학년), 서울로 이사해야할지 아니면 그대로 역곡에 눌러앉아야 할지 고민이 컸다.

큰아이가 아무래도 소위 ‘강남8학군’의 중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문제는 강남에 집을 사서 움직이기엔 내가 가진 돈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었다))

 

당장 서울로 이사갈 처지는 못되니, 임시방편으로 큰아이형민을 서울서초동 이모집으로 일단 하숙시키기로 하였다.

역곡의 동곡초등학교에서 서초동 신중초등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서초중학교 입학이 가능할 것.

큰아이를 이모집에 하숙시키니, 강남8학군이라는 서초중에 진학할 수 있는 조건은 완성시켰지만, 부수적 문제가 나왔다.

큰아이가 서울로 가버리니, 남겨진 작은아이형보의 생활이 어쩐지 외로워 보였는데 어찌 그러하지 않겠는가? 친구처럼 지내던 한 살 위 형이 갑자기 다른곳으로 갔으니, 어린놈의 마음이 착잡하였을 것.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주말만 되면 큰아이가 서초동에서 역곡집으로 오는데, 다시 서울로 돌아갈 때 여간 힘들어하지 않는 것.

(거기에 나는 한술 더떠서, 승용차로 서초동까지 큰아이를 데려다 주고 오라는 우리집사람의 말을,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강하게 키워야지, 스스로 버스타고 서초동 가도록 해 하고 매정하게 내몰았으니...지금 생각하면 과연 잘 한 일인지...판단이 서지 않는다. 강남8학군이 뭔지, 우리의 교육이 잘 가고 있는지...내 어릴적, 광주서중1년때 주말만 되면 보성에 내려갔는데, 작은형은 사내아이가 마음 약해서 질질짜고 보성에 내려온다고 핀잔주었던 때가 떠오른다...내가 광주서중이 아닌 보성중에 다녔다면, 정서적으로 더 좋지 않았을까? 나의 큰아이가 강남8학군을 가지않고 부모곁을 떠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까? 우리의 운명은 누가 정하는가?)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부부는 결단을 내렸다. 서울로 이사를 가자! 역곡집을 팔아서 서울에 집을 사기는 어려우니, 우선 서울로 전세를 얻어 가자로 결론내었다.

역곡집 전세값에다가 그동안 방콕생활 주재수당을 어렵사리 모아둔 돈을 합치고 조금 무리를 하면 서초동에 전세방 하나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시골 어머님께 보내드린 돈이 못내 아쉬웠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돈을 아쉬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집저집 아무리 돌아다녀도 우리예산에 맞는 서초동전셋방은 찾을 수 없었다.

지칠대로 지쳐있던 우리집사람에게 새집 방2칸이 눈에 들어왔다.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다시금 나와 함께 확인해보니, ‘반지하’였다.

그러면 그렇지, 우리예산에 이렇게 깨끗한 전세방이 있겠는가 그때서야 의문이 풀렸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물릴수도 없는 것, 어디서 이만한 방을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마음을 다스리고 즐거이 이사를 하였다.

(우리의 운명은, 서울에서 ‘반지하’전셋방 생활을 한번 해보면 후일 더 좋은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 마중하는 것 아니겠는가...지금은 그렇게 자평을 해보지만...그때는 엄중한 나의 현실이었다.)

방이 2개 있었는데, 우리부부는 큰방은 두아이들에게 주고 더 넓게 뛰어놀라고, 작은방은 우리가 살았다, 더 붙어서 알콩달콩 살자고 하하히히.

(작은아이도 형이 다녔던 신중초등학교로 전학을 하였고 또 서초중에 진학하였다. 우리는 이 반지하전셋방에서 2년여 정도 살다가 분당신도시아파트 분양에 당첨되어..1991년 입주와 맞추어 분당 한양아파트로 이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