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팀장으로서 첫 외부행사는 의외로 빨리 왔다. 베트남정부에서 초청하고 한국의 무역진흥공사(코트라)가 주최하는, 한국의 종합상사 대표를 베트남 하노이에 초청하여 양국간의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나는 해태상사의 대표자격으로, 공산품담당 과장1명과 농산품담당 과장대리 1명을 데리고 참석하였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와는 외교관계가 단절되어 통상교류가 거의 이루어지지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베트남정부의 한국종합상사 대표단을 초청한 것은, 양국의 무역발전을 위한 뚜렷한 이정표였다.
(그날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지난달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때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는데, 지금 한.베트남의 수출.입 물량증대와 한국의 베트남투자를 생각해보면, 과히 상전벽해, 푸른바다가 뽕밭이 되었다할 정도의 경천동지할 변화가 아닌가?)
(1975.4.30...베트남통일, 시행착오를 거쳐 1986년 ‘도이모이=새롭게 변한다’정책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이후, 각종 개방행사의 하나였다. 중국이 등소평 주도하에 대외적으로 개방정책을 시행한 것이 1978년 즈음이었으니, 중국보다 10여년 늦은 출발이었다.)
하노이에서 2박3일의 공식일정을 마치고 나는 사이공(현 호치민시티) 출장길에 올랐다.(함께온 다른 직원2명은 바로 본사복귀)
베트남 수출자유지역을 방문, 현장조사를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나는 속으로 ‘도이모이’개방정책을 편다는 베트남의 현실정은 과연 어느정도인지, 그 분위기를 내눈으로 확인해보고 느낌으로 어떤 냄새를 맡고자 하는 출장이었다.
나의 이러한 연장출장계획을 박사장은 아무런 따짐없이 바로 결재해 주었다.(그동안 묵은 감정이 없을 수야 없었겠으나,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나의 진정성을 평가해주고는, 나의 뜻을 존중해준 것. 지금에야 고마움을 그에게 전하고 싶다.)
사이공 공항에 내리자 어딘지 모르게, 매우 음침하고 모든 것이 회색빛이었다.
공항 여기저기에 기관소총을 어깨에 매고있는 경비병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노이에서 사이공 오는 비행기안에서 엄습해왔던 일종의 ‘공포’분위기가 이곳 사이공에서도 연장되는구나 싶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는 ‘베트남통일'에 대한 그동안 잘못 입력된 나의 오해였다...프랑스.미국등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항하여 '자유독립'을 쟁취하였는데, 왜 그 투쟁.저항이 폄하되어야하는가?...우리의 일제시대.미군정시대가 제대로 평가되어야 하는 것처럼, 베트남의 공산화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나와야 할 것이다...우리의 학교교육이 또, 우리의 메이저신문들,'조중동'이 얼마나 많은 왜곡된 사실을 양산하는지, 우리는 고민하고 성찰해야하지 않을까?)
입국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잠시나마 가졌던 불안감은 정말 터무니없었다. 여권을 잠시 살펴보더니 바로 꽝꽝꽝, 입국허가증을 발급해주었다.(아니, 이렇게 간단할 수가? 나로 말할 것같으면, 적대국인 그동안 그들과 전쟁을 했던 한국인인데..아무런 물음도 없이 바로 오케이? 뭔가 이상한데.....@@@@)
그러나, 나의 머릿속에서 번쩍하며 섬광이 지나간 것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Baggage Claim에서 짐을 기다리고 있는데...경쾌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Like a virgin'...마돈나가 신나게 불러재끼고 있었다.
자유분방함의 표상, 마돈나가 외치는 '자유.자유.자유'가 사이공 공항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사이공공항 여기저기 건물 모두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였지만, 들리는 음악만큼은 미제국주의의 팝송, 그중에서도 최신유행가 ‘Like a virgin'이었으니, 놀랍지 않은가?
나는 그 노래를 듣는 순간, 내가 갖고있던 베트남에 대한 못된 선입관을 모두 하늘 저높이 날려보냈다.
‘자유.평등’이 보장되는 곳, 곧 베트남은 자유시장이 형성될 것이고, 프랑스.미국과 싸워서 지지않은 베트남민족의 저력이 곧 경제발전에서도 나타날 것이다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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