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상사(주)에서(1980-1995)

체중이 10여키로나 빠졌다. 53키로. ‘무슨 몹쓸 병에 걸린 거 아닐까?’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2. 29. 22:32

/체중이 10여키로나 빠졌다. 53키로. ‘무슨 몹쓸 병에 걸린 거 아닐까?’

 

방콕지사장 명령을 받았을때만 해도 나는 기고만장하였다. 나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태국산농산물사업이 계속 번창하였고 특별승진으로 ‘차장’이 되었고 곧 얼마지나지않아 ‘방콕지사장’으로 발령받게 되었다. 나의 몸값은 상종가를 치고 있었다.

(전직원들이 부러워한 자리였고, 모두가 가고싶어하던 선망의 자리였는데 그 자리를 초임차장급이 차고들었으니 나또한 대단히 자부하고 있었다.)

그렇게 방콕에 부임하였다.

그런데 첫단추부터 꼬이기 시작하였다.

전임 지사장이 인수인계도 해주지않고 귀국하였고, ‘주재임원’으로 내정상태에 있던 윤종0 이사(주태국대사관 무관출신, 예비역 대령, 방산품사업담당)까지 방콕지사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게 되니, 사무실 분위기가 묘해졌다. 기존 지사원들도 결코 협조해주지 않았다.

업무적으로는, 한.태구상무역의 뒷처림 클레임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

태국정부(옥수수.타피오카 관련은 농산부장관 그리고 비료사업은 농협청장관등)와 연일 회의 또 회의...영어로 소통해야하는데 일반수출입상담이 아니다보니 그것이 쉽지않았다.

거기에, 본사에는 새로운 경영체제가 되어, 나의 100% 써포터이시던 유부회장님이 2선으로 물러나시고 그 자리에 해태그룹 박회장의 실제 박성0부사장이 L.A에서 귀국하여 사장으로 취임하였다.(그는 해태상사의 중추기둥인 농산사업본부장 박상무를 홍콩으로 유배좌천시키며 농산사업부팀을 압박하였으며...방콕지사장인 나를 박상무의 왼팔로 여기는듯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왔다.)


스트레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모두 스트레스뿐이었다.

사무실 분위기도, 골프도, 클레임처리도...이제 막 부임한 초임 지사장으로서는 힘에 겨웠던 것.

전임지사장이 인수인계도 해주지않고 떠난 뒤엿기에,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가중되고 있었다.

(한.태구상무역의 태국측 파트너 Mr.Peter는 사사건건 비협조적이었다. 그는 전임지사장과 한.태구상무역을 이끌었던 당사자인데, 해태본사와의 관계가 끝장을 보고 있었으니, 나에게 협조적일 일이 없었다.)

 

방콕부임이래 2년차때였을까?

나의 체중은 53키로? 63키로였는데 어느 사이 10여키로나 빠져있었다.

(신경이 매우 예민한 나는, 조금만 주위에서 시끄럽게 하면 밤잠을 설치기 일쑤. 더군다나 사무실에서 온갖 일들과 싸우다가 잠자리에 들면 숙면하지못하고 도중에 잠이 깨었다...거실에 나가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으면, 그때 나의 큰아들 형민도 잠에 깨어서 거실로 나와 나와 마주치곤 하였다. 그도 외국인학교에 다니는데 학교생활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었다. 영어가 잘 되지않으니 누구와 이야기하고 놀겠는가? 부자가 타향땅에 와서 고생스트레스받고 있엇다.)

 

겁이 덜컥 났다. 아무리 업무스트레스가 쌓이고 밤잠을 설친다고 몸무게가 10여키로가 빠질 수 있을까?

대학병원에 종합검진을 신청하였다. 혹시 무슨 몹쓸병에 걸린 것 아닌지 General checkup을 신청하였다.

결과는 아무런 특이증상이 없다는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1-2키로도 아니고 10여키로씩이나 체중이 빠졌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방콕에 오기전, 특별승진으로 ‘차장’이 되고 곧 이어서 해태그룹의 최전방 최고보직인

‘방콕지사장’에 보임되던때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

우리의 인생 부침은 누가 어찌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한때 올라갔으면 언젠가 내려와야 하는 것이 세상이치이고, 산이 높으면 또 골이 깊은 것이 자연스럽듯이, 그동안 줄창 올라가기만 하였던 나는 드디어 내려오고 있었던 것. 그러나 너무 급격하게 올라갔던 모양인지, 내려오는 것도 또 가파르게 내려오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더 생기게 된 것이었다.

올라가는 줄만 알았는데 어느때부터 급전직하...낭떨어지로 떨어지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김이사’ 문제까지 엎치고 덮치는 일이 터져나왔다.

첫단추를 잘못 꿰더니...결국은 마치 '중세의 암흑기'를 맞이하는 듯 하였다.

    (김이사 와 볼보 이야기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