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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5. 장터목산장에서....`느그들이 라면맛을 아냐?`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29. 13:17

---장터목에서/너희가 라면맛을 아느뇨?

촛대봉에서 장터목까지; 약 2.7Km/60여분 소요

(촛대봉에서 연하봉까지; 약1.9Km/45분 소요)

 

몇시쯤 되었을까?

배가 출출한 것이 아침 먹을 시간이 지났다?

나는 깡시골촌놈이어서 때가 되어 밥이 들어오지 않으면 뱃속에서 난리부르스가 터진다.

장터목산장에 도착한 것이 7시 40분?

세석산장을 떠난지 대략 3시간 반이 지났다?

 

장터목에 도착은 하였는데 갑자기 럭셜짱이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렷다. 

럭셜양이 사라진 방향으로 가보니 장터목대피소의 취사장.

세석대피소처럼 확트인 야외공간이 아니고 실내에 마련된 넓지않은 공간이었다.

우리의 럭셜양은 어디 빈자리가 없는지 어느 쪽이 먼저 빠지는지 여기저기 탐색하고 있었다. 

다행히 곧 취사대의 빈자리 하나가 나와서 우선 가스버너 하나를 불이야불이야 붙이고 나니...

바로 건너편 다른 자리에 또 하나 취사대빈자리가 나와 또 불이야불이야 가스버너를 하나 더 설치하였다. 

 

우리는 초스피드로 라면끓이기 경주를 시작하였다.

1조는 조장이 럭셜양으로 라면고유의 매운맛스프를, 

2조는 봄순양이 조장으로 천연의 된장미역맛을 내는 것으로 차별화하였다.

라면 다섯봉을 넣느냐 여섯봉을 넣느냐로 잠시 티격태격하다가

여섯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다수의견을 따라 여섯을 집어넣다가

아무래도 조금 많아넘칠 것 같아 나머지 마지막 한봉은 모두 들어가지 못하고

반토막 되어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 들어가지 못한 라면 반토막은 지금 어디에서 흐느끼고 있을까?)

라면이 제대로 익기도 전에 모두들 서로 앞다투어 먼저 젓가락을 집어넣고 있엇다.

자식들 굶기는 부모의 마음이 이래서 아픈 것일까? 

위아래도 없고 남여내외도 없고 체면몰수하면서 누가 먼저 라면을 더 먹느냐 한판 싸움이 시작되었다. 

자원이 부족한 곳에 전쟁이 난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급한 주린 배는 채웠는지 이제는 어느 쪽 라면이 더 맛있느냐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라면고유의 매운맛 쪽이 더 낫다 아니다 천연의 된장미역맛이 더 좋다 갑론을박하더니

누군가 섞어서 먹어보면 더 좋지 않을까 하엿더니 아니나다를까 섞어서 먹었더니 정말 기똥찬 맛이 나왔다. 

라면건더기를 모두 건져 먹으니 라면국물이 또 소리치고 있었다.

‘어제 저녁 먹고 남겨놓은 찬밥 좀 넣어주라!’

''그렇지그라제! 우리가 왜 그것을 잊고 있었제?''

럭셜양은 코펠에 남은 찬밥을 모두에게 나눠보내 먹어대니 라면밥맛이 끝내주었다.

어느 오케스트라의 잘된 협주가 이럴까?

얼큰매운맛과 천연된장미역맛 그리고 찬밥의 만남 ,그 어울림!

‘느그들이 라면맛을 아느뇨?’

 

세상 사는 것이 이런 것일까? 

따로따로 노는 것보다 함께 섞여서 살아가면 더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우리는 장터목에서 라면을 아침으로 먹으면서 세상 살아가는 지혜 하나를 새삼스럽게 얻었으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어젯밤 불편한 잠자리에서 잠 설친 것이 한방에 날아가버리니 이 맛에 새벽산행을 하는 모양이었다. 

얏호얏호얏호야!

 

여기에서 ‘막커피’가 빠질 수 있느냐?

커피물을 끓이고 여섯봉지를 넣느냐 다섯봉지를 넣느냐 잠시 설왕설래 입싸움을 하다

노커피를 선언한 봄순양으로 싸움은 간단히 다섯봉지만을 넣기로 하였다.

물을 조금 많이 넣었는지 약간 싱거운 것이 오히려 느긋하고 은근한 맛이 있어 또 좋았다.

산에서 마시는 ‘막커피’ 그것도 새벽산행후 라면을 먹고 그 뒷풀이로 마시는 ‘막커피’는

연인의 입술맛이었을까?

 

주린 뱃속도 채웠겠다 마운틴모닝구막커피도 마셨겠다 아침에 봐야할 뒷일도 모두 보았겠다 

이제 남은 일은 천왕봉을 향하여 전진 앞으로! 하는 일 뿐이었다.

라면먹으면서 돌부처정환과 통한 시각이 8시 하고도 20분쯤?

우리가 장터목을 출발한 것은 9시 조금 못미친 시각?

장터목산장에서 천왕봉까지 1.7Km, 오르막길이라 60분 정도 소요?

우리는 늦어도 10시까지는 천왕봉 정상에 이를 것이었다.(계속)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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