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기러기 카페 글모음)

[스크랩] 거림에서 세석대피소까지(1)

햄릿.데미안.조르바 2018. 11. 29. 11:50
1.거림에서 세석대피소까지

지리산 세석대피소에서 68 기러기 여섯 마리가 폼을 잡았다.
유선봄순종상남수용환희동.
2009.5.30.토.오후 5시반 경.

거림을 떠난 것이 1시경이었으니 세석대피소까지 4시간이 조금 더 걸린 셈인가?
도중에 계곡물에 탁족한 시간을 감안하면 6Km를 4시간에 감당하였으니 우리 비록 5학년 고급반이지만 걷는 것만큼은 아직도 젊은이들 못지 않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

거림에서 세석대피소까지의 산길은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은, 우리 나이에도 걸어올라가기에 별 부담없이 좋았다.
서울의 북한산이나 관악산의 어느 길보다도 더 평이하였다.
산길은 햇볕이 직접 쏘아붙이지 못하는 자연적 나무터널이 만들어져 있었다.
올망졸망 돌들이 우리 발자국 맞춰서 길을 내고 있었다.
바위덩어리처럼 큰돌이 아닌 고만고만하게 조금 크기도 하고 조금 작기도 한 돌들이 머리를 내밀고 풋내기 산행객인 우리들을 세석평전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아하, 이런저런 돌들이 많아 세석평전! 잔돌평전이라 하였구나!
또하나, 또렷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키작은 대나무, ‘산죽’이 4시간 내내 우리곁을 지키며 안내하고 있었다.

세석대피소를 눈앞에 두고 우린 지리산 입산기념 탁족식을 하기로 하였다.
우리들 도회지 삶에 찌들은 마음을 지리산계곡물에 조금이나마 씻어내볼까?
우린 잠시 어린애마음되어 촐랑대고 히히덕거리며 계곡물에 입산신고를 하였다.
바같은 벌써 여름날이었는데 계곡물속은 아마 1분을 견디지 못하게 차갑기만 하였다.

세석대피소의 잠자리확보 문제가 우리를 서두르게 하였다.
탁족을 하며 재잘대고 까불대도 좋았을 것을 인터넷예약을 하지못한 두 마리 잠자리를 최소한 ‘대기모드’로라도 올려놓으려면 서둘러야 하였다.
늦어도 5시까지는 세석대피소에 도착신고를 해야 하였다.
산 오르는 것,
누가 더 빨리 오르느냐 누가 더 높은 곳에 올랐느냐 등을 따지는 것은 후진적!
이제는 산 속의 자연과 원시를 호흡하고 냄새 맡으며 이모저모를 받아들이는 것.
속도를 따지지 않고 높이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런데,
그날 우리도 여느 사람들이 하듯 역시 속도전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잔돌 가득한 산길, 세석평전가는 길을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쉬엄쉬엄 올랐더라면 더 좋았을 터인데 아쉬웠지만 어찌 할 수가 없었다.
走馬看山!
逐鹿者 不見山!
사슴을 쫓는 자, 산을 볼 수 없나니!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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