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365]신영복의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입력: 2007년 10월 03일 18:43:33
IMF로 국제금융자본의 마각이 드러난 1998년 1월, 국어사전과 한국사를 챙겨 베이징으로 떠난 지 1년 만에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괜히 뿌듯했다. 서구인에 대한 열등감과 비서구인에 대한 우월감이라는 이중의식을 중국에 내버리고 왔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3년 후, “너는 네 인생의 어디쯤 와 있느냐?”란 마르틴 부버의 죽비소리에 정신이 깨어 14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지 몇 해. 故 노촌 이구영 선생님의 <이문학회(以文學會)>에서 7년 간 고전을 배우고 익히며, 내 의식 깊이 똬리를 틀고 있던 식민지의식과 서구에 대한 열등감을 털어내고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조금씩 채우게 된다.
이즈음 ‘강의’(신영복, 돌베개)를 만난다. 5천년 쌓여온 방대하고 난해한 동양고전을 20년간 감옥에서 실천해낸 관계론의 관점에서 사회관계를 중심에 놓고 당면과제를 강론한 이 책은 녹록찮다. 그러나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렵다”(맹자)지만,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된다”(노자)는 오래된 진리를 일깨우며 찬란한 꽃으로 가득 찬 바다에 이른다. 실천적 관점의 고전독법을 통해 우리 시대의 당면과제인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문명사적 과제를 분단된 한반도에서 모색할 수 있음을 깨우친다. 상품미학과 허위의식에 물든 내게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근원으로 돌아가라고, 이웃과 함께 인성을 고양하는 아름다운 관계를 가꾸라고 한다. 정보화시대에 지식의 탐욕에만 눈 먼 내게 ‘어리석음이 앎의 최고형태’(논어)이며, ‘傳不習乎(전하기만 하고 왜 실천은 않는가?)’라며 귀향의 계절에 준엄하게 다그친다.
〈이승혁/ 더불어숲 대표〉
출처 : 68 기러기
글쓴이 : 박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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